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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희 Jun 25. 2024

잊지 못하는 사람은 아름다운 것이 아니다

나는 마음속에서 썩지 않는 도자기를 계속 빚고 있었다

모든 사람에겐 잊을 수 없는 사람이 있다. 세상에서는 어떤 한 인연을 만들면 응당 그 과거의 사람을 완전히 잊고 새로운 시작을 하는 것을 미덕으로 여기지만, 사랑이란 물에 잉크를 탄 지점처럼 모호해서 완전히 무 자르듯 경계선이 확실한 것이 아니다. 


나는 마음속에 꺼지지 않는 사랑을 하나 가지고 있다. 불씨가 꺼지길 기다리는, 일부러 물을 부어도 갈비뼈가 뻘겋게 타오르는 그런 사랑. 이제까지 나는 그런 것들이 낭만적인 것이라고 생각했다. 세상의 컨텐츠들은 그런 것들을 낭만적으로 소비하고 나도 그런 논리에 혹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사랑을 놔 줘야 할 떄가 되었다.


내 옆에 있는 사람은 상처받아야 했다. 너가 누군가를 속으로 사랑해도 그것을 네 옆에 있는 사람에게 말하지 마. 어떤 사람에게는 진심어린 조언을 받았다. 어떤 사람에게는 내 브런치를 구독하다가 해지했다. 마음의 방 컨텐츠 때문이다. 못 보겠어. 네가 누군가에 대한 방이 이렇게 많고 내 지분이 별로 안 된다는 생각을 하면 참을 수 없다고. 네 순 사랑에서 세금 빼고, 채권자 지분 빼고, 우선주 지분량 빼고 남은 그 조그만 파이를 도저히 용납할 수 없겠노라고.


그리고 그런 사랑을 가지고 있던 나 역시 수시로 과거로 돌아가는 패닉 어택을 겪어야 했고 꿈 속에서 수시로 괴로워했다. 이건 사랑이고 뭐고가 아니라 이미 나에겐 자아를 가진 무언가가 되었다.


어떤 것이든 오랫동안 마음을 쏟으면 그것은 곧 하나의 살아있는 생물이 된다. 나는 마음속에 있던 사랑에게 계속해서 사랑을 기울였으므로 그것은 곧 살아있는 하나의 형태가 되었다. 나는 매일 아침 일어나, 매일 꿈 속에서 굽지 않을 도자기를 빚었다. 방부제를 팍팍 넣어서 썩지 않도록 만들었다. 그러니 그 도자기는 지금까지 흙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나를 끊임없이 과거로 가게 했다. 이미 그 도자기는 방부제를 너무 많이 먹어 제대로 된 흙으로는 갈 수가 없다. 내 마음 속 흙은 지나치게 채굴되었다. 나는 매일 손을 털면서 이 시간이, 이 도자기가 언젠가 불에 구워지고 깨지는 그 시간을 두려워했다.


어머니는 말했다. 그 생물은 네가 만든 상이니 네가 없앨 수 있다고. 내가 패닉어택에 쌓여 그 사람에 대한 기억들에 괴로워할 떄마다 어머니가 손을 잡았다. 이제 네 마음속에 있는 건 미련이고, 네 미련은 이제 지난거야. 세상에 아름다운 점이 있다면 모든 것은 결국 끝난다는 거지. 내가 질문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있을까요. 내가 바꿀 수 없는 것들과 내가 바꿀 수 있는 것을 구분하고 바꿀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할 수 있는 지혜를 주세요. 어머니는 말했다. 기도하렴.


나는 그 순간 어머니가 아버지를 위해 했던 기도를 떠올렸다. 생에 내박친 인생이어도 기도는 할 수 있단다. 살아있는 자들을 위한 신께서 마지막으로 준 관용은 기도니까. 나는 그걸 알고 있으니까 이 브런치 글을 쓰면 나는 기도를 할 것이다. 내 마음속 도자기가 흙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내가 내 사랑을 더 이상 생각하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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