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또 한 시절이 저물어가고
2012년부터 독서모임에 참석하기 시작했습니다. 한 모임에 짧게는 일 년, 길게는 사 년 정도 참여를 했어요. 일때문에 모임에 불참한 적이 있긴 했지만 어쨌든 책모임을 시작하고나서부터는 어떤 성격의 모임에든 꾸준히 나갔던 셈입니다.
저는 어제 늦은밤 2년 동안 함께 했던 책모임에서 탈퇴를 했습니다. 하나의 취미를 십년 넘게 해왔으면 꽤나 미련스럽게 지속했다는 판단이 들었고, 이제 정작 자신이 원하는 책을 홀로 읽고 싶은 생각이 들어서입니다.
도서관에서 하는 독서모임에서 시작해 고전읽기 모임, 개인이 카페에서 운영하는 책모임까지.. 두루 섭렵했다 볼 수 있어요. 토론 모임의 형식은 한두 가지로 규정할 수 없고, 같은 모임이라도 회원의 구성이 달라지면 또 공기의 흐름이 변하기도 하구요.
책에 꽤나 애착이 있고 무엇엔가 진지하게 몰두하는 성향이어서 독서를 따로 공부하기도 했습니다. 독서지도와 독서심리상담, 그리고 도서관에서 짧게 운영한 그림책 수업까지 공부를 했네요. 그것들이 현실적으로 어떤 소용이 있으리라는 생각은 애초에 하지 않았어요. 다만 지금 서점에 근무하면서 많은 도움이 되는 측면이 있는 것은 맞구요.
처음 독서모임에 발을 디뎠을 때는 성장하고자 하는 욕구가 강했었죠. 그런데 시간이 지나자 애초의 기대감을 충족시키는 것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판단이 들었고 , 그렇게 해를 더해가면서 좀 마음을 비우고 그저 취미모임에 나간다는 정도로 생각을 정리했죠. 아마 다른분들도 크게 다르지는 않을거라 짐작이 됩니다.
어쨌든 꽤 긴 시간 지속되었던 함께읽기의 시간은 이제 제 인생에서 저물어가는 것 같습니다. 하나의 꽃이 피고 또 지듯이 저에게 좋은 추억을 선물해 주었던 모임의 시간들도 지는 때가 온 것 같습니다. 허무하지는 않습니다. 좋은 교제가 있었고, 그 가운데서 서로 배울 수 있었기에 굳이 다시 만나지 않더라도 그 인연은 그것대로 좋았습니다. 꽃이 아무리 아름다워도 그 꽃이 떨어져야 열매가 맺히는 시간이 오는 법이지요.
어제는 비가 내리고 밤에는 바람까지 꽤 불더군요. 마치 저의 마음속 깊은 곳에서도 방향을 가늠할 수 없는 바람이 부는 듯했습니다. 그 바람 어느 곳을 향해갈지 지금은 헤아릴 수 있는 지혜가 없지만, 제가 원하는 것보다 더 좋은 삶이 기다리고 있다고 믿습니다. 삶은 저 자신보다 항상 더 멀리 보았고 늘 옳았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