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일찍 온라인 수업이 있어서 열심히 수업을 하고 있었다. 사실 아침 일찍도 아닌 것이 오전 10시쯤에 시작하는 수업이었다. 대니는 이 곳에 온 후 계속 밤 12시가 넘어 자고 아침 11시쯤 일어났다. 방학이기도 하거니와 아침 일찍 일어나면 할 일도 없고 해서 뭐라 하지 않으니, 그렇게 베짱이 스케쥴을 이어가고 있었다. 그러다 오늘 내가 오전에 좀 일찍 수업이 있어서 하고 있는데 대니가 갑자기 시끄럽다며 화를 냈다.
내 딴에는 먹고 사는 일이라 아이도 이해할거라 생각했는데 그렇게 짜증을 내니 서운하기도 어이 없기도 했다. 경제적인 것을 고려해서 이래 저래 원룸 형태의 숙소를 빌려 지내다 보니 서로의 공간이 많이부족했고 더불어우리는 서로의 배려가 많이 부족했다. 내가 어른이니 참아야 하나 싶기도 했지만 그래도 마냥 놔둘 수는 없어 나는 버럭 화를 냈다.
그후 어색한 사이로 밥을 먹고 대니는헬스장으로 갔고, 나는 슈퍼마켓으로 장을 보러 나왔다. 서로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한 순간이었고 우리 둘 다 딱히 갈 곳이 없었다. 씩씩하게 집을 나섰지만 매일 대니와 함께 다니던 길을 혼자 찾아가려니 거기가 거기 같았다. 든자리는 몰라도 난자리는 안다더니 코 앞에 있는 동네 슈퍼마켓을 찾느라 혼자 한참을 헤멨다. 딱히 필요한 것이 없어 라면 한 봉다리 들고 터덜터덜 숙소로 돌아왔다
그래도 아침부터 아이에게 화를 낸 것이 마음에 걸려 아이가 돌아오면 좋게 이야기를 나누어야지마음 먹었는데, 헬스장에서 돌아온 대니가 여전히 나에게 짜증을 냈다. 또 어이 상실..... 그렇게 내인내심의한계에도달하며 터지고 말았다.그동안 쌓아왔던 아이의 버릇없는 행동을 조목 조목 따져가며 내가 지금까지 얼마나 참았었는지 폭풍랩을 늘어놓았다. 어쨌든 내가 큰 소리를 내자 아이는 금세 풀이 죽었다. 알아 들은 건지 어떤 건지 모르겠지만, 또 이런 식으로 내 감정까지 담아 의사 표현을 하면 안된다 것도 알고 있었지만, 어쨌든 벌어진 일이라 어쩔 수 없었다. 육아에 있어 아이와도 적당한 밀당이 필요하다는 것이 나의 지론이다. 아이의 의견을 존중해야 하지만 또 잘못된 행동에 대한 강한 제재도 분명 필요하다. 문제는 그 잘못된 행동의 기준이 어른들의 입장이라는게 좀 그렇지만 말이다.
차치하고 무차별 내 분노의 폭발은부끄러운 행동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여전히 꼰대스런 어른의 권위는 버리고 싶지 않아 대니에게는 곁치레 사과를 받아냈다. 그리고 우리는 폭풍전야의 어색한 평화로운 시간을 보냈다. 서로 갈 곳이 여전히 없어 나는 등을 보이고 침대에 누었고 대니는 쇼파에서 멀뚱 멀뚱 시간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