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8일까지 손주 돌봐주기의 석 달간의 미션을 완료 후에 나의 일상으로 돌아왔다. 3개월이라는 기간이 너무 긴 것 같았는데, 어느덧 시간은 흐르고 흘러 2월이 지나고 무사히 미션을 완료, 새 학기가 시작되는 3월이 되었다. 꽃피는 춘삼월이 오려면 조금 더 있어야 하겠지만 얼굴을 스치는 바람결에 봄의 보드라운 결이 느껴진다.
2022년 11월21일부터 딸이 산휴가 끝나고 복직하여 출근하는 바람에, 남편과 나는 그날부터 육아 돌봄의 현장 속으로 투입되었다. 5일간 생활할 옷가지와 소지품을 챙기고 가벼운 여행가방을 꾸려 새벽 동트기 전의 어스름한 고속도로를 달려 딸 집으로 향했다.
동탄에 살 때에도 가는데 1시간 정도가 걸렸는데, 9월에 서울로 이사한 후에도 안 막혀야 1시간이고, 조금 막힌다 싶으면 1시간 20~30분은 족히 걸렸다.
큰손주가 두 돌 되기 20일 전이었고, 작은 손주가 백일 지난 지가 1주일 되던 때였다.
딸은 복직하면서 갓난아기도 어린이집에 보낼 생각을 했었지만, 고개도 잘 못 가누는 영아를 기관에 맡긴다는 건 불안해서 찬성할 수가 없어, 6개월까지라도 좀 키워서 보내자고 하는 나의 제안에 따라 결정해서 2월 말까지 보게 된 것이다.
딸 산휴동안에는 초기 얼마간을 제외하고는, 가끔 부를 때만 가줬고,자고 오는 일은 거의 없었는데 이번엔 매일 이어서 아이를 돌봐야 했기 때문에 숙식하면서 돌보게 된 것이다.12월부터는 사돈이 월요일마다 봐줬고, 1월부터는 월, 수 봐줘서 우리는 화, 목, 금요일만 하게 되어 숨통이 좀 트이는 듯했다.
너른 집에서 편하게 있다가 좁은 집에서 지내고 좁은 침대에서 자는 것이 처음엔 좀 불편하고 어색했지만 곧 적응하게 되었다.
딸은 직장이 멀어서 6시 20분이면 출근하기 때문에, 아침에 사위가 출근하면서 큰 손주를 집 앞 어린이집에 등원시키고 가면 우린100일 된 작은 손주와 함께 하루를 보낸다. 모든 것은 아이 위주로 해야 된다. 아이가 잠을 잘 때는 설거지를 하거나 시끄럽게 하는 일들은 아무것도 못한다. 요리하기도 힘들고, 청소기도 돌릴 수 없다. 그 모든 일들은 아이가 잠에서 깨면 그때 시작할 수 있다. 남편이 옆에서 도와주니 가능한 일이지 혼자서는 끼니도 제대로 챙겨 먹기도 힘들 정도로 어림없는 일이다.
일단 아기가 깨면 분유 타서 먹이는 일부터 한다. 다행히 요즘은 분유 조제기가 있어서 먹이는 건 큰 문제가 없다. 하지만 그 또한 관리는 필요하다. 분유통을 털어줘야 하고 분유를 채우고, 내려오는 깔때기를 씻어서 말려 교환해줘야 하고 물도 끓여 적정온도로 식혀서 수시로 채워줘야 한다.
우유병은 부드러운 스펀지 솔에 전용세제를 묻혀서 젖꼭지부터 병까지 세심하게 씻어서 잘 헹궈서 소독기에 넣어 소독해서 써야 하며, 소독이 다 되면 분리했던 젖꼭지 고무와 플라스틱 프레임을 연결세팅해서 언제든 사용할 수 있도록 미리 준비해 둬야 한다. 젖병 6개를 하루에 한 번은 꼭 씻어서 공갈젖꼭지 쪽쪽이와 함께 소독해 놓아야 한다.
빨래를 개켜서 서랍장에 넣어주고, 우유를 먹인 후 입안을 젖은 가제수건으로 닦아주고 얼굴과 목, 손, 발도 닦아주며 건조하지 않게 로션과 베이비크림으로 도포해줘야 한다. 기저귀를 간 후에는 물티슈와 크리넥스로 마무리해 주고 비판텐이나 로션을 발라줘야 한다.
저녁에 피곤한 몸으로 퇴근해서 돌아온 딸과 사위를 위해 되도록이면 반찬이라도 하나 더 만들고 저녁을 준비해서 같이 먹는다. 종종 밀키트 제품을 사다 놓으면 그걸 요리해서 먹기도 하지만, 근처 시장이나 마트에 남편이 가끔 나가서 이것저것 찬거리를 사 오면 틈틈이 시간을 내어 요리를 만들기도 했다. 딸은 피곤하신데 아기만 돌보고 다른 건 하지 마시라고 하지만,내 딸과 사위, 손자와 우리 자신을 위해 즐거운 마음으로 하려고 했다. 물론 시간이 여의치 않고 피곤할 때는 하지 못할 때도 있다. 그럴 땐 주문해서 배달시켜 먹기도 했다.
이제 아이들도 제법 많이 자라서 큰애가 27개월, 작은애가 7개월이 됐다.
큰 손주는 이제 달리기도 하고, 제자리에서 두 발로 폴짝 뜀뛰기를 할 수 있고, 말은 빠르진 않지만 아빠, 엄마, 아가, 맘마, 택시, 등 단어 한 글자 또는 두 글자 정도로 언어 소통을한다. 안아달라는 '안거', 할아버지는 '하부', 할머니는 '하무', 소방차는 '소', 굴착기는'굴' 친구 해인이는'해'라고 말한다. 알아듣기는 다 알아듣고, 누가 말을 하면 주의 깊게 잘 듣는 장점도 지니고 있다.
작은 손주는 고개도 잘 가누고 허리 빳빳하게 기대앉을 수 있으며, 보행기를 태우면 아직 뒤로 가거나 옆으로 간다. 이제 뒤집기를 시작해서 한참 엎드린 상태로 논다. 이유식은 미음으로 여러 가지 식품을 골고루 먹여보는 단계이며 제법 잘 받아먹는다. 50cc 정도 이유식 먹은 후에 160cc 정도 분유를 더 먹이는데 100~120cc 정도 먹고 안 먹을 때도 있다.
처음 2.5킬로로 조산했으나 지금은 7킬로가 넘는 체중으로 평균을 넘어섰다. 아직 이는 나지 않았으나 잇몸으로 무는 힘이 세졌고, 손아귀힘도 강해졌다. 허벅지가 튼실하고 키도 큰 편이고, 머리통도 동글동글 똘망하게 잘 자라고 있다. 3월 2일 어린이집에 첫 등원했는데 잘 적응한다니 감사할 따름이다.
이제 입주 돌봄은 끝났지만 언제라도 너무 보고 싶거나 무슨 일이 생기면 달려갈 것이다. 딸 사위에게도 언제라도 필요할 때는 SOS를 보내라고 말해두었다.
이틀밖에 안 지났는데 벌써부터 눈에 삼삼하고 보고 싶다. 그래도 딸이 매일 사진과 동영상을 보내주니 위로가 된다.
나도 3개월 동안 하지 못했던 운동을 다시 시작했다. 다이어트댄스(에어로빅)도 다시 신청해서 3월 2일부터 나간다. 첫날이라 애기보는 것과는 다른 강도로 온몸이 피곤하기는 하지만 기분 좋은 피로감이다. 빠지지 말고 열심히 해야겠다. 역시 운동을 하니 생기가 더 도는 것 같고 활기찬 생활이 되는 것 같다. 손주들이 보고 싶기는 하지만 다시 내 일상으로 돌아오니 기쁘고 즐겁다.
이제 봄학기도 개강하여 편입하여 듣고 있는 강의도 열강해야 한다. 다시 새로운 시작이다. 건강 해치지 않게 규칙적으로 생활하며 하루하루 알차고 보람 있게 보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