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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ne Jan 26. 2023

백수로 한 달 살기 Prolog

백수가 된 거 멋진 백수가 되어보자



백수가 되어버렸다.


생산성 있게 살아가지 못한다는 생각은 사람을 참 무기력하게 만든다. 더군다나 사회생활을 당연하게 하고 있어야 할 나이에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사람을 조급하게 만들기도 한다. 첫 취업을 준비하면서는 불안감과 조급함이 주는 무게를 견디지 못해 한없이 작아졌고, 입사만 해내면 몇 년 뒤의 나는 커리어우먼이 되어 있을 것이란 환상을 가지기도 했다. 하지만 우습게도 일을 시작하고 일 년도 안 되어 퇴사란 단어가 입에 붙기 시작했다.  


내 인생 첫 번째 퇴사를 떠올려보면 미래에 대한 부담보다 현재의 스트레스가 너무 커져서 자의적으로 퇴사를 했었다. 그러나 내 선택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세상에 맨 몸으로 내팽개쳐진 느낌이었고 불안했고, 그래서 다시는 미래 계획 없이 퇴사를 하지 말아야지 하는 다짐을 했다.


그러나 2022, 지난   동안 나는  번의 퇴사를 해야 했다. 아직 해보고 싶던 일도 많았는데, 여러 상황들에 의해 퇴사라는 선택최선인 순간들이 와서 당황스럽기까지 했다. 그런데 의외로 속은 후련했다. 어차피  노력이나 의지로 바꿀  있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체념에 가까운 후련함이었을까? 아니면 일을 쉰다는 자체의 후련함이었을까? 사실 이건 아직도  모르겠다.


다만 단시간에 또 한 번의 퇴사를 해야 했을 때는 정말 쉬어야 할 때가 온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나에게 쉼이 필요한 순간이라 일이 이렇게 흘러가는 건 아닐까? 하며 정신 승리를 일궈냈고, 대번에 든 생각이 "아~ 당분간 백수로 좀 쉬어야겠다." 였다는 것이다.






계획 없이는 살 수 없는 백수


백수 된 후, 한 달은 아무 생각 없이 놀자가 나의 목표였다. (노는 것을 목표로 삼는 것도 웃기다.)


처음 일주일은 이전 회사 서류 정리 및 기타 처리해야 할 사항들을 체크하고 진행하며 보냈다.

두 번째 주에는 여행을 가기로 다짐하고 해외여행 계획을 세우느라 행복하게 밤을 새우며 보냈다.

세 번째 주에는 여행을 다녀왔고,

네 번째 주는 여독을 풀고 친구들을 열심히 만나며 보냈다.


그렇게 한 달을 채우고 나니 뭘 해야겠는지 모르겠는 거다. 집에 있는 시간이 무료해서 카페에 가서 노트북을 켜지만 딱히 할 건 없었고, 이력서나 포트폴리오를 업데이트하는 게 당연한 순서였지만 어떻게 업데이트를 해야 하나 고민만 하다 집에 돌아오기 일쑤였다. 어디 돌아다녀볼까 고민을 하지만 혼자 해보려니 엄두도 안 나고, 뭘 해야겠다고 정해야 하는 것 자체가 고민이었다.


나에게 도움이 되는 일도, 노는 것도 어느 것 하나 제대로 하지 못하고 방황하기 시작했을 때, 친한 언니이자 자존감 멘토에게 그냥 누가 내 삶의 계획을 세워줬으면 좋겠다고 고민을 털어놓았다. 그러자 "백수가 된 사람들끼리, 백수지만 노는 것도 불안한 사람들끼리 모여서 재밌게 놀아볼래?"라는 의견이 나왔고 이 프로젝트는 아주 빠르게 진행되기 시작했다.


아무 곳에도, 아무것에도 얽매이지 않아도 되는 백수가 되었지만 무언가에 얽매이고 싶어 계획을 짜는 백수라니! 아이러니하지만 체계적인 백수가 되기 위해 네 사람이 모였고 프로젝트는 시작되었다. 이 프로젝트의 리더인 언니는 아주 탄탄한 프로그램을 만들어주었고, 그동안 하고 싶었던 것도 하고, 취업 준비도 하는 갓생 사는 백수의 일상이 탄생했다. 그리고 많은 생각을 하지 않고 그저 이것을 따라가 보기로 마음먹었다.






백수의 생활계획표와 규칙 


최소 8시간의 수면 시간은 확보한다. 늦어도 새벽 1시 안에는 잠들고, 아침 9시 30분까지는 일어난다. 일어나면 단톡방에 서로 아침 인사를 나눈다.


하고 싶은 것을 계획하고 실천한다. 무엇을 하든 하고 싶던 것을 하면 된다. 투두리스트를 단톡방에 서로 공유해서 진행사항만 체크한다. 투두리스트를 지우지 못했다고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


데일리 루틴을 만들어서 그것은 꼭 한다. 책 읽기와 운동, 일기 쓰기는 매일 루틴으로 정했다.


그러면서 취업 준비를 위한 자기 탐구의 시간과 이력서 업데이트, 포트폴리오 웹사이트 완성을 목표로 한다.






하고 싶은 것을 해내면서도, 해야 할 것이 주어져 채워가야 하는 일정이다. 이제 더 이상 컴퓨터만 켜놓고 이것저것 겉핥기만 하는 게 아니라 해야 할 것만 핵심적으로 할 수 있겠다는 기대감이 주어진다. 조금은 늦은 기록이지만, 2022년 12월 19일부터 시작하여 2023년 1월 25일까지 진행된 프로젝트 기록을 시작하려고 한다. 과연 마지막까지 달성한 나의 모습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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