소세지 탐구가 끝나고 연달아 있는 온라인 영어 수업을 했다. 한가롭게 대니를 기다리면서 필리핀에서 보낼 마지막 1주 숙소를 AnB로 검색했다. 나는 한국에서 필리핀에서 2주 거주할 숙소만 예약하고 여행길에 올랐다. 정확한 지리를 몰라 우선 이렇게 정하고 대니의 학원과 가까운 숙소로 이동할 참이었다. High Street 쪽이 번화가이기도 하고 대니의 학원과 가까워서 그쪽으로 옮기기로 했다. 학원갈 때 그랩을 타는 것보다 걸어가는 게 더 안전할 것 같았다. 비용면에서는 별 메리트가 없는게그쪽 숙소가 다른 곳보다 상대적으로 좀 더 비싸다. 이러니 저러니 가장 중요한 것은 남편이 나중에 휴가겸 필리핀에 오기 때문에 침대 하나가 더 필요하다.
그렇게 한가로이 인터넷 탐색을 하고 있는데 시간이 꽤 지났는데도 대니가 오지 않았다. 덜컥 걱정되어서 전화해보니 내가 대니 휴대폰에 필리핀 SIM카드를 심어놔서 와이파이 연결이 되지 않은지 카카오톡 보이스 콜이 연결이 되지 않았다. 요근래 폭풍이 지나가는지 비가 자주 내렸는데 오늘 밤은 심하게 많이 왔다. 숙소 안에 있어서 몰랐는데 우연히 밖을 보니 비가 억수로 쏟아지고 있었다. 대니는 8시가 넘어도 도착하지를 않고, 통화도 되지 않자 갑자기 또 불안이 엄습해왔다. 안절부절 못하고 있는데 학원 원장님이 전화를 하셨다. 대니가 지금 학원에 있단다. 그랩을 잡으려는데계속 잡히지 않자 학원으로 돌아왔단다.(불안한 학원 와이파이 때문에 인터넷 연결이 원활하지 않았단다.)
다행히 학원에 늦게 수업하는 선생님이 계셔서 대니 사정을 학원 원장님께 알렸고 그렇게 학원 원장님은 나에게 전화를 한 것이다. 비가 많이 오는 밤에는 그랩이 잘 잡히지 않으니 직접 대니를 숙소에 데려다 주신다고 하셨다. 그리고 되도록 밤에는 아이 혼자 다니게 하지 말라고 당부하셨다. 내가 일이 있어서 어쩔수 없다하니 그럼 학원에 방 하나를 비워줄테니 와서 개인 일을 보란다. 아, 고맙기도 다행이기도 했다. 부랴 부랴로비로 내려가 대니를 기다렸다. 30분 후 원장님 차를 타고 도착했다. 너무 진심으로 감사했다. 대니는 내가 로컬SIM를 심어놔서 와이파이가 안 터지네 어쩌네하며 엄청 짜증을 냈다.
한국인 어학원이 학원비도 현지인 학원보다 비싸고 갑자기 교제비로 5,000페소를 추가 입금하라고 해서 적잖이 짜증이 나면서 역시 외국에서는 한국 사람을 가장 조심해야겠구나 싶었는데, 또 이런 일을 겪고 나니 한국 사람 밖에 의지할 사람이 없구나 하는 간사한 마음이 들었다. 사실 학원비를 다 결제하지 않았었는데 그날 저녁에 바로 모두 입금했다. 외국에서 한국 사람을 만나면 원활하게 소통이 되니 많이 의지가 되기도 하는게 사실이다. 어쨌든 조심 또 조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