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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M씽크 4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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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디 Jul 01. 2021

구해줘 홈즈, 세 가지를 챙겨줘!

인터넷에서 ‘구해줘 홈즈’와 관련하여 꽤나 유명하게 퍼진 말이 있다. ‘주머니에 10만원도 없으면서 구해줘 홈즈 보고 이 집이 괜찮네, 저 집이 괜찮네 집 쇼핑하고 있음’, ‘나한테 2억 없는데 2억 정도면 싸네 이러면서 보고 있음’. 이는 시청자들이 구해줘 홈즈를 어떤 집 예능으로 인식하고 있는지, 구해줘 홈즈에게 기대하는 바가 무엇인지 한 문장으로 드러낸다.


구해줘 홈즈는 연예인들이 바쁜 현대인을 대신하여 직접 매물을 찾아주겠다는 컨셉의 예능이다. 인간의 삶에 필수요건인 집(주거 공간)을 다루는 예능답게, 예능의 주제와 구성이 사람들의 실제 생활과 매우 맞닿아 있다. 또한 시청자 게시판에 사연을 보낸 시청자들을 직접 섭외하여 집을 소개해주는 등, 시청자 참여의 공익성도 놓치지 않고 있다.



그러나 구해줘 홈즈를 굳이 비유하자면, 집을 고를 때 꿀팁을 생생하게 전달해주는 정보 목적 예능보다는 여행 방송 혹은 게임 방송에 가깝다. 여행 방송, 게임 방송이라니? 감이 잘 오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답은 앞서 언급한 시청자 반응에서 찾을 수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행 방송이나 게임 방송을 보면서 경험해보지 못한 것들을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하고 자신의 상황을 가정하여 상상한다. 그를 통해 지루한 일상 중에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것이다. 구해줘 홈즈를 보는 시청자들 역시 마찬가지이다. 구해줘 홈즈가 소개하는 집을 보면서 시청자들은 ‘내가 저 집에 살면 어떨까?’하는 가벼운 상상의 나래를 펼치곤 한다.




그렇다면 구해줘 홈즈가 놓쳐서는 안 될 세 가지 요소로는 무엇이 있을까?


첫 번째, 집이라는 무거운 소재를 가볍게 전달하는 것이다. 최근 몇 년 사이 부동산 가격이 치솟으며 주거 문제가 전 세대의 가장 큰 고민거리 중 하나가 되었다. 적은 금액 차이로 매매 대신 전세를 택한 젊은 가구들은 한 순간의 선택으로 턱없이 멀어진 내집마련의 꿈에 좌절하고, 새로 이사를 갈 형편은 안 되는데 살던 집의 가격이 터무니 없이 올라 세금에 부담을 느끼는 중장년 가구 역시 적지 않다. 이러한 사회 분위기 때문에 심지어는 학생들까지도 앞선 몇 년 후의 주거 문제를 고민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현실에서의 ‘집’은 많은 사람들에게 마냥 편안한 소재는 아닌 것이다.


한편 적지 않은 사람들은 종종 다음과 같은 말을 하곤 한다. ‘현실도 살기 팍팍한데 TV나 책, 영화에서까지 팍팍하고 우울한 내용을 봐야 해?’ 이는 공감대를 형성한답시고 함부로 우리네 삶의 그림자를 건들였다간, 특히 그것이 삶에서 뗄래야 뗄 수 없는 불가피한 요소이면 요소일수록, 오히려 역풍을 맞기 쉬움을 드러낸다. 여가 시간에는 힘든 것, 부정적인 것 잠시 다 내려놓고 좋은 것, 즐거운 것만 보면서 마음 편히 웃고 쉬길 원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따라서 마냥 유쾌하지만은 않은 ‘집’을 핵심 소재로 다루고 있는 구해줘 홈즈는 표현 방식의 가벼움을 통해 예능적 균형을 구현해야 한다. 예능을 보면서 한 칸짜리 좁은 월세 방이, 아직 남은 전세 대출이 생각나지 않을 수 있게 예능의 몰입감을 높이면서도 곳곳에 예능적 개그 요소를 배치하여 가벼운 웃음을 유발해야 한다. 집의 아름다운 전망이나 디자인을 카메라에 담아내고, 복팀과 덕팀의 대결구조에서 파생되는 예능인들의 재미있는 멘트들은 이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두 번째로 구해줘 홈즈가 집 예능으로서 갖춰야 할 요소를 추론해보겠다. 바로 재미있는 상상을 유도하는 것이다. 제 아무리 합리적이고 조건이 좋은 집일지라도, 의뢰인에게 안성맞춤인 집일지라도, 그 매력이 브라운관 너머의 시청자에게까지 전달되지 않는다면 모두 무용지물에 불과하다. 당장이라도 그 집에 살고 있는 나를 상상해보고, 나라면 그 집의 인테리어를 어떻게 할 것인지, 그 집에서의 하루를 어떻게 시작하고 어떻게 끝마칠 것인지 상상하고 싶어지는 재미 있고 매력적인 집들이 많이 소개되어야 한다.


상상의 재미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참신함도 필요하다. 같거나 비슷한 소재를 가지고 할 수 있는 대리 경험과 상상은 국한되어 있기 때문이다. 어제는 프랑스 대저택과 같은 집에서의 하루를 그려봤다면, 오늘은 뉴욕과 같은 대도시에서의 하루를, 내일은 시골마을에서의 한적한 하루를 그리고 싶지 않겠는가?


초반 회차의 구해줘 홈즈는 이를 수행하는데 큰 부족함이 없다. 가령 같은 원룸일지라도 조용하게 공부하길 원하는 의뢰인에겐 깔끔한 빌라와 오피스텔을, 예술적 영감이 필요한 의뢰인에겐 집의 구조나 인테리어가 특이한 형형색색의 빌라를 추천해주면서 프로그램 내에서 다양한 유형의 집을 소개하고자 했다. 회마다 달라지는 집의 유형은 시청자들에게 ‘오늘은 무슨 집이 나올까?’하는 궁금증과 ‘저런 집도 있었네?’하는 호기심을 유발하며 많은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가장 최근의 회차들을 보면 소개되는 대부분의 집이 수도권의 깔끔하고 무난한 집들에 국한되어 있다. 제주도 특집처럼 종종 특별한 집을 소개하는 회차도 물론 구성되어 있지만 초반에 비하면 집의 다채로움이 현저하게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 비슷한 형식의 집이 매번 반복해서 소개된다면 프로그램에 대한 시청자들의 궁금증과 호기심을 떨어질 수밖에 없다. 상상의 재미 역시 반감된다.


따라서 앞으로의 구해줘 홈즈가 지금처럼 예능적 재미를 놓치지 않는 선에서 보다 다양한 집의 유형을 소개함으로써 다채로움과 신선함까지 확보하길 기대해본다. 빌라, 오피스텔, 아파트, 주택 할 것 없이, 신축, 구축, 모던한 집, 감성 넘치는 아기자기한 집 할 것 없이 복덕방에선 보기 힘든 오직 구해줘 홈즈에서만 볼 수 있는 집들이 필요한 시점이다.



마지막으로 비수도권의 집을 지금보다 더욱 높은 비중으로 다루는 것이다. 2021년 방영된 25회차 중 4개의 회차를 제외하면 모든 회차에서 서울과 경기도 내의 수도권 집을 소개하고 있다. 이는 어쩌면 서울에 ‘살 수밖에 없는’, 서울에 ‘살고 싶어하는’ 현 사회를 있는 그대로 담아낸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일자리 때문에 선택의 여지 없이 서울살이를 하는 것이든, 인프라 등의 이유로 개인의 선호에 따라 서울살이를 선택한 것이든 현 우리사회의 서울 부동산 집중 과열 현상은 긍정적으로 보긴 어렵다. 따라서 공공복리 증진에 기여할 공적 책임이 있는 공영방송은 이를 일정 부분 해소하거나 완화할 의무가 있다.


방송 프로그램은 사람들의 의식을 창조하고 여론을 형성할 능력을 가지고 있다. 수도권 외의 집을 조명하며 지방의 우수한 인프라와 도시문화를 소개하거나, 지방의 특별한 집을 소개하는 것은 어떨까? 사람들에게 한 번쯤 지방 생활을 상상할 수 있게 만드는 프로그램, 사람들의 시야를 넓혀주는 프로그램이 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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