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마티로의 여행이 시작됐다
나 혼자 카자흐스탄 땅을 밟을 일이 올 거라고 예상했을 리가 없다. 우여곡절 끝에 나는 혈혈단신으로 알마티행 비행기에 올랐다.
가진 연차 탈탈 털어 떠나는 알마티, 목적지는 정해졌지만 갑작스럽게 혼자 떠나게 되며 여행의 목적도 사라진 상황이다.
오전 근무를 마치고 인천공항에 도착했지만, 여전히 멍하다.
정가보다 겨우 천 몇 백 원 싼 물건에 혹하여 구매를 하다가 정작 카운터에 여권을 두고 왔을 정도다.
정신 단디 차려라. 스스로에게 되뇌었지만 그렇게 될 리가 없다.
어떻게 나 같은 덜렁이가 사회생활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신기할 노릇이다.
지나온 모든 쓰레기통과 면세점의 상점들을 모두 살펴 겨우 여권을 찾았다.
허겁지겁 비행기에 오르고 나니 이제야 조금 안심이다. 비행기는 떴다. 어떻게든 되겠지.
기내식 양이 적어서 스낵을 요청했는데 너무 맛있는 허니 버터맛 믹스 프레첼을 주셨다. 언제부턴가 비행기 멀미가 생겼기 때문에 술 마시고 일찍 자버리는 게 상책이다. 운전을 시작하고 차멀미가 사라졌는데 비행기 운전은 어디서 배우나.
잠이 쉽게 오지 않는다. 하아... 술이 부족해. 그러나 어쩐지 더 시키는 것이 민망하다. 내 옆자리의 외국인 아저씨는 물만 마신다.
죄다 본 영화 밖에 없길래 오목을 두기 시작한다.
자비가 없는 기계 놈이다.
한 번을 안 져준다.
여러 번 패배와 무승부를 경험하고는 놈의 비인간성을 인정한다.
다신 내가 너랑 노나 봐라.
어느덧 해가 진다.
기계에게 패배하고 샌드위치를 먹는 사이 어느덧 목적지에 가까워졌나 보다. 아시아나는 승객들에게 스트레칭 영상을 틀어주기 시작했다.
누가 따라 할까 싶었는데.. 이게 무슨 일인가... 반절 정도나 따라 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신기한 광경이다.
드디어!!! 알마티 국제공항 도착.
공항에서 나를 맞아준 바비인형들!!
카자흐스탄 전통의상을 입고 있는 바비가 있으려나. 자세히 들여다보는데...
어맛!! 누구세요?
너무나 낯선 생김의 바비다.
카자흐스탄 사람들이 이렇게 생긴 건가...? 하고 나중에 찾아봤더니
마텔에서 2023년에 다양성 존중을 위해 출시한 '다운증후군 바비'라고 한다.
현실적인 여성의 모습으로 인형을 만들어라 하는 요구에 이런 인형을 만들었다고 한다.
https://m.health.chosun.com/svc/news_view.html?contid=2023042702429
나 닮은 바비가 있다면 좋겠는데 MOQ 얼마나 되려나..
마텔은 "모든 어린이가 바비 인형에서 자신의 모습을 보고", 한편으로는 "자신과 다르게 생긴 인형을 가지고 노는 것"을 목표로 했다고 한다. 어딘지 철학적으로 느껴진다.
알마티는 밤 9시다. 숙소에서 보내준 택시를 타고 숙소로 향했다.
이번 여행의 목표를 서울에 있는 나와 잠시 멀어지는 것으로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