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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고미 Feb 10. 2024

오늘의_합리화

운동은 장비빨?!


어제 운동을 하러 집을 나서려는데

패딩 주머니에 있어야 하는 에어팟이 없었다.

가방을 뒤져보고 다른 겉옷들 주머니에 손을 찔러봐도 안 보여서 일단 그냥 나갔다.


헬스장에 두고 왔는지, 어디 떨어뜨렸는지 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아서 가는 내내 찜찜했는데 헬스장도

무인으로 돌아가는 시간이라 물어볼 수도 없어서

불편하고 찜찜한 마음으로 운동을 했다.


헬스장에 두고 왔다면 누군가 가져가지는 않았을 것 같아서  오늘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헬스장에 전화를 해봤는데… 내가 설명하는 (인상착의 말고) 건상착의 에어팟은 없단다..


뚜둥..


이제 기력도 시들시들한 1세대 에어팟이고,

케이스에도 이니셜이 쓰여있는데 설마 누가 가져갔다고? 웬만하면 다들 내 거보다 좋은 거 가지고 있잖아요… 가져간 건 아닐 거야라는 생각을 하면서 다시

방을 뒤져보기 시작했다.


혼자 궁시렁거리면서 어디 안 보이는 곳에 빠졌나 싶어 절대 있을 거 같지 않는 곳까지 뒤져보고 있으니 같이 찾아봐주던 엄마가 새 걸로 하나 사라고 한다.


난 물건을 오래 쓰는 편이라 핸드폰도 기본 5년 이상 쓰고 가방이나 신발, 옷들도 자주 사진 않지만 한번 살 때 마음에 쏙 드는 걸로 골라서 오래오래 쓰기 때문에 이 에어팟도 2019년부터 함께한 아이라 정이 많이 들었다. 무엇보다 생일 선물로 받기도 했고,

케이스랑 키링은 가죽공예 클래스에서 내 손으로 한땀 한 땀 만든 거라 요즘은 완충을 해도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이 점점 줄어들어 더 자주 충전을 해줘야 하지만 애착이 많이 가는 아이다.


나에게는 예전부터 ‘사람이든 물건이든 진짜 내 인연이 닿는다면 잊어버리거나 잃어버려도 다시 찾을 수 있다 ‘는 믿음이 있다. 그래서 못 찾을까 속상하고초초한 마음보다는 어딘가에서 분명히 찾을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을 가지고 다시 찾아보기 시작했다.


방이고 바닥이고 가방 속을 샅샅이 뒤집어봐도 안보이더니.. 내가 매일 메고 다니는 백팩 사이드에 달린 그물(?)에 들어가 있었다..


띠로리..


손을 넣어보지 않아도 충분히 보이는 건데 지금까지는 왜 보이지 않았을뿐더러 여기엔 물건을 잘 넣지도 않는데 왜 여기 있는 거지?! 찾은 것에 대한 기쁨 반, 의아한 마음 반으로 역시 내 믿음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또 한 번 확인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그런데…


사람 마음이 참 간사하게도.

잃어버렸으면 새로 샀을 텐데-정확하게는 엄마가 사준다고 했음- 다시 찾았으니 돈 굳었네?!

그럼 그 돈으로 다른 걸 사볼까?라는 이상한 의식의 흐름이 이어지면서..

갑자기 애플워치가 사고 싶어졌다! (엥??)

내가 생각해도 어이가 없는 심경의 변화였다.


그동안은 핸드폰을 늘 가까이 두고 있으니 딱히 필요 없다고 생각했는데 운동을 시작한 후로(아직 일주일도 안 됐으면서) 왜인지는 몰라도 있으면 좋겠다 싶었는데 에어팟을 다시 찾은 덕분에 애플워치를 마음속 위시리스트에 갑자기 올려 두었다.


부모님이랑 밥을 먹으면서 그런 얘기를 했더니

갤럭시 워치를 이미 쓰고 계셨던 엄마는

있으면 너무 좋다며, 스마트워치의 장점을 줄줄 얘기해 주는데 사실 엄마한테 유용한 점이 나한테는 크게 공감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마음속에선 위시리스트에서 장바구니로 넘어갔다.


검색을 해보니 종류나 크기, 색깔이 다양해서

실물을 안 보고 결정하기 어려워 그 길로 집에서

제일 가까운 일렉트로마트를 찾아갔다. (급전개!)


난 내가 추진력이 떨어지고 결정하는데 오래 걸리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이렇게 신속하게 움직이다니 스스로도 살짝 놀랐다.

‘뭐든 이거다! 마음만 먹으면 빠릿빠릿 움직이잖아?!’ 그동안은 그냥 안 했던 거네…


잠깐의 자아성찰 시간을 가지고 매장에서 실물 영접을 한 뒤에 바로 사 오려고 했는데 내가 사고 싶은 모델은 제고가 없어서 주문을 해두고 돌아왔다.




에어팟 잃어버린 줄 알고 찾다가 애플워치를

사게 되었다는 전혀 예상치도 못한 전개와 충동구매로 이어지게 된 거 같지만…


원래 뭐든 장비빨도 중요하잖아요.

엄마가 생일 선물로 사주신다니까 거절할 이유가

없잖아요. (생일 아직 한 달 남음)

아무런 기능이 없는 액세서리도 아니고 시계니까

그래도 차고 있으면 쓸모는 있잖아요.


그쵸? 그렇겠죠?


보통은 물건을 살 때 특히 전자제품이면 더더욱 생각의 생각을 거듭해 할 수 있는 만큼의 가격비교를 다 끝내고 사는데 덜컥 무언가를 산 게 처음이라

스스로 합리화를 (억지로) 해본다.


에어팟 다시 찾아서 기분좋고,

애플워치도 생겨서 더 좋고,

쓰면서 두고두고 잘 샀다고 생각하면 됐지.

대신 운동 더 열심히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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