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로에는 유난히 고양이가 많다. 대로변이든 좁은 골목길이든 고양이가 액체괴물 마냥 흐른다. 햇빛이 떨어지는 카페 앞에는 잿빛의 고양이가 앉아 있고, 포장마차 옆에서는 튀김 냄새를 털로 뒤집어쓴 것 같은 노란 고양이가 있다. 검은색이 섞인 고양이가 웅크리고 있다가 몸을 늘인다. 근처 카페들은 이들을 위해 골판지 박스로 집을 만들어 둔다. 같이 놓인 담요의 결은 한 방향으로 쓸린 채 굳어 있다. 지정석 마냥 앉는 그들은 말쑥하게 차려입고 대접받기 좋아하는 손님 같기도 하다.
서울대병원 쪽문 근처에는 늘 같은 자리에 어슬렁대는 고양이가 한 마리 있다. 우리는 녀석에게 ‘스테이블’이라는 이름을 붙여줬다. 새까맣다 못해 먹물을 뒤집어쓴 털색에 눈동자만 노란색인 그는 병원 건물과 쪽문 사이를 누빈다. 건물 사이 하수도 관을 뛰어넘기도 하고, 양지바른 곳을 찾아 누워 있기도 한다. 발끝을 거의 들고 걷는 것처럼 조심스럽게 움직이는 모습이 귀엽기도 하고 측은하기도 하다.
스테이블은 왜 스테이블이냐, 그 먹물 색 고양이를 보면 그날 근무가 안정적이라는 속설이 붙인 이후다. "나 오늘 (스테)이블이 봐서 환자가 안 온 거잖아~" 능청을 떠는 동료가 있다. 정말 그런가, 신통하다고 생각하면서도 나는 그와 눈이 마주치고도 아주 바빴던 날들이 많아 배신감을 느끼기도 한다. 그 가설의 진위를 떠나 쪽문 근처에서 기척이 있으면 반갑다. 사람의 손을 많이 탄 탓인 지 꼬리를 세우며 곁에 와서 몸을 비비적대고 갸르릉 인사를 한다.
대학로의 고양이들은 동그란 렌즈를 알아보는 것만 같다. 촤르르 카메라 셔터음에 한껏 멋들어진 포즈를 취해줄 때도 있다. 고양이의 귀여움은 항상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