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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할수 Jun 22. 2024

한글교실에서2

받아쓰기 수업 2

받아쓰기 수업 2


나는 한글교실 수업에서  받아쓰기를 한 후 매겨주지 않는다.  노인 교육생들 중 한 명이 매겨 달라며 투덜댔지만. 내가 받아쓰기를 한 후 매겨주지 않는 이유는 많이 맞추면 신이 나겠지만, 많이 틀리면 자신감이 사라져 의욕이 상실되는데 애써 시간을 내 매겨줄 필요가 있겠나 싶어서다. 


처음엔 받아쓰기를 할 때 한 낱말을 몇 번 불러준 후 한 분 한 분 어떻게 쓰는지  다가가 살펴보았다.  내가 불러준 낱말을  잘 알아듣지 못한 사람들에겐 옆에서 다시 그 낱말을 불러주었다. 그리고 일인 과외를 하듯 그분에게 맞춰 설명을 했다. 우리 글자들 중에는 글자 그대로 발음하지 않는 것들이 많다.  노인 교육생들은 이게 헷갈려 내가 불러주는 낱말을 소리 나는 대로 적기 일 수다. 


요즘 내가 받아쓰기하는 방식은 이렇다. 내가  한 낱말을 불러주면 교육생들은 공책에 받아 적는다. 교육생들이 공책에 받아 적고 나면 내가 칠판에 그 낱말을 적는다. 그리곤 각자가 직접 맞게 썼는지 확인하라고 한다.  그다음엔 글자와 말소리와 어떻게 다른지 설명한다.  '얻을 수 있다'는 '어들 수 있따'로   발음되지만 '얻을 수 있다'라고 쓰야 한다고 설명한다. 받침이 있는 글자 뒤에 나오는 글자가 ㅇ으로 시작하면 받침이 ㅇ자리로 옮겨가서 '얻을 수'가 '어들 수'로 발음이 된다고 발음의 원리도 설명해 준다.  


나는 발음이 그다지 정확하지 않다. 경상도 사람인지라 경상도 사람의 특징을 가지고 있어서  '으'와 '어'를 제대로 구별해서 발음하지 못한다. 즉 건물을 근물로 은근하게는 언건하게 식으로 발음하는데, 받아쓰기할 때는  '어'를  발음할 때는 입을 내밀고 '으'를 발음할 때는 입을 옆으로 벌리려고 애를 쓴다.  


그리고 어려운 글자는 쌍자음 글자와 겹받침이 있는 글자다.  꾀라는 글자를 예를 들면 꾀를 발음하면서 ㄱ 발음이 억센지 부드러운지 들어보라고 한다. 그리고 괴를 발음하면서 역시 억센지 부드러운지 들어보라고 한다. 이 외에도 억센 소리가 나는 글자는 모두 쌍자음으로 시작한다는 것을 알려준다. 


꾁과 괵, 꾄과 괸, 꾕과 굉, 꾈과 괼 등을 발음하면서 ㄱ과 쌍ㄱ이 어떻게 발음이 되는지 잘 들어보고 말해보라고 한다. 또 받침에 있는 ㄱ, ㄴ, ㄷ, ㅇ, ㄹ, ㅂ, ㅈ, 등이 어떻게 발음이 되는지도 들어보고 스스로 말하면서 들어보라고 한다. 이렇게 해야 받아쓰기를 잘할 수 있다면서. 한 교육생이 들어봐도 못 알아듣겠다며 불평했다. 그러면서  "그냥 매겨주면 좋은데."라는 혼잣말까지 곁들였다. 


두 번째 수업이 끝날 때였다. 한 교육생이 큰 소리로 


"선생님, 사랑합니다."


라고 외쳤다. 모두를 손뼉 치며 웃었다.  수업 방식이 그 교육생에게 맞았던 것이다. 수업 횟수를 거듭할수록 눈을 반짝이며 고개를 끄덕이며 내가 하는 말을 듣는 교육생이 늘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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