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어떻게 생각하고 배우고 기억하는가'에서 발견한 문장과 시선
모바일 시대가 되면서 TV는 어느새 보는 것에서 듣는 것이 되었는데요. 퇴근하고 집에 돌아오면 소파에 앉아 TV를 틀고, 핸드폰으로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를 하는 건 이제 너무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TV에서 '더 글로리'의 문동은의 대사가 들리고, 핸드폰에서는 침착맨의 웃음소리가 들리는 순간 나는 무엇을 듣고 있는 걸까요? 두 개의 소리를 동시에 들을 수 있을까요?
하버드대 신경과학자 제레드 쿠니 호바스가 쓴 사람은 어떻게 생각하고 배우고 기억하는가 는 내 생각과 의도를 매력적으로 전달하고, 상대를 내 뜻대로 움직이게 하는 설득의 비밀 12가지 메커니즘을 설명하는 데요. 그중 첫 번째가 바로 '한 가지에 집중하라 : 듣기와 읽기 사이'입니다.
1. 읽기의 비밀스러운 역사
독서는 7세기 후반까지만 해도 큰 소리로 책을 읽는 행위였습니다. 도서관은 평화로운 안식처라기보다는 떠들썩한 잡답의 공간이었다고 합니다. 그러다 8세기 초 아일랜드 수도승들의 모임에서 마침내 단어와 단어 사이에 '공간'을 추가하기 시작했고, 이러한 경향이 유럽 전역으로 퍼지면서 비로소 '묵독默讀 '의 관행이 생겨났다고 하는데요.
"무엇인가를 읽고 있다는 것은 침묵의 대화를 하고 있다는 뜻이다." - 찰스 램, 영국 작가
그런데 묵독은 '소리 없는 읽기'가 아닙니다. 지금 이 글을 눈으로 읽고 있는 순간에도 '누군가의 목소리를 듣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대부분 자신의 목소리로 들릴 테고, 만약 내가 알고 있는 사람의 말과 글이라면 그 사람의 목소리로 들릴 게 되는데요. 그러니까 '읽기 = 듣기'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2. 두 개의 소리를 동시에 이해할 수 있을까?
앞서 말한 것처럼 TV를 보면서 유튜브를 동시에 보는 것을 '양분 청취 discotic listening'이라고 하는데요. 결론부터 말하면, 우리는 동시에 여러 사람이 말하는 것을 들을 수 있지만, 오직 한 번에 한 사람씩의 말만 온전하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동시에 들을 수는 있지만, 둘 다 이해하지는 못하는 거죠. 그 이유를 알려면 우리 뇌의 작동방식을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 뇌의 3가지 주요 영역이 '구어'를 우리가 잘 이해할 수 있게 하는데요. 첫 번째는 '청각 피질'입니다. 좌뇌와 우뇌에 모두 자리 잡은 청각 피질은 들어오는 소리와 순수한 특징, 음의 높이와 크기 등을 처리합니다. 두 번째는 '브로카/베르니케 네트워크' 영역인데요. 들어온 말을 처리하고 이치에 맞게 이해할 수 있게 해주는 역할을 합니다. 중요한 것은 이 네트워크가 뇌의 한쪽(대부분 좌뇌)에 위치하는데요, 그 말은 언어의 기본적인 소리들이 처음에는 좌뇌와 우뇌 양쪽에서 처리되지만 결국 '깔때기 입구처럼 좁은' 하나의 네트워크를 통과하게 되고, 여기서 병목현상이 발생하는 거죠. 이 병목현상은 세 번째 영역인 '좌측 화전두회'에서 통제되는 데요. 두 사람이 동시에 말할 때 한 목소리를 효과적으로 차단하는 '스위치' 역할을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두 개의 소리를 동시에 듣더라도 한 번에 한 사람씩의 말만 온전하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3. 그럼 우리는 듣는 것과 동시에 무언가를 볼 수 있을까?
무엇인가를 읽을 때 뇌 뒤편에 위치한 '시각 피질'이 가장 먼저 활성화되는데요. 시각 피질은 눈으로 들어오는 광경의 순수한 시작적 특징인 색깔, 테두리, 움직임 등과 같은 것을 처리합니다. 읽는 과정 초기에 시각 피질이 활성화된다는 것은, 간단히 말해 우리가 단어를 읽기 전에 먼저 '본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근데 흥미로운 점은 시각 피질이 활성화됨과 거의 동시에 청각 피질과 브로카/베르니케가 작동합니다. 조용히 책을 읽을 때도 뇌의 구어를 처리하는 능력이 곧바로 활성화되는 것이죠.
그래서 역시나, 누군가 말하는 것을 들으면서 뭔가를 읽는 것은, 두 사람이 동시에 말하는 것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과 같으며, 결국 처리할 수 없습니다. 회사에서 회의할 때 보면 회의 시간에 핸드폰을 보고 있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에 대해 지적하면 '어. 듣고 있으니까 걱정하지 말고 계속 말해'라고 하죠. 이 사람은 결국 회의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는 뜻과 같기 때문에 핸드폰을 내려놓고 회의 내용에 집중하도록 주의를 줄 필요가 있습니다.
4. 회사에서 일할 때 어떻게 효과적으로 적용할 수 있을까?
1) 시각적인 슬라이드 자료에 최대한 문자 텍스트를 넣지 마라.
키워드는 괜찮다. 단 7개 단어 미만으로만. 익숙한 소량의 단어는 청각 적 언어 변환을 거치지 않고 직접적으로 의미를 파악할 수 있음
2) 슬라이드에 삽입된 단어를 그대로 읽지 말라.
'속도' 차이 때문에 메시지 전달에 방해가 됨
보통 1분에 약 130개 단어를 말할 수 있고 220개 단어를 읽을 수 있는데 눈으로 읽은 단어와 귀로 들린 단어가 동시에 전해지면 뒤죽박죽 되면서 병목현상 발생함
3) 참고자료는 끝난 후에 배포하라 + 발표자에게 집중하라
참고자료 읽으면서 동시에 발표 듣는 것은 사실 발표를 안 듣는 것과 동일한 결과 야기함.
"슬라이드 자료는 각자 자리로 돌아가시면 읽을 수 있도록 이메일로 보내드릴게요. 지금은 부디 제 브리핑에만 주목해 주시기 바랍니다."
4) 노트 필기 : 얕은 필기 vs 깊은 필기
모든 소리를 노트에 담는 얕은 필기는 메모 속에 숨은 의미가 이야기가 아니라 오직 소리와 순서만 중시하기 때문에 아무것도 남지 않음. 컴퓨터 활용한 필기에 적합함
단어 하나하나에 집중하기보다는 이치에 맞게 정리하고 행간에 숨겨진 의미를 도출하는 '깊은 필기' 역시 의미에 집중하는 사이에 발표자의 목소리가 배경소음으로 전락하는 병목현상을 피할 수는 없다. 다만, 받아들일 수 있는 정보의 양(배움의 총량)은 감소되지만, '기록'을 통해 정보와 아이디어를 더 잘 이해하게 만들고 더 많이 배울 수 있도록 기억을 강화시킨다. 펜과 종이를 이용하는 것이 더 효과적.
이런 관점으로 보면 이어폰을 끼고 일을 한다는 건 집중력을 떨어트리는 행동입니다. 학교 다닐 때 라디오 들으며 공부하면 점수가 오르지 않듯. 만약 타인의 방해를 받지 않고 집중모드로 전환하기 위해 이어폰을 낀다면, 내가 이해할 수 있는 말과 목소리의 방해가 적은 클래식이나 연주곡 등을 듣는 편이 나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