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수 Jul 17. 2021

프리랜서의 도시락 6

치킨스톡으로 요리해보기

광고 노우!

마트에서 치킨스톡을 샀다.


딱히 이걸로 뭘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나 목적은 없었다. 그냥 예전에 문득 '이게 있으면 간을 맞출 때 좋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어서 산 것일 뿐. 실제로 이걸 사고 난 후 인터넷으로 서치를 몇 번 해보고 난 뒤에야 이게 어디서, 어떻게 쓰이는지 알 수 있었다.


치킨스톡은 닭과 야채 등을 고아서 만든 국물로, 주로 고체로 만들어져서 유통이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요즘에는 내가 산 것처럼 액체로 된 것도 많이 나온다고 한다.


한 번도 써 본 적이 없는 물건이라 낯설긴 했지만 볶음요리나 파스타, 국 등 다방면으로 쓸 수 있다고, 누구든 쉽게 할 수 있다고 쓰여 있는 글귀를 보니 묘한 자신감이 생겼다. 생긴 걸 보니 서양의 굴소스 같은 걸까. 뭘 해볼까. 치킨스톡을 산 당일, 나는 치킨스톡으로 뭘 할까, 이것저것 궁리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


다음 날, 도시락을 쌀 시간이 되자마자 나는 치킨스톡을 꺼내고 야채실을 살펴보았다. 당근과 양파, 그리고 고추. 우리 집에 항상 구비해두는 기본 야채들이 눈에 띄었다. 이 소스는 처음 해 먹는 거니 간단하게 해 먹어야지. 나는 양파 반 개, 당근 반 쪽, 그리고 고추 두 개를 꺼내 도마 위에 올려놓고 차례대로 다졌다.


볶음밥을 해 먹을까.


만들기 쉽고 맛있는 집밥의 대표주자, 볶음밥. 좋다. 오늘은 이거다. 야채를 다 다져놓은 후에야(뭘 만들겠다는 생각도 없이 야채를 다지다니, 아무 생각이 없었던 거 같다) 즉흥적으로 결정한 나는 곧바로 밥을 펐다. 그리고 프라이팬을 꺼내 기름을 둘러 달군 다음 얇게 다져진 야채들을 재빨리 볶았다.


잘 볶아진 야채가 금세 노릇노릇해졌고, 나는 재빨리 밥을 부었다. 야채 다 탄다. 빨리빨리! 생각보다 금세 타버리는 야채 때문에 조급해진 나는 서둘러 밥을 섞었고, 동시에 준비해두었던 치킨스톡을 부었다. 치킨스톡이 쇠수저 반 스푼 정도 들어가자 밥은 살짝 노란빛을 뗬다.


볶음밥은 금세 완성이 되었다. 야채가 제법 들어갔던 탓에 밥의 양이 늘어, 평소와는 달리 도시락 한 칸을 볶음밥으로 할애하고, 나머지에는 반찬과 토마토를 넣었다.


이번 밥은 어떤 맛일까. 처음 써보는 조미료(조미료라고 하기에는 애매하지만)를 넣은 볶음밥이라 기대가 됐다. 나는 밥시간이 되자마자 만들었던 볶음밥을 먹어 보았다.


고슬고슬한 밥에서 스며든 닭의 향과 잘 익은 야채가 섞인 맛... 맛있었다. 굴소스보다 강하지 않았지만, 더 부드러웠다. 달짝지근한 건 똑같지만 굴소스 특유의 쨍한 맛이 없다고 해야 하나. 개인적으로 굉장히 취향이었다.


이 뒤로 국이나 밥을 할 때 치킨스톡을 살짝씩 넣게 되었다. 밋밋한 밥이나 계란말이, 간단한 국을 할 때 넣으면 딱 좋았기 때문이다. 사 오길 잘했다. 나는 흐뭇한 마음으로 오늘도 계란말이에 스톡을 한 방울 넣었다.  

심심한 계란말이와 볶음밥 등에 넣으면 좋은 재료!



작가의 이전글 프리랜서의 도시락 5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