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초, 본격적으로 날이 더워지자 불 가까이에도 가기 싫어진다. 집 안에 있는 강아지는 물론, 밖에 있는 고양이와 큰 개도 이미 더위에 치쳐 널브러진 지 오래다. 그래도 뭘 먹어야 할 텐데. 나는 일단 주방에서 나와본다. 활짝 열려 있는 창문들과 집 문, 쌩쌩 돌아가고 있는 선풍기를 보니 한여름이 다가오고 있다는 게 실감이 났다.
오랜만에 라면이나 끓여볼까.
오늘만 도시락 휴업이다. 입맛이 없을 때는 한국인의 소울푸드 만한 게 없지. 비록 불을 켜야 한 다는 게 좀 그랬지만 라면은 또 금방 끓으니 괜찮겠다 싶다.
언니의 도시락(메인)
(받은 게 있고 하니) 일단 언니의 도시락을 싸서 준비한 후, 잠시 열을 식힌 다음 라면 봉지를 뜯었다. 그런데 막상 뜯고 보니 뜨거운 국물은 영 당기지가 않아, 고심 끝에 쿠지라이 식 라면을 끓이기로 했다.
쿠지라이식 라면은 한 대 SNS에서 대유행했던 라면의 일종으로, 국물을 최소한으로 해서 만들어먹는 볶음식 라면이다. 준비물은 계란과 치즈, 그리고 봉지 라면.
계란을 꺼내자 마자 이슬이 송글송글 맺힌다
먼저, 냄비에 물을 평소의 반 정도만 붓는다.
물이 끓으면 라면을 넣어 면을 익힌다(여기서 필자는 면에서 나오는 기름 물을 버리지만, 버리지 않고 같이 끓이는 게 훨씬 맛있다).
면이 풀리면 수프를 반 정도 넣고, 치즈와 계란을 얹어준다.
약불로 삶다가 뚜껑을 닫고 30분 정도 뜸을 들이면 완성!
원래 촉촉한 걸 좋아해서 볶음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지만, 어찌 되었든 쿠지라이식 라면의 레시피대로이다.
라면만 먹으면 더울 거 같으니 커피도 타갈까?
매일 한 잔씩 먹는 커피에 언니가 사다 놓은 아몬드 브리즈, 그리고 설탕을 살짝 곁들여 마시는 아몬드 브리즈 커피. 처음에는 우유에 비해 밍밍한 맛 때문인지 그다지이었지만 익숙해지면 이만한 게 없는 커피였다.
그럼 커피를 내려볼까. 나는 작년에 산 커피 머신과 영구 캡슐로 커피를 내렸다.
겨울에 산 영구 캡슐. 사용도 세척도 간편하다
다 내린 커피에 설탕을 두 스푼 넣고 섞은 후 커다란 얼음 덩어리를 다섯 개 넣는다. 그리고 아몬드 브리즈의 꼭지를 가위로 잘라 졸졸 따르면 브리즈 커피 완성.
커피를 재빨리 탄 후 뜸을 들이고 있던 라면 냄비와 함께 방으로 들여온다. 시원한 선풍기와 재미있는 영상, 그리고 라면을 함께 곁들이니 피서가 따로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