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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사랑나이팅겔 Feb 21. 2023

대상포진이라니!

우려되던 휴화산이 폭발하듯


엄마~~,  대상포진이래요.

나 너무너무 아파.

에 수포도 생겼어요.

나 너무 힘들어서 엄마아빠 집에 가서  며칠 쉬다 와야 할 것 같아요...

의사 선생님은 호텔 가서 쉬라더라고요...


요즘 딸네집에 가서 화, 목~금. 손주를 돌보고 금요일 밤에 집으로 돌아온다. 처음엔 일주일 내내 하다가, 월요일만 빼고 하다가, 사돈네가 월, 수 봐주기로 해서 이젠 화, 목. 금. 만 한다.  모처럼 아침 늦게까지 자고 일어나 아점을 먹으려고 준비하는데, 카톡으로 연락하던  딸에게서 수요일 오전에 전화가 왔다.


일요일 밤부터 두통이 시작되더니, 월요일에 열도 나면서 밤이 되니 턱과 잇몸이 너무너무 아프다고 딸에게서 전화가 왔다. 두통약도 먹고, 해열제를 먹어도 통증이 가시지 않는다고 했다. 요즘 딸이 너무 무리하는  아닌가 하, 저러다가 병이라도 나면 어떡하지?라는 우려 마음이 컸었는데, 화요일 손주 돌봐주고 저녁을 먹고 밤에 돌아오면서 운전하는 내내 딸 걱정이 많이 되었다.


지난주 토요일에  시가 쪽 사촌 결혼식이 있어서 아이들 둘 데리고 결혼식에 참석했는데, 화환 들여놓고 어쩌고 하느라고 출입문 계속 열기도 고, 옷도 좀 얇게 입었었는지 예식장이 좀 추웠었다고 한다. 거기에 아이들 둘 돌보랴 신이 없었는데, 사위는  결혼식 축의금 받는 접수대에서 시작 전부터 끝날 때까지 을 봐줬기 때문에 아이 둘을 혼자서 다 감당해야 했다고 한다. 작은가 만 6개월이고 큰애가 26개월이라 아직 손이 많이  가는 시기인데, 누군가에게 지정해서 아이 하나는 돌보게 했어야 했다. 혼자서 아기 둘을 돌보고 관리한다는 것은 무척 힘든 일이다. 아이가 어릴 때는  반드시 누군가를 지목해서 책임 있게 돌봐주도록 부탁을 해야 한다. 누군가 돌보겠지... 하는 마음으로 별 책임감 없이 다들 바쁘다고 자기들 할 일 하게 되고, 서로 그러려니 하고 미루다 보면, 한 사람만 무리하게 되고  힘들고 고통스럽기 마련이다.


 20228월 5일에 둘째를 출산했다. 첫째는 모유수유를 했고 산후조리원에서 조리를 했는데, 이번엔 도 있고 하여 산후조리원에도 안 가고 집에서 산후조리를 한다고 했다. 큰애는 어린이집에 보낸다고는 하지만 5시 반이면 집에 오는데, 그 후엔 아기 둘을 돌보는 격이 되는 것이다. 너무 힘든 거 아니냐고 2주라도 조리원에서 조리하고 오는 게 낫지 않느냐고 권유했지만, 큰애가 2주 이상 엄마 못 보면 너무 힘들어할 거고, 안쓰럽고, 걱정된다며 고집하여 집에서 산후조리를 한 것이다. 엄마의 희생과 사랑이 돋보이는 행동이나, 딸의 엄마인 내 마음은 좀 불안하고 안쓰럽게만 생각되었다. 처음 1주일은 사위가 휴가 내어 함께 돌본다고 해서, 힘든 일인데도 선뜻 나서서 해주는 사위가 믿음이 가고 고마웠다. 나는 미역국을 한 솥 끓여 놓고, 반찬 몇 가지 해 놓고 돌아왔었다.  후엔 딸 집에서 묵기도 하고  왔다 갔다 하면서 돌봐줬었다.


2.5킬로로 22일이나 일찍 조산한 손주는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으나, 워낙 쪼끄맣고 갸냘퍼보였고, 다른 돌봄 아줌마나 기관에 맡기기도  겁이 날 정도로 여리고 약하게 보였다. 그런데 딸은 그 어린것을 두고 3개월 산휴만 끝나면 복직하겠다고 했다. 그래서 아예 처음부터 단유하고  분유수유로 시작했다. 첫째 때 6개월간 모유수유와 혼합수유하면서 1년간 육아휴직을 받았지만 너무 힘들었다고, 둘째 때는 아예 처음부터 분유수유로 돌입한 것이다. 어쨌든 친정엄마로서  너무 소중한 손주와 딸이 안쓰러워 2월 말까지는 손주를 손수 돌봐주기로 했다. 호사, 보건교사이며, 보육교사 1급 자격증까지 있는 전문가로서 모른 체할 수는 없었다. 마침 나도 은퇴를 했고, 시간적 여유가 딱 맞아떨어졌다.


딸 내외는 완벽주의에다가 둘 다 MZ 세대이다 보니 우리  세대와는 사고방식이나  가치관, 견해 차이가 많이 난다. 때로는 대단한 인내심이 필요할 때가 있기도 하고, 그냥 웃어넘기지 않으면 그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 예상 못하는 경우가 발생할지도 모른다.

집을 사고파는 문제에서도 우리 생각은 서서히 현재도 즐기면서 조금 천천히 했으면 좋겠는데, 딸 사위 생각은 다르다.  자녀들을 위해서라도 서울에 꼭 집을 사야 된다고 생각하고, 이번에 그 집을 팔아서 다른 곳으로 다시 이사하는 문제를 가지고 엄청 심도 있게 고민하고 신경 쓰다 보니, 아이들 어린이집 옮기는 문제도 같이 맞물려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나 보다. 아이 둘 육아에다가, 직장 나가야지, 집 팔고 사는 문제로 집 보러 오는 사람들에게 집 보여주는 것, 어린이집 바꾸는 일 등으로 몸은 피곤한 데다 스트레스가 이만저만 아니었으리라.

 <90년생이 온다> 책은 일찍이 사놓고 아직 다 보질 못했다. 조만간 빠르게 읽어봐야겠다.



딸은 턱과 잇몸, 두통이 심해서 치과에 갔으나 정확한 진단을 받지 못하고 도수치료까지 받았으나 호전이 없었고, 사흘 만에 수포가 올라오면서 대상포진 의심을 하게 됐고, 내과진료 후에 대상포진 진단을 받았다. 세상에 대상포진이라니! 그렇게 아다는 대상포진이 하필이면 얼굴 턱으로 오다니...! 너무 놀라웠고, 걱정이 되어 내 가슴이 찢기는 것 같았다. 고운 얼굴에 흉터라도 남으면 어떡하나...!

딸의 표현에 의하면 아픈 정도가 애 낳는 것보다도 더 심한 것 같다고 해서 그 고통을 알 것 같기에 더 안타까운 마음이었다. 3일 이후에는 오른쪽 관자놀이부터 귀옆, 얼굴, 턱까지 붉게  발진이 올라왔고, 턱과 오른쪽부위 입술까지 붓고 수포가 급속히 올라왔다. 오, 주님! 이를 어찌하오리까.

 

의사는 아무것도 하지 말고 호텔 가서 쉬라고 했다는데

그게 쉬운 일은 아니고, 만만한 게 친정이라고 딸은 송도 우리 집으로  쳐들어왔다. 당연히 그래야 하지만 이 상황이 어떤 상황인가 첨엔 어리둥절하기만 했다. 곧바로 그래 어서 와~ 했지만, 우리 부부는 딸네집에 거의 가 있다시피 하는 상황이라 급히 집안 청소부터 해야 했다. 원래 딸이 쓰던 방을   재정리하고 온 집안을 다시 쓸고 닦고 했다.

우리 내외는 그다음 날 딸 집으로 가고, 딸은 혼자서 우리 집에서 호텔 아닌 호텔처럼 혼자서 지내고 있다. 먹을 것도 해 놔야 해서 나는 쉬지 못하지만,  그래도 '가장 힘들 때 기댈 수 있는 친정이 있고, 돌봐줄 수 있는 친정엄마 아빠가 있으니 썰렁한 호텔보다는 훨씬 좋고 자유롭고, 먹을 것도 많아서 잘 왔다'는 딸의 말을 들으니 피곤함도 잊게 된다. 부디 흉터 없이 잘 낫기만을 바랄 뿐이다.


일주일 후에는 직장에 복귀해야 해서 약을 세게 해달라고 했다고, 처방받은 약이 모두 열 가지가 넘었다. 독하긴 하지만 그래도 하루하루 달라지게 좋아지는 것을 보며 조금은 안도의 숨이 쉬어진다.

아는 선생님 분은 대상포진으로 입원치료 후에 다시 재발되어 몹시 고생하셨다는 얘기를 들었었는데, 부디 흉터나 후유증 없이 잘 낫기를...! 어떤 합병증도 발생 없이 잘 치유되기를 간절히 빈다.

면역력이 떨어진 딸을 위해 보약이라도 해서 먹여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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