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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급 기획 Sep 10. 2024

전교 꼴등은 뭘 하고 있을까

밥은...먹고 다닐까...?

성적이 바뀌면
미래의 직장과 배우자가 바뀐다!


선생님도 버릇처럼 말하셨고, 나 자신도 버릇처럼만 듣고 있던 말이었다.


20대 마지막 해에 바라보는 지금, 그때 전교 꼴등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
그렇다면, 한 반에 40명 중 40등을 한, 전교권에서 뒤돌아봐도 5명 남짓한 나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


꼴등이 된 시점부터 지금까지 이야기를 써내려 보려 한다




미리 말하지만, 고교 시절 꼴등이 1등이 되었다는 드라마틱한 이야기는 없었다.

9등급에서 8등급이 되었고, 100점 만점 5점에서 10점이 되었던 정도가 최선이었다.


실패도 팔리는 시대라지만, 성공을 내포하지 않은 실패는 그저 오답노트에 불과했고, 나 또한 이대로면 나의 전망이 밝지 않겠다는 건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럼에도 나는 공부보단 하는 척이 늘어 버렸고, 스스로 “열심히 했지만 안된다”라는 방어기제를 만들어버렸다.


하지는 않았지만 스트레스는 받는, 다소 아이러니한 상황에 나는 스스로를 내던지고 말았다.


도대체 무엇이 힘들었을까 생각해 보면

지금 나도 나를 이해하기 힘들지만 당시에는 정말 힘든 나날을 보냈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렇게, 내가 무언가를 시도하거나 나아지려는 마음가짐은 없이, 마치 영화 속 멋진 선생님과 같이 누군가가 나를 이끌어주는 나날만을 기다리다 그대로 고3이 되고 말았었다.


그래도 고3이 되면 다르지 않을까?라고 아무런 시도나 노력 없이 나날을 보내면서 말이다.




당연하게도, 지조 있었던 나는 고3 시절까지도 수험공부를 해야 하는 처지를 비관하고, 몸만 크고 머리는 어린아이인 채로 투정을 부리다 그렇게 수능날이 되고 말았다.


사실 수능날이 어땠었나 하면 기억이 나는 건 단편적인 기억들 뿐이다.

그럼에도 정성스레 싸주신 부모님의 도시락과 점심 후 영어 듣기는 정말 졸음이 쏟아진다 정도의 기억


준비한 게 없었기에 긴장감은 없었고

시험을 잘 봐야 한다는 생각도, 망쳤을 때의 좌절감이나 걱정도 없이 수능을 보고 나왔다.


그렇게, 한 적도 없는 공부에 대한 해방감을 만끽하면서 남은 고교시절을 보내게 되었고

입학사정관제를 통해 4년제 대학교에, 심지어는 원하는 과를 선택하여 진학하게 되었다.


물론 그것마저도 단순히 컴퓨터(게임)를 좋아한다는 이유로 지원한 컴퓨터공학과긴 했지만




여기서 하나 상황을 떠올려보자

달리기를 연습하던 운동장에서 연습하는 척만 하던 선수가 시합에 내 던져졌을 때 과연 그 선수는 어떻게 됐을까


달리기는커녕 걷는 법도 까먹은 채로 엉금엉금 기어갔을 것이고, 이는 나와 같았다.



중간고사 0점, 기말고사 0점

사실 생각해 보면 아무것도 안 하고 무엇을 기대하고 있었을까


사람 고쳐 쓰는 거 아니라는 말이 있듯이 대학생인 나도 그저 한결같은 나였고

고등학교 시절 그래도 5점은 받았던 수학 성적표가 대단해 보일 정도로 초라한 성적표를 안게 된 전교 꼴등은 이번에도 되풀이될까 다급해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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