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독립할 거야
며칠 전 지인과 오늘 커피 한 잔 하자며 약속을 잡았다.
이번에도 내가 먼저!
사실 내가 먼저 만남을 제안하던 상대방이 하던 큰 상관은 없다.
하지만 그게 한 두 번씩 쌓이게 되면 상관이 없던 일이 되지 않는 게 문제다.
별거 아닌 이슈로 나 자신에게 끊임없는 의문이 생긴다.
내가 재미없는 사람인가?
나와의 만남이 유익하지 않다고 해서 그런 걸까?
사람 만나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 걸까?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나를 보면, 스스로가 그렇게 한심할 수가 없다.
내가 이렇게 속이 좁은 사람이었던가?
아침부터 연락을 먼저 할까 하다가 이번에는 그냥 가만히 있었다.
나름의 자존심을 지키려고 했던 것 같다.
먼저 연락이 오기를 기다렸으나 그 약속은 까맣게 잊혔나 보다.
사실 정리라고 해봤자 그 사람을 안 만난다는 것은 아니다
어차피 같은 동네 주민이니 오고 가고 하며 매일 만나게 된다.
여기서 의미하는 정리는 그냥 내 마음의 정리이다.
해외에 나와 있으니 사람이 그립다.
사람이 그리워서 만나고는 싶은데
또 만나면 이런저런 이야기들로 스트레스를 받는다.
모순도 이런 모순이 없다.
그런 말들이 신경 쓰이면 안 만나면 그뿐일걸
왜 나는 이토록 만남을 갖고 싶은 걸까?
나는 어떻게 하고 싶은 걸까?
여하튼 이런 마음으로 그냥 집에 들어가고 싶진 않았다.
그래서 이탈리아에 온 지 1년 반 만에 혼자 카페에 앉아 커피를 마시고 왔다.
오랜만에 카페에 혼자 앉아있으니
사실은 내가 카페에 앉아 사람들을 관찰하는걸 종종 즐기던 사람이었다는 걸 깨달았다.
맞아. 그때의 나는 혼자 카페에 앉아서 멍하니 밖을 바라보는걸 참 좋아했지.
이것도 재밌네?
나 정말로 밀라네제가 된 것 같잖아? 나 좀 멋진데?
집 앞인데 무언가 여행 온 기분이잖아. 새롭다.
신랑에게 인증샷을 찍어 보냈더니 나의 독립(?)을 격려해주었다.
내친김에 이번 주 금요일에 브레라 미술관도 예약했다.
나 홀로 미술관이라니 생각만 해도 설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