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사: 바라는 일이 이루어지기를 빌다.
네팔 어디를 가든 바람에 부대끼는 타르초를 흔하게 볼 수 있다. 불경을 빽빽하게 채워놓은 오색 깃발을 만국기처럼 길게 매달아 거는 깃발로 원래 티베트 뵌교에서 유래하였으나 불교와 결합하면서 바람을 타고 부처의 진리가 온누리에 퍼지길 기원하며 걸어둔다. 또한 자신의 기도가 신에게 더 가까이 전달되길 바라는 염원으로 더 높고 바람이 많이 부는 곳을 찾아 매달아 둔다고 한다.
한국에 처음 온 외국인이 야경을 보고 공동묘지가 왜 이렇게 많냐고 물었다는 유명한 우스갯소리가 있다. 그만큼 셀 수 없이 많은 붉은 십자가들이 모두 예수의 가르침을 전하기 위해 세워졌다면 우리나라는 아마 지구 상에 제일가는 기독교 성지가 됐을 것이다.
네팔의 가장 큰 종교는 힌두교와 관광교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기간산업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네팔에서는 관광 수입의 의존도가 매우 높다. 여행자인 내가 셔터를 누르는 아름다운 타르초에는 이런 사진을 많이 찍는 관광객들이 더 많이 왔으면 하는 그들의 바람이 담겨 있다고 생각하니, 이런 선순환이라면 언제든 환영이고 우리나라의 그 많은 십자가들도 언젠가는 이런 역할을 하고 있을 것이란 막연한 기대도 하게 된다.
뷰파인더로 초점을 맞추며 그동안 난 무엇을 간절하게 바랐을까 생각해본다. 중환자실에 누워 있는 아버지를 보며 간절히 기원한 것은 멀쩡하게 웃으며 걸어 나오는 기적적인 모습이 아니었다. 더 이상 고통받지 마시길, 가족들 생각하지 말고 이제 편안하게 떠나시길 기원했다. 나만의 이기적인 바람이 아니었을까 하는 물음에 대한 해답은 아마 평생 알지 못할 것이리라.
바라는 마음을 글로 적는 문화권에 속한 나로서는 모두 같은 모양으로 인쇄된 타르초가 처음에는 이해가 잘 되지 않았으나 결국 인간의 바람은 대부분 비슷한 것이라는 가설에 이르자 웃으며 펜을 꺼내 한글로 한 문장 적어 놓을 수 있었다.
"남은 우리 가족 모두 건강하고 행복하게 해 주세요."
-기원하다: 모든 이들이 함께 바라는 일이 이루어지길 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