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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첫 모습, 대학로

노트북에 붙여놨던 스티커

by 재홍

나에게 서울의 첫 모습은 대학로였다. 병원 면접을 계기로 서울역에 도착해 4호선을 타고 내린 혜화역. 평일이라 거리가 한산했다. 왁자지껄 서울도 조용한 곳이 있구나, 하고 중얼거렸다. 하룻밤을 자야 하는 일정이라 저렴한 에어비엔비를 광장시장 근처에 구했다. 지글지글 구워지는 전과 호떡, 도너츠의 기름 냄새, 얼큰하게 취해 벌게진 사람들이 점령한 육회 골목, 신기하다는 듯이 파란 눈을 굴리는 여행자들. 숙소에서 내려다 보이는 선명한 청계천. 그 때만 해도 그 강을 매일 뛰어다닐 거라는 생각하지 못했다.


더듬더듬 말을 우물댔던 면접이 끝나고 마로니에 공원에 갔다. 한 여름에 아래위로 네이비색 정장을 차려 입은 나. 같은 색의 넥타이와 갈색 구두까지 야무지게 차려입고 땀을 뻘뻘 흘리며 벤치에 기대 앉은 나. 잘했나? 붙을 수 있을까? 같은 질문을 되뇌던 나. 대학로에는 대학생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이 다녔다. 사원증 목걸이를 맨 직장인들, 연극을 보러온 연인들, 올망졸망 노란 가방을 맨 어린이들. 아직 노란색으로 물들지 않은 가장 큰 은행나무 밑에서 상기된 얼굴로 열심히 지나다니는 이들을 구경했다. 나도 나이가 들 수 있을까 라는 실 없는 고민을 하던 때. 나도 모르는 사이 시간이 흘러가 노련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낙산 공원으로 올라갔다. 점심 시간이 살짝 지난 오후라 내 또래의 사람은 없었다. 사람들이 일하는 시간에 유유자적 뒷짐을 지고 천천히 오르막을 올랐다. 이어폰을 끼고 백예린 노래를 들었다. 청량한 음색만큼 나도 시원하고 상쾌해지고 싶었다. 쉼터를 지나 한양도성 성곽 옆을 지나 각종 운동기구를 지나...정상에 도착했다. 놀랍게도 낙산공원에는 정상이 있다! 큼지막히 써져 있는 포토존에서 혼자 사진을 찍었다. 탁 트여 있지만 구름이 많고 시야가 흐린 곳. 서울에 왔다는 실감이 들었다.


낙산 공원에서 찍은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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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