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별나게 추웠던 날
어제는 삼각지에 갔다. 원래 일식을 먹으려고 했다. 요즘 인기 있는 식당이라더니, 내가 도착하자마자 웨이팅이 생겼다. 앱에서는 40분 대기를 안내했다. 평소 같으면 굳이 기다리지 않고 다른 곳을 가는데 어제는 그럴 생각을 못 했다. 줄이 방금 생겼으니 금방 빠질 것 같았다.
3인석이 귀한지 우리보다 늦게 온 2명 손님들이 끝도 없이 먼저 들어갔다. 발은 완전히 얼어 감각이 없었다. 마침내 안에서 3명이 나오자 나와 친구들은 기대에 찬 눈빛으로 사장님을 바라봤다. 이미 한 시간을 기다린 후였다. 사장님은 우리 앞의 다른 손님들을 불렀다. 이미 흐른 시간보다 더 공포스러운 건 이후에도 얼마나 기다릴지 모른다는 것이었기에 우리는 미나리 국밥집으로 옮겨가기로 했다.
“사실 국밥이 더 먹고 싶었어.” 라며 억지로 밝게 우기고, “안에서 상견례라도 하고 있나봐.” 라는 둥 농담으로 어색한 분위기를 외면했다. 우리는 빠르게 걸었다. 가는 길에 어떤 차가 잠시 방향을 돌리느라 앞을 막았는데 필요 이상으로 짜증이 났다. “아.. 제발.” 이라고 하니 친구가 당황한 듯 웃으며 어조가 너무 무섭다고 했다.
펄펄 끓는 국밥이 나왔다. 미나리가 그릇 한가득 떠있는 모습은 연못 같았다. 그 순간 이전 식당에서 순서가 되었다고 연락이 왔다. 온 거리가 꽤 돼서 되돌아가기엔 늦었다. 전화를 끊고 잠시 멍해졌다. 한 입 먹는 순간 이 맛있는 곳을 두고 한 시간을 완벽히 버렸다는 생각에 화가 치밀었다. 깍두기와 미나리 무침 딱 두 가지의 반찬에 젓가락질을 멈출 수 없었다. 우리는 한동안 말 없이 국밥을 먹었다.
밥이 좀 들어가니 살 것 같았고, 언 발도 서서히 녹고 있었다. 솔직히 배고파서 짜증이 배로 났던 것 같아 민망했다. 그래서 조용히 있었다고 하니 친구 한 명은 짜증 낸 지도 몰랐다고 했고, 다른 한 명은 그 가게는 둘이서 가야할 것 같다고 했다. 나는 밥알 한 톨 남기지 않고 한 그릇을 뚝딱 비웠다. 부른 배를 두드리며 가게를 떠나는데 식당 앞에 줄이 길게 있었다. 저들은 나처럼 민망해지기 전에 얼른 순서가 불리기를 남몰래 기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