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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림 May 02. 2024

베트남 차들 발견하기

Tuyet 차와 타이 응우옌 차를 마셔본 후기

어느덧 베트남에서 차를 사 온지도 반 년이 넘어서 1kg 정도 사온 차를 그럭저럭 소진하게 되었다. 앞 포스트에서는 주로 삼두아(판단잎)차를 다루었는데(나의 목적이 삼두아 차였기 때문) 이번에는 다른 종류의 차들을 마셔본 후기에 대해 가볍게 다뤄보고자 한다.

https://brunch.co.kr/@5ducks/122


(shan)tuyet 차 / co thu 차

shan tuyet 또는 tuyet이라는 이름으로 판매하고 있는 차들이 있다. 한국어로 번역하면 눈꽃 차…? 라는데,찻잎에 솜털이 뒤덮여 있어서 tuyet이라는 이름으로 부르며, ha giang이라는 지역에서 자라는 차나무 품종이라고 대충 이해하고 있다. shan이라는 것은 고산이라는 뜻인가보다.


tra viet 사에서 shan tuyet 차에 대해 설명한 페이지가 있다. https://www.traviet.com/product/tra-shan-tuyet/​ ​베트남어지만 번역기로라도 충분히 읽어 볼만한 글이 제공되고 있다.

co thu차는 품종을 언급하지 않고 좀 더 오래된 수령의 나무를 사용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지만, 비슷한 품종이 아닐까? 맛의 결이 비슷한 편이다.

https://www.traviet.com/product/tra-co-thu/

베트남 현지에서는 고산 > 고수인지, 구입가는 co thu차보다 shan tuyet이 좀 더 비쌌다. 이 나라 차의 평균 가격을 감안하면 tuyet 차는 상당히 비싼 고급 차에 속한다. 다만 모든 브랜드에서 생산하지 않는 걸로 봐서는 대중적인 차는 아닌 듯 했다.


이 차들이 생산되는 베트남 북부는 중국 운남성에 닿아 있다. 그래서인지 맛과 향이 좀더 목넘김이 편한 보이생차에 가깝다. 베트남 차라고 하면 비싸지만, 고산/고수 보이생차의 친척쯤 된다고 생각하면 말도 안되게 싼 가격이다. 100g에 2만~25000원밖에 안하는 보이생차는 거의 없을 뿐더러 있어도 굉장히 쓴 경우가 대부분이다.


중국 보이차처럼 우려먹기

나는 일단 새로운 차를 접하면 일단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제조사가 권하는 레시피대로 차를 우려보는 타입이다. 하지만 베트남 차들은 그렇게 마시면… 전반적으로 쓰다. 베트남 사람들이 전반적으로 쓴 맛을 즐기는 것인지 기후나 문화적인 이유가 있는 지는 잘 모르겠다.

제조사에서는 90도의 물 250ml 에 8g을 넣고 20초씩 일곱 번 우릴 것을 권하고 있다. 하지만 그렇게 우려먹어보면..! 써…..!


그래서 보이생차 우릴 때처럼 100도의 물을 개완에 넣고 바로 따라내는 방식을 택했다.(150ml, 8g) 3-4회 우렸고, 확실히 이쪽이 한국적 환경과 한국인 입맛에는 더 좋다고 느껴졌다. 보이생차를 떠올리게 하는 풍부한 향과 개운한 맛이 기분 좋게 느껴진다. 특히 co thu차는 고수차 특유의 달콤하고 시원한 맛도 있어 가격 대비 충분히 맛볼 만한 차라고 생각한다. 베트남에 또 여행가면 재구매 가능할 정도로.

shan tuyet 차

타이 응우옌 차

타이 응우옌 차는 타이 응우옌이라는 지역 이름을 따서 지어졌다고 한다. 이 지역에는 삼성 공장이 크게 있어서 한국인이 많은 지역이라는데 차를 즐긴다는 경우는 보지 못한 것 같다.(따흑) 의외로 이 차는 한국 녹차와 향과 테이스트가 비슷한… 데 제일 비싼 차를 사도 국산 녹차의 절반가가 안 된다. 가격에 메리트가 있지만 새롭지는 않다고 느꼈다.


로컬 차 가게 두 군데 브랜드에서 시음이 안 되길래 제일 고급으로 주세요, 하고 받아왔는데도 100g에 한국 돈 2만원 미만이다. 역시 제조사에서 권장하는 우림법을 사용하면 좀 쓰다는 특징이 있다. 한국이나 중국 녹차에 준하는 우림법을 사용하면 좀 낫다.


같은 브랜드에서 사온 삼두아차를 소분하다가 머리카락을 발견했기 때문에 냉침을 해서 마시기는 좀 찝찝했다. 마침 좀 더워지는 계절이라 베트남 사람들이 많이 마시는 방법대로 끓인 물에 우린 후 식혀서 마셔보기로 했다. 2리터 주전자에 물을 가득 넣고 끓인 다음 25분쯤 식히고, 차 24g 투하-! 1분 30초-!

탕색이 진해서 쓸까봐 걱정했지만, 얼음을 넣고 마시기 적당한 느낌의 아이스녹차가 되었다. 아열대 지역의 녹차라 그런가, 뜨뜻하게 마시는 것보다 이게 나은 듯 하다.


외국인 취향과 자국인이 내세우고 싶은 것의 괴리…?

한국인은 김치랑 불고기를 자랑하고 싶어하지만 막상 미국에서는 김밥이 대흥행하는 것처럼, 정산당도 웅장한 모양과 무늬의 대륙적 자사호를 팔고 싶지만 한국 젊은이는 작고 귀여운 고양이 무늬 자사호가 좋은 것처럼(….) 베트남 차에도 그런 게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베트남의 로컬 차 브랜드 가게에 들어가서 손짓발짓을 하며 외국인에게 제일 권하고 자랑하고 싶은 차가 무엇이냐 하니 연꽃차라고 하며 시음을 해줬는데, 연꽃차는 얼그레이 차 이상으로 좀 괴로운 맛과 향을 가지고 있었고… 타이 응우옌 차는 한국 녹차에 비해 사랑에 빠질 만한 다름이 없었다. 서양인이나 좋아한다는 초저가의 삼두아(판단잎)차가 가장 흥미로운 맛과 향을 가지고 있었고, 다른 데서는 살 수 없기에 재구매한다면 1순위가 될 것이다. 하지만 전혀 외국인에게 팔 생각이 없는 위치와 패키지…. 그리고 tuyet 차도 외국인에게는 별로 팔 생각이 없어 보이는 매니악한 포지션의 차였지만 외국인 입장에서는 오히려 저렴하면서 품질 좋은 보이생차 친척적인 매력이 넘쳤다.


사실 베트남에서 실질적인 고급 차로 유통되는 건 우롱차인 듯 했고, 시음으로도 마실 수 있었지만 대만이나 중국 제품에 비해 큰 메리트가 없었다. 그래서 우리 외쿡인들은 맛있는 베트남 차를 마시려면 약간의 노력이 필요하달까…. 주는 대로만 마시고 맛없다고 하지 말고 Tra sam dua, tuyet, co thu 차를 발견하는 즐거움을 누렸으면 하는 마음으로 글을 마친다.(나는 왜 자꾸 co thu를 go chu로 머릿속에서 자동완성하는가… 그래서 이 글을 쓰는 데도 조금 애를 먹어버렸다)


+) 그리고 아티초크차는 슈퍼푸드답게 맛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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