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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할수 Jun 29. 2024

한글교실에서 3

중심문장 찾기가 시간낭비일까?


이번 단원은 웰빙에 관한 설명문이다. 설명문이다 보니 학습활동에 단락마다 중심문장 찾기가 있다. 본문을 읽고 학습활동을 하려면 문단과 문장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앞에서 문단과 문장에 대해 설명한 후 돌아다니며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단락과 문장을 이해하는지 알아보았다. 몇 사람을 제외하고 대부분 이해를 못 했다. 이날만 해도 단락과 문장에 대한 똑같은 말을 스무 번도 더 했다. 문장과 단락에 대해 설명한 것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 세 번째인데도


본문을 읽고 내용을 설명한 뒤에 첫 째 단락에서 중심문장을 찾는 활동을 했다.  우선 첫 째 단락을 찾아보라고 했다. 그리고 문장이 몇 개 있는지 세어보라고 했다. 강의실 안을 돌아다니며 한 사람 한 사람 확인해 보면, 첫 째 단락을 못 찾는 사람도 있고 문장이 몇 개인지 모르는 사람도 있다. 모르는  사람에게 첫 째 단락이 어딘지 가르쳐 주고  문장이 몇 개인지도 가르쳐 주었다.


첫 째 단락은 문장이 두 개뿐이다. 이 두 문장을 여러 번 읽어보고 중심문장을 찾아보라고 했다. 교육생들은 중심문장을 찾기 위해 소리 내 읽기 시작했다. 책을 읽을 때 소리 내 읽어야 이해가 잘 된다고 소리 내어 읽어라고 했기 때문이다. 몇몇 사람은 중심문장을 찾아냈다. 그때 한 교육생이 불쑥 불평을 했다.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다. 그냥 가르쳐 주면 되는데 말라꼬 시간 낭비하노?"


이건 가르쳐 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자신이 깨쳐서 찾아내는 하는 것인데. 이런 활동을 할 때 뇌의 활성화가 일어나는 순간인데, 시간 낭비라니!  좀 짜증이 났다. 이 교육생이 이런 말을 한 것이 처음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교육생은 이미 몇 번이나 배울 수 없는 것을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하고 가르쳐 달라고 했다.


그때마다 가르칠 수 없는 것이 있다고. 어떤 것들은 스스로 깨우쳐야 한다고. 수업할 때 매우 쉬운 것을 할 때도 있고 어렵다고 생각되는 것을 할 수도 있다고.  교육생 모두 한글을 아는 수준이 다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는 수업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쉬운 것 할 때는 좀 기다려주거나, 어려운 낱말을 공부하거나 책을 읽어라고. 어려운 것 할 때는 여러 번 듣다 보면 차차 이해될 거니 집중하라고. 내 목소리가 높아졌다.


"중심문장 찾기 위해 한 번 읽어도 되고 세 번 읽어도 되고 열 번 읽어도 됩니다. 안 읽어도 됩니다. 너무 어려워서 혹은 하기 싫으면 중심문장 안 찾아도 됩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만큼 혹은 하고 싶은 만큼 하면 됩니다."


교육생들에게 중심문장 찾으라고 하는 대신 '이 문장이 중심문장입니다.'라고 말해 주면, 나는 훨씬 수월할 것이다. 교육생들은 중심문장을 안다고 착각하고 넘어갈 것이라 이런 불평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인데.


이렇게 해서는 공부가 안 된다는 것을 알기에  왔다 갔다 하면서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애써 설명하는 것인데 이 교육생은 너무 몰라주는 것 같다.  그래도 알아주는 교육생들이 영 없지는 않다. 지난 단원 학습활동을 할 때 한 교육생이 기쁨이 그득 찬 목소리로 말했다.


"이렇게 몇 번만 더 하면 할 수 있겠다."


며칠 후 숙제를 내줄 때였다. 또 이 교육생이 짜증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집에 할 일도 많은데, 이렇게 많이 내주면 우야노. “


나는 말문이 막혔다. 이날 숙제는 이전에  내주었던 숙제보다 적으면 적었지 많지 않았다 숙제할 시간이 없으면 안 하면 그만 아닌가. 이 교육생은 뭐든 자신에게 맞추라고 하는 것 같다. 일대일 개인과외도 아닌데. 사실 개인과외라도 좀 힘들게 해야 공부가 늘지 않나.


“숙제를 해도 되고 안 해도 됩니다. 더 많이 해도 되고 조금 해도 됩니다. 숙제를 하는 만큼 한글을 더 빨리 익힐 수 있으니, 하는 것이 더 좋겠지요."라고 이전에도 몇 번 했던 말을 반복했다.


그 교육생이 어떤 부정적인 말을 할 때마다 내가 민감하게 반응했던 것 같다. 잘해주고  싶은 마음에서. 앞으론 부정적인 말을 할 때 못 들은 척 반응하지 않을 생각이다. 대신 긍정적일 때 관심을 갖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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