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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교실에서 3

중심문장 찾기가 시간낭비일까?

by 할수 최정희


이번 단원은 웰빙에 관한 설명문이다. 설명문이다 보니 학습활동에 단락마다 중심문장 찾기가 있다. 본문을 읽고 학습활동을 하려면 문단과 문장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앞에서 문단과 문장에 대해 설명한 후 돌아다니며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단락과 문장을 이해하는지 알아보았다. 몇 사람을 제외하고 대부분 이해를 못 했다. 이날만 해도 단락과 문장에 대한 똑같은 말을 스무 번도 더 했다. 문장과 단락에 대해 설명한 것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 세 번째인데도


본문을 읽고 내용을 설명한 뒤에 첫 째 단락에서 중심문장을 찾는 활동을 했다. 우선 첫 째 단락을 찾아보라고 했다. 그리고 문장이 몇 개 있는지 세어보라고 했다. 강의실 안을 돌아다니며 한 사람 한 사람 확인해 보면, 첫 째 단락을 못 찾는 사람도 있고 문장이 몇 개인지 모르는 사람도 있다. 모르는 사람에게 첫 째 단락이 어딘지 가르쳐 주고 문장이 몇 개인지도 가르쳐 주었다.


첫 째 단락은 문장이 두 개뿐이다. 이 두 문장을 여러 번 읽어보고 중심문장을 찾아보라고 했다. 교육생들은 중심문장을 찾기 위해 소리 내 읽기 시작했다. 책을 읽을 때 소리 내 읽어야 이해가 잘 된다고 소리 내어 읽어라고 했기 때문이다. 몇몇 사람은 중심문장을 찾아냈다. 그때 한 교육생이 불쑥 불평을 했다.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다. 그냥 가르쳐 주면 되는데 말라꼬 시간 낭비하노?"


이건 가르쳐 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자신이 깨쳐서 찾아내는 하는 것인데. 이런 활동을 할 때 뇌의 활성화가 일어나는 순간인데, 시간 낭비라니! 좀 짜증이 났다. 이 교육생이 이런 말을 한 것이 처음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교육생은 이미 몇 번이나 배울 수 없는 것을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하고 가르쳐 달라고 했다.


그때마다 가르칠 수 없는 것이 있다고. 어떤 것들은 스스로 깨우쳐야 한다고. 수업할 때 매우 쉬운 것을 할 때도 있고 어렵다고 생각되는 것을 할 수도 있다고. 교육생 모두 한글을 아는 수준이 다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는 수업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쉬운 것 할 때는 좀 기다려주거나, 어려운 낱말을 공부하거나 책을 읽어라고. 어려운 것 할 때는 여러 번 듣다 보면 차차 이해될 거니 집중하라고. 내 목소리가 높아졌다.


"중심문장 찾기 위해 한 번 읽어도 되고 세 번 읽어도 되고 열 번 읽어도 됩니다. 안 읽어도 됩니다. 너무 어려워서 혹은 하기 싫으면 중심문장 안 찾아도 됩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만큼 혹은 하고 싶은 만큼 하면 됩니다."


교육생들에게 중심문장 찾으라고 하는 대신 '이 문장이 중심문장입니다.'라고 말해 주면, 나는 훨씬 수월할 것이다. 교육생들은 중심문장을 안다고 착각하고 넘어갈 것이라 이런 불평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인데.


이렇게 해서는 공부가 안 된다는 것을 알기에 왔다 갔다 하면서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애써 설명하는 것인데 이 교육생은 너무 몰라주는 것 같다. 그래도 알아주는 교육생들이 영 없지는 않다. 지난 단원 학습활동을 할 때 한 교육생이 기쁨이 그득 찬 목소리로 말했다.


"이렇게 몇 번만 더 하면 할 수 있겠다."


며칠 후 숙제를 내줄 때였다. 또 이 교육생이 짜증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집에 할 일도 많은데, 이렇게 많이 내주면 우야노. “


나는 말문이 막혔다. 이날 숙제는 이전에 내주었던 숙제보다 적으면 적었지 많지 않았다 숙제할 시간이 없으면 안 하면 그만 아닌가. 이 교육생은 뭐든 자신에게 맞추라고 하는 것 같다. 일대일 개인과외도 아닌데. 사실 개인과외라도 좀 힘들게 해야 공부가 늘지 않나.


“숙제를 해도 되고 안 해도 됩니다. 더 많이 해도 되고 조금 해도 됩니다. 숙제를 하는 만큼 한글을 더 빨리 익힐 수 있으니, 하는 것이 더 좋겠지요."라고 이전에도 몇 번 했던 말을 반복했다.


그 교육생이 어떤 부정적인 말을 할 때마다 내가 민감하게 반응했던 것 같다. 잘해주고 싶은 마음에서. 앞으론 부정적인 말을 할 때 못 들은 척 반응하지 않을 생각이다. 대신 긍정적일 때 관심을 갖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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