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식물을 베란다에서 거실로 이동해야 하는가?
사계절국 베란다 식집사에게는 뭐니뭐니해도 제일 큰 행사는 가을에서 겨울로 바뀌는 시기에 보일러가 들어오는 실내로 화분을 모셔오는 일이다. 나같은 경우도 늘 100개 언저리의 식물이 빽빽하게 있다 보니 늘 이것이 쉽지 않다. 그래서 세 번의 월동을 위한 식물 대이사를 하며(아직 진행중이다) 느낀 점들을 적어보려고 한다.
같은 계절, 같은 시간이라면 흐린 날 베란다가 쨍하니 맑은 날 샤시를 두 번 거친 거실보다 조도가 낮았다. 저렴한 조도계나 휴대폰 카메라로 조도를 측정해주는 어플리케이션으로 몇 번 측정해본 결과이긴 하지만. 그리고 실내에 있으면 인간의 눈에는 식물등이 눈뽕인가 싶을 정도로 눈부셔도 그 역시 태양 간접광보다는 약하다. 베란다면 몰라도 겨울 거실에서의 식물등은 그저 식물등의 목숨 부지 및 약한 성장을 꾀할 수 있을 뿐이었다.
3년차가 되면서 월동 관련해 알게 된 점은 다음과 같다.
1. 식물이 견딜 수 있는 최저온도보다 더 낮은 온도에 일정 시간 이상 노출되면 냉해를 입는다.
2. 하지만 최저온도가 15도 밑으로 내려가도 낮기온은 25도 이상인 경우도 있기 때문에 햇빛을 좋아하고 덩치가 크고 집에서 오랜 시간을 보낸 식물일 수록 최대한 햇빛을 받을 수 있도록 온도계와 눈치싸움을 하며 버텨야 한다. 최대한 태양신의 가호를 받을 수 있도록.
보통 베란다 가드너는 식물을 몇 단계로 나눌 수 있다. 내가 기르는 식물은 관엽 위주라서 보통 식물을 세 단계로 나눠서 들이고 최후에 베란다에 남는 식물이 있는 식이다. 사실은 이걸 매번 찾아보지 않으려고 플랜트샤워 https://plantshower.xyz/ 를 만들었건만 대한민국의 사계절은 그정도로 만만하지 않았다. 공식 최저온도(?)와 별개로 경험으로 교차검증해야 하는 부분들이 있기 때문이다. 경험치가 쌓이면서 일단 내가 기르는 식물들은 이런 식으로 나눠서 들이게 되었다. 초화류나 다육식물, 아프리카식물을 기르는 사람이라면 조금 다른 기준과 데이터를 갖고 있을 것 같다.
대부분 천남성과 식물들이 이 계열에 속한다. 알로카시아 계통이 제일 약한 것으로 알려져 있고 필로덴드론, 몬스테라, 셀렘 같은 식물이 여기 속한다. 우리집 같은 경우는 11월에 첫 번째 한파가 왔을 때는 문을 닫으면 건물이 저장한(?)열로 그럭저럭 버티지만 두 번째 한파가 오면 얄짤없다. 올해는 11월 18일에 이 식물들을 들였다.
칼라데아, 스트로만테 등의 마란타과 식물들과 아글라오네마, 고무나무, 원예용 호접란과 카틀레야가 이쪽에 속한다. 보통 카테고리 1의 식물들과 하루이틀차이로 들이게 된다. 올해는 11월 20일에 이 식물들을 들였다.
식물이 견딜 수 있는 최저온도는 한국어로 검색하면 다소 부정확한 경우가 많다. 하지만 각 가정의 위치나 환경 상태가 다르기 때문에 똑같이 10도까지 견딜 수 있다고 해도 베란다 월동을 잘 시도하지 않는 식물이 있고 베란다 월동이 된다는 후기가 많은 식물들이 있었다. 우리집 베란다는 동지 근처나 한겨울 한파때는 0도 근처까지도 내려가지만… 이런 식물들은 바퀴달린 카트에 담아 베란다에 두고 온도계가 5도 밑으로 내려가면 밤에만 실내에서 보낸다. 하지만 이 애매한 식물들도 올해는 아직 베란다에 있다. 벵갈고무나무는 사이즈가 워낙 크고 햇빛을 좋아하고 우리집 고인물이라는 세 가지 조건이 모두 맞춰져 호야와 같이 들어올 예정이다.
베란다 월동이 가능했던 식물 : 아이비류, 푸밀라
베란다 월동을 시도해볼 식물 : 홍콩야자(2년차), 아스파라거스 메이리(2년차), 석송(2년차)
베란다 월동을 시도하지 못하는 식물 : 호야(대부분 시장에 작은 상태로 나온 걸 샀기 때문이다), 덴드로비움
최저온도가 5도보다 더 낮을 경우, 사이즈가 좀 작아도 한파 때만 아니면 밖에 내놓는 쪽이 더 생존률이 높았다.
율마
하월시아
알부카
남천
올해는 여름이 길었고 겨울이 늦었던 관계로, 이틀에 나누어 13도를 버틸 수 있는 식물까지 들였다. 식물 유튜버 여러분들은 난방을 튼 상태로 베란다 문을 열어서 가온하기도 한다는데… 나는 감히 그렇게 할 수는 없지만 식물을 들이는 당일 2~3일만큼은 오후에 1시간정도 보일러를 돌린 뒤 베란다 창문은 닫고 거실과 베란다 사이를 열어 베란다와 실내 온도의 차이를 줄여준다. 그래도 환경이 덜 바뀌는 느낌 되라고… 실제로 효과가 있는 지는 모르겠다. 그래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
매년 식물들이 커지는데, 식물을 둬도 되는 공간은 정해져있다 보니 거의 테트리스하듯이 식물을 빡빡하게 쌓게 된다. 이대로 괜찮은 것인가……(두 번은 괜찮았다)
한참 식물을 옮기고 나면 베란다든 거실이든 있던 장소를 청소하고 닦아줘야 한다. 내 몸이 편한 대충 가드닝을 추구하다보니 올해도 거미줄에 지렁이에 동물친구들이며 흙물, 하엽들이 보통이 아니다. 그래도 1년에 한번이라도 적당히 치워야 궁극의 더러움은 면하는 것 같다. 그래도 선반이나 물 안쓰는 쪽은 가끔 닦….는데….. 그래도 식물에 해를 끼치지 않고 실내로 들어오지 않으면 적당히 넘기기로 했다.
내 몸 편한 홈가드닝을 추구하지만, 밤낮 가리지 않고 물을 주었던 행태에서 좀 벗어나야 하는 시기가 온다. 그래도 아직 낮에는 베란다에서 물을 줄 수가 있다. 찬바람만 피하면 20도가 훌쩍 넘는 날이 많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때부터 환기는 늘 문을 열어놓지 않고, 찬바람 맞지 말라고 정해진 한낮에만 한다. 12월이 되고 낮기온이 20도 밑으로 떨어지면 베란다에 남은 식물들은 물주는 방식도 달라진다. 물샤워를 해서 화분구멍으로 넘치듯이 주는 방식에서 흙 속까지 말랐다 싶을 때 물을 화분 용량의 1/3 이하로 조금씩 주는 방식으로 바꾼다. 몇몇 식물들은 이렇게 세 번째 겨울을 보내고 있다. 실내에 들인 식물들은 빛과 통풍이 줄어들 뿐 동일한 온도에서 보내기 때문에 여전히 욕실로 들고가서 샤워기로 박박 잎샤워를 한다. 화분을 들 때 허리보호대가 필요한 계절이 왔다.
이건 정말 그때그때 다른 것 같다. 실내라도 확실히 외기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게 습도인 것 같다. 2022년엔 필요했고, 2023년엔 거의 안썼고, 올해는 필요하다.
작년에는 습해서, 자갈 넣은 물쟁반도 안썼고 가습기도 1단으로 돌리는 날이 있을까말까였다. 그런데 꼭 그게 좋은 것만은 아니었다. 곰팡이에 결로가 심해서 온 집안이 물바다였다. 외기가 습하고 삼한/사온의 기온차가 심하면 건물 외벽이 얼었다 녹았다 하고 거실의 식물들에도 곰팡이가 침투했다. 올해는 건조해서 가습기도 최대한으로 틀고, 칼라데아와 저면하지 않는 고사리 화분받침에는 자갈을 부어놓았다. 첫 해에 물을 부어주면서 관리하기는 너무 힘들었다. 이끼가 끼어서 자갈을 닦는 일이 보통이 아니라서… 그래서 물 주고 나서 고이는 물이 화분 받침에 추가 저면관수 효과를 주며 과습을 유발하지 않고 증발하는 수준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빛도 습도도 차라리 난방 또는 가습이 쉽지 냉방 또는 제습… 이건 정말 전력도 많이 소모하고 보통 일이 아니기 때문에 오늘도 지구님이 노하지 않고 건조하고 추운 루틴을 유지하기를 빌고 있다.
(아, 식물이 그렇게 많으면 자연 가습이 되지 않냐는 질문도 엄청 받는다. 우리집 같은 경우는 50개의 식물당 10% 정도 가습 효과가 생기는 것 같은데 보통 50개씩은 안 둘 거라고 생각한다. 거의 미미하기 때문에 가습기와 공기 순환… 해충 방지…. 를 위한 서큘레이터를 트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