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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림 Mar 11. 2024

도쿄 꽃시장, 오자키 플라워 파크에 다녀오다

식물을 기르고 나서 다시 만난 도쿄는 화훼의 도시였네

오랜만에 도쿄로 여행가는 일정이 잡혔고, 반려인의 여행 목적이란 굉장히 명확한 것이었다. 심지어 3박 4일 중 하루는 온전히 아키하바라에서 쇼핑과 게임을 하겠다고 선언하게 된다.

샤다라빠, ”여행 목적은 아키하바라“

난 뭘 하지…? 그러다가 일본은 원예 선진국이라니 큰 꽃시장에 찾아가보고, 한국에서도 많이 쓰는 일본산 원예용품을 사오기로 했다. 비록 여행지에서 식물을 직접 들고 오는 건 굉장히 복잡한 검역 통관 절차가 필요하기에 관련 업자가 아닌 이상 무리이지만. 살아있음을 뽐내는 식물을 보는 건 무료였다.


이러한 목적에 알맞는 꽃시장이 도쿄 최외곽의 네리마구에 있었으니 “오자키 플라워 파크“이다. 일단 위치 정보는 다음과 같다. https://maps.app.goo.gl/rJSbDj4V2gtuWJ2J6?g_st=ic

유튜버 독일카씨 님도 이 꽃시장에 다녀와 촬영한 영상을 올린 적이 있다. https://youtu.be/0mgDl2anw_I?si=BGVSRKdYgUPqQ5ow

도쿄는 교통비가 비싼 도시이니,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커버가 되지 않는 곳들은 열심히 걸어야 한다. 내가 묵었던 아사쿠사 역 근처 호텔에서 지하철을 통해 1시간쯤 이동해 가미샤쿠지이 역에 도착하니 도쿄인데 도쿄가 아닌… 내가 어릴 적 살던 동네의 역근처 모습 그대로이다. 역에서 오자키 꽃시장까지는 1.4km 정도로, 버스가 없는 건 아니지만 한시간에 한 대씩 다니기 때문에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봐야 한다. 별로 튼튼하지는 않은 두 다리로 동네 구경을 하며 걷는다. 동네 사람들은 생활 이동에 거의 자전거를 이용하고 있다. 택시요? 평일 오후에는 그냥 차가 없다.

도쿄 오자키 꽃시장 걸어가는 길. 도쿄인데 차가 없습니다…
차는 없지만 접골원 앞에 왕큰 호접란은 있음

동네를 구경하며 한참 걷다 보면 쇼핑센터 같은 큰 건물이 나오게 된다. 지하 1층은 큰 슈퍼마켓이고 2층에서는 원예용품과 실내관엽들을 판매한다.

또한 도쿄는 서울에 비해 날씨가 따뜻해서, 한국이라면 하우스 안에서 팔아야 하는 식물들도 야외의 넓은 공간에서 판매하고 있었다. 식물의 구색 자체는 한국과 비슷하지만 햇살 아래에서 보는 식물들이란 참 예쁘다.

다른 종류의 구색은 한국과 비슷하지만 먹을 수 있는 허브나 채소 모종이 좀 더 다양했던 편
한국에도 흔한 남천. 필요한 광량, 물, 내한성 등을 그래프 형식으로 표현하고 있다.
1층에는 작게 생화 샵이 있다.

1층에 작은 생화 샵을 뒤로 하고 2층으로 올라간다. 어차피 내가 살 수 있는 건 여기밖에 없어!

틸란드시아와 베고니아 조화라도 데리고 가야 하나 굉장히 큰 고민을 했다.

한국에서 팔지 않는 칼라데아 종류들도 몇 가지 팔고 있었다. 그 외에는 익숙한 관엽식물들을 분재처럼 조그맣게 종이컵보다 작은 화분에 파는 것이 신기했다. 일산에 있는 화훼농협과 구색은 비슷한데, 조금 더 아기자기하고 깔끔한 디스플레이가 돋보인다.

이건 하이시티팜에서도 파는 종류의 호접란인 듯.
우리에게 익숙한 열대관엽 식물들은 유리장 안에서 진열해 판매중. 한국보다 가격은 조금 비싼 편이다.
분재화된 열대관엽 식물들.

일본 꽃시장엔 카네야 슬릿분을 팔지 않는다?!

그 다음은 화분 코너를 구경했다. 슬릿분이라면 이미 넘치도록 많아서 굳이 일본까지 와서 살 필요는 없었지만, 한참 구경하다보니 어라…? 하는 느낌이 된 것이다. 한국은 남사 화훼단지에서도 슬릿분을 파는데, 일본에 가보니 슬릿분도 토분도 도기 화분도 아닌 아트스톤 화분 코너가 제일 크다.

베고니아 루킹글라스를 심은 화분이 아트스톤 화분

아트스톤 화분이란 표면을 토분처럼 만든 고급 플라스틱 화분이다. 플라스틱에 돌가루를 섞어서 흙과 돌같은 자연스러운 질감을 연출한다고 한다. 그리고 화분 아랫면에는 구멍이 아닌 저면관수용 받침이 장착되어 있다. 예뻐서 샀다가… 우리집에서는 흙에 물이 잘 안 말라서 자주는 안 쓰고 있다. 옆구리를 인두기로 지져서 뚫기에는 화분의 질감과 어울리지 않는 것 같고…. 아무래도 일본 집 구조와 기후상 사방이 뚫린 발코니나 야외 정원에서 화분을 사용하기 때문에 빛 부족과 통풍 부족으로 인한 과습을 걱정할 필요가 없는 것이 아닐까 추측만 해 본다.


하지만 토분이 생존의 문제가 아니라 그냥 간지템이었다니…. 한반도 극한 홈가드너는 그냥 울고 갑니다.


그렇게 화분 흙이 썩거나 곰팡이도 안 생기니 다양한 살충제는 취급하지만 일본이 원산지인 아그로믹(트리코데르마 하지아늄 균) 같은 건 본격 농자재 취급하는 곳이 아니면 안 파는 듯 했다. 하긴 한국에서도 아무데서나 파는 물건은 아니지만…..


식물도 못사고 화분도 못사지만 하이포넥스의 나라니까

그래서 쇼핑해 온 것들은, 비료, 세지가위, 식물지지대, 압축분무기, 부작용 낚시줄, 깔망 같은 한국에 잘 안 팔거나 형태나 품질, 가격이 다른 부자재 위주들이 되었다. 참고로 계분(닭똥) 비료는 병균을 전달할 수 있어서, 살충제는 독극물이라서 한국에 원칙적으로 반입을 못 하게 하고 있으나 화학비료는 (개인 사용 전제 하에)무게가 허락하는 만큼은 사와도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나는 하이포넥스 레이쇼 800ml가 780엔인 걸 보고 흥분해서 샀다가 호텔로 돌아가는 길에 뼈가 빠지는 줄 알았다고 한다….(한국에서는 450ml가 만팔천원인 거 알죠…) 웃긴건 일본에서는 160ml나 450ml나 800ml나 거의 가격이 비슷하더라는. 그 외에 산 건 다음과 같다. 비록 식물은 못사지만 즐… 즐거운 쇼핑이었다. 왕복 2.8km 도보 운동은 덤이다.

하이포넥스 알비료 마감프k 소량과 세지가위 나무수액 클리너.
압축 분무기와 6개로 나눈 원이라 설치가 쉬운 플라스틱 식물 지지대.
왼손잡이용 세지가위. 왼손잡이용은 또 못참고 사는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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