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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수림 Jul 11. 2021

프리랜서의 도시락 2

초기, 도시락 대전


손바닥만 한 계란말이  샀다.

가격은 7000원대로 비싸지 않았고, 와서 보니 가볍고 넘어지지도 않는 데다 계란 두 개도 말 수 있어서 정말 좋았다.


주먹밥 틀도 샀다.

생각보다 주먹밥에 밥이 엄청 들어가서, 두 개 먹으면 배가 꽉 찼다. 이 틀로 밥 한 솥과 스팸, 계란으로 스팸 계란 주먹밥을 만들어 놨더니, 가족들도 꽤 잘 먹었다.


어쩌다 보니 사게 된 와플 메이커.

냉동실에 남아있던 엄마의 걸작 팽이버섯 스팸 전을 꾹 눌러 먹으니 겉은 바삭, 속은 촉촉해서 너무 맛있었다. 크로와상 생지 70g짜리를 점심 대신 먹기도 했다. 설탕을 뿌려 구운 바삭한 크로플(크로와상 생지를 와플메이커에 구운 것)에 무화과 잼과 클로티드 크림을 곁들어서 먹으니 그야말로 천국! 맨날맨날 두 개씩 먹고 싶은 맛이다.


거의 매일 도시락을 싸서 방에 가져가 먹으니 능률도 제법 올랐다. 내가 도시락을 싸 가는 걸 아니 밥 먹으라고 부르지도 않았고, 정말 필요할 때만 불렀기 때문이다. 아마 "얼마나 귀찮았으면 도시락까지 싸 갈까"라는 마음에 그러시는 거 같았다.


사실 나 재밌으라고 이러는 건데.


일에 집중이 되지 않아서 시작한 건 사실이지만, 재밌어 보여서 시작한 게 더 컸다. 그래서일까. 부쩍 조심하는 가족들의 모습을 보니 조금 양심에 찔렸다.  


*


5월에서 6월로 딱 넘어가던 그때의 베스트 도시락은 바로 '새우튀김' 도시락.



가족이 돌아온 길에 사 온 새우튀김. 일식집에서 가져온 거라던 그 새우튀김은 정말 맛있었다.  나는 그중 세 개를  도시락 반찬으로 썼다. 새우를 가위로 잘라 넣고, 그 위에 일식집에서 온- 살짝 갈색빛이 나는 투명한 소스를 뿌렸다(일식집 소스라는데 대체 무슨 소스일까? 찾고 싶은데 알 길이 없었다).


나머지 칸에 집 반찬을 차곡차곡 쌓아 넣고, 빛깔이 고운 방울토마토 몇 개 까지 넣었더니 금세 훌륭한 도시락이 되었다. 나는 도시락을 방에 들고 와서 일하는 틈틈이 먹었다. 살짝 느끼한 새우튀김에 담백하고 깔끔한 집 반찬을 곁들여 먹으니 금상첨화였다.


메인 반찬이 참 중요하구나.


맛있는 게 하나 끼어있으니 도시락 먹기가 훨씬 재밌어지네. 새우튀김을 반찬으로 한 후, 메인 반찬의 중요성을 깨달은 나는 시간 날 때마다 틈틈이 육류 반찬거리를 찾게 되었다.


날이 더워지니 오래 보관할 수 있는 냉동식품에, 나뿐만이 아니라 집안사람들도 잘 먹을 수 있는 반찬.  냉장고를 덜 차지하면 더 좋다. 제법 까다로운 조건을 전제로 반찬거리를 찾던 나는, 모 사이트에서 특이한 냉동식품을 발견했다.


"스틱 떡갈비?"


내가 알던 넓적한 떡갈비와는 달리, 몸이 얇고 길이는 손가락 마디만 한 떡갈비가 있었다. 신기하게 생겼네. 녹기도 금방 녹을 거 같고.


사볼까?

사보자!


나는 한 차례 고민 끝에, 스틱 떡갈비를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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