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인의 일상

새출발은 언제, 가능할까요?

by 크리스티나

서울살이를 접고 귀향을 결정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어요. 우선 하던 일을 접어야했고, 시골에 정착한 이후의 생활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내린 결정이었기에 더욱 어려운 일이었지요.


여고 졸업후 상경해 대학을 졸업하고 사교육에 오랫동안 몸담았습니다. 10여년 정도 강사생활을 했고 그후 8년은 학원을 운영했구요. 그런데 학원 시작한지 4년 정도 지나자 번아웃이 오더군요. 일에 열정이 나지 않고 체력도 고갈된데다가 건강에도 적신호가 켜지고, 아버지와 막내오빠의 잇따른 죽음도 심리적으로 적지않은 영향을 끼쳤구요.


모든 것이 무의미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삶이 정지된 듯 느껴졌어요. 쳇바퀴 돌듯 일상을 살아가는 것이 너무 힘에 부치더군요. 삶이 제게 묻는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인생에서 무엇이 가치로운지? 지금부터 어떤 삶을 살아갈 것인지를. 길이 멈춘 지점에서 저는 다시 길을 찾기 시작한거였죠.


학생들과 호흡하고 아이들의 성적이 향상될 때 제가 이전에 느꼈던 보람은 온데간데 없어졌고 아이들과 보내는 시간들에 지쳐가기 시작했어요. 그때부터 일을 접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더이상 흥이 나지 않는데 학원을 붙들고 있다는 사실이 의미가 없다는 판단이 들었습니다.


학원을 그만둔다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았어요. 우선 입시생들이 있어서 시기를 잘 선택해야 했고 현실적으로는 이후의 삶도 고민해야 했구요. 생각만 복잡한 가운데 시간은 흘러갔고 2020년 코로나 상황에 직면하게 되었어요.


교육부에서 학생 건강권을 이유로 휴원을 강하게 권고하더군요. 휴원 상태에서 한주 두주 시간이 갔고, 사태를 보니 쉽게 끝날 감염병이 아니었고요. 저는 그때 과감히 학원을 정리했어요. 무엇도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서울살림을 정리하고 어머니 계시던 고향행을 선택했어요.


지금 생각하면 제 인생을 건 모험이었죠. 시골로 내려와서 어머니와 보냈던 시간들, 그후 당신을 요양병원에 모셨던 기억, 코로나 상황으로 면회조차 허용되지 않아 발을 동동 굴렀던 날들. 그 많은 일들을 겪어내는 가운데 무엇을 해서 새출발을 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늘 고민이었구요.


우선 사교육은 더이상 하고 싶지 않다는 것과 다른 자영업도 미련은 없다는 제 마음을 확인하고나자 선택의 폭이 넓지 않다는 현실 앞에 서게 되더군요. 서점인이 되기 전에 업종을 바꾸어가며 파트 타임 일을 몇개월씩 해보았어요. 경험을 해보니 의외로 서비스업이 저의 성격에 맞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죠.


인생에서 새출발을 한다는 것은 언제 가능할까?하는 생각을 종종 하거든요. 결론은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인정할 수 있을 때에 새 인생도 가능해진다는 것. 주변분들이 저에게 가끔 묻거든요. 서울보다 지금 사는 곳이 나은점이 있는지? 학생들과 함께 할 때보다 서점인으로 사는 지금의 생활의 장점이 있는지를 말이죠. 저의 대답은... 글쎄요, 무엇이 낫고 못하고의 문제는 아닌 것 같아요. 마음이 없는 곳에서 두려움 때문에 떠나지 못하는 자신이 싫었을 뿐이었던거죠.


어쩌면 결심을 했던 그 시기에 자신에게 필요했던 것은 어떤 일이 되었든 새출발을 할 수 있는 스스로의 용기를 확인하는 일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지금에야 합니다. 스무살 나이에 가방 하나 들고 먼 타지로 떠났던 그때처럼 작은 트럭 하나에 간소한 짐만 싣고 돌아왔던 2020년 봄은 그렇게 제 인생에 또 하나의 터닝포인트였던 거죠.

고향의 회화나무

긴 인생에서 저는 앞으로 또 새로운 출발 지점에 서는 일이 있을 수 있다고 봐요. 다시 용기를 낼 수 있을까요? 잠이 쉽게 오지 않는 밤이면 저는 상상해봅니다. 먼 길을 다시 떠나고 또 집으로 돌아오는 자신을. 손에 값진 보물을 쥐고 돌아오지는 않더라도 이전과는 사뭇 달라진 자신을 말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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