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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석방된 날, 광주에 왔다

사십 대 여자 세 명이 떠난 구례 광주 여행기 2편_오매 눈물 나네 광주

by 마타이

광주에 여행을 왔다. 생일을 기념해서다.


1980년 3월 생이 두 명이다.


양계장집 큰딸과 샷시집 큰딸은 5.18이 일어난 그때, 한 살이었다. 윤석열 나이가 있기 전 이야기다.


양계장집 딸은 말했다. 3년 전 딱 이맘때 윤석열이 당선되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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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윤석열이 석방된 날, 광주에 와있다. 아무도 예견하지 못했던 일이다.


그가 우리 운명에 그가 너무 끼어드는 느낌이라 원통했지만 아침은 밝고, 우리의 여행은 계획대로 진행된다.


첫 번째 목적지는 이이남스튜디오다. 아직 오픈도 하기 전이다. 훌륭한 위치였고, 건축물이었고, 공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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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이남의 피에타 조각에는 성모 마리아의 무릎 위에 예수가 없다. 천장의 빛을 향해 예수의 몸이 들어 올려져 있다. 그의 몸과 영혼이 하나님께로 가고 있는 모양이다. 애처롭게 죄 없이 죽음을 맞이 한 사람들이, 그들의 죽음으로 인해 슬픔이 영혼을 잠식당한 자들이 모두 구원받을 수 있을까. 봄날의 햇살이 the end 라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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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이남스튜디오는 우월슨 선교사 사택 근처에 있었는데 이이남스튜디오를 갈 때는 사택 근처를 고요히 산책하는 것이 좋겠다. 우월순은 윌슨을 우리말식으로 발음한 것이다. 우월슨이라고도 우일순이라고도 불렀다고 하니 희동구나 로다주, 재익이 같은 이름은 댈 수도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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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불교, 오늘은 개신교다. 두 아들을 죽인 공산당 당원이었던 학생을 양자로 맞이했다는 손양원 목자의 순교비를 보다가 흠칫 놀란다. 나의 분노가 그보다 컸을 리 없는데. 종교의 힘은 아니고, 각자가 가진 믿음의 힘이겠다. 사람을 믿고 용서를 믿고 사랑을 믿는 힘.


다음 목적지는 광주 여행의 하이라이트인 전일빌딩이다. 전남도청 바로 앞에 위치한 전일빌딩은 당시 광주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었다고 한다. 헬기에서 쏜 총탄의 자국이 그대로 보존된 전일빌딩에서는 광주민주화운동과 관련한 작은 전시가 진행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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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를 잊은 사람들이 정말 있을까. 믿기지 않는다. 어떻게 광주를 잊을까.

광주 시민들의 일기가 이 자리에 있다.


이 일을 어찌하면 좋을까.

무서워서 밖에는 한 발자국도 나가지 못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어찌하여 사람을 마구 죽이는지 영문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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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교정소에도 못 가고 벌벌 떨었다.

젊은 언니 오빠들은 잡아서 때린다는 말을 듣고

꼭 김일성이 쳐들어 올 것 같다.

왜인지 그런 느낌이 자주 든다.

하루빨리 이 무서움이 없어져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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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일빌딩을 나서자 곳곳에 동백이 보인다. 가장 빨리 동백이 찾아오는 곳은 광주인가 보다. 붉은 꽃. 엄동설한에도 꽃을 피우는 동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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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는 더 많은 일정을 잡았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고 서로에게 핀잔을 주며 아쉬움을 달래 본다. 아시아문화전당의 전시도 보고 싶고, 더 많은 광주의 로컬 식당과 커피숍을 방문하자고 약속하며 아쉬움을 달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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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쯤 원통함이 모두 사라질 수 있을까.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게 되는 건 언제쯤일까.


이 봄, 광주와 구례를 걷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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