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없이 주기만 하는 고마운 당신들
살면서 한없이 내어주기만 하는 사람이 있을까... 일단 나는 그렇지 못한 사람이다. 나는 기브 앤 테이크가 편하고 뭔가를 받으면 빚진 거 같은 기분이 든다. 그래서 그에 상응하는 무언가를 돌려주는 걸로 마음의 부담을 더는 편이다.
예전에는 도움을 받는 걸 싫어하고 도와달라 말을 하는 게 너무 싫었다. 나의 약함을 드러내는 거 같았다. 실제로 그때는 내 마음이 약했었기에 그걸 드러내는 게 싫었겠지.. 지금은 도와달라는 소리가 너무 잘 나온다. 도와 달라는 그 말이 내가 약하다는 걸 드러내는 게 아니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이제는 나도 도움을 받고, 나도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면 된다로 생각이 많이 바뀌었고 그래서 더 편해졌다. 지금도 타인에게 도움을 구하지 못하고 혼자 힘들어하는 후배들을 보면 '혼자 얼마나 힘들까' 그 마음을 알 것 같아 안쓰럽기도 하다.
그런데 나도 도움을 받고, 나도 도움을 주면 된다 생각했지만 한없이 주기만 하는 존재들 앞에서는 나는 뭘 해줄 수 있을까. 나는 매겨진 값을 치르고 먹기만 하면 그게 주는 게 되는 걸까.. 그런 생각을 하기에는 한없이 미안해지는 존재들이 있다.
축산농가에 출장을 나갔더니 눈망울 마저 너무 예쁜 소들이 저녁밥을 먹는 시간이다. 착유시간을 기다리며 밥을 먹고 있는데... 젖소는 매일 우리에게 맛있는 우유를 내어준다. 그렇게 5년~7년 정도를 젖소로 산다고 한다. (자연적인 수명은 20년 정도지만 상업적인 수명은 짧다.) 나는 유당불내증이 있어 우유를 많이 먹지 않으니 젖소에게 빚진 게 없다 생각하기엔… 생크림, 요구르트, 치즈 등은 너무 잘 먹는다.
젖소뿐만 아니라 꿀벌들이 열심히 꿀통에 모아놓은 꿀을 수확(?)하는 장면을 보면 내가 도둑이 된 기분도 든다. 벌이 멀리 나가서 한 땀 한 땀 모아 오는 것들을 이렇게 먹어도 되는 걸까... 작은 벌의 발 끝에 화분을 들고 오는 걸 보면 그걸 내 한입에 털어 넣는 게 괜찮은 일인가 싶기도 하다.
이렇게 큰 동물부터 작은 식물에 이르기까지.. 내 한 몸 살아가기 위해서는 많은 동식물의 도움을 받고 살아간다. 그런 빚진 마음 나는 어떻게 갚아야 할까 생각하다 보면 결국은 불교의 식사 전 기도(오관게)에 해답이 있는 게 아닐까 싶다.
"이 음식이 어디서 왔는가? 내 덕행으로 받기 부끄럽네.
마음의 온갖 욕심 버리고, 건강을 유지하는 약으로 알며, 진리를 실천하고자 이 음식을 받습니다."
젖소의 큰 눈망울을 기억하며 오늘도 감사히 먹고 잘 쓰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