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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뷰랑이 Jul 21. 2021

'슬기로운 의사생활'속
클래식 음악과 숨겨진 의미 1

시즌 2, 5회 '벌써일 년'

시즌 2로 돌아와 여전히 시청자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는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입니다. 일상 속 소박한 행복을 돌아보게 하는 이 드라마의 또 다른 매력은 아마 밴드 음악이지 않을까 싶은데요. 5인조 친구들의 밴드 선곡은 각 회차 스토리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담아내는 중요한 장치 역할을 합니다. 그러나 신원호 감독의 섬세하고 디테일한 연출은 여기서 멈추지 않습니다. 드라마 중간에 스쳐 지나가듯 나오는 클래식 배경 음악마저 의미를 담는 시즌 2는 얼마나 치밀하게 시청자들의 감정선을 만들어가는지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 2, 5회에 등장한 클래식 음악과 그 안에 숨겨진 연출적 상징들을 공유해보려 합니다. 


1. 분만실 -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비창 '2악장'

율제병원 산부인과 의사인 석형은 분만실에서 항상 클래식 음악을 틀어놓습니다. 출산을 앞둔 산모의 심리적 긴장을 풀어주기 위함인데요, 5회 차에는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비창' 2악장으로 차분하고 따뜻한 분만실 분위기를 만들어줍니다. 신서유기 보는 걸 좋아하지만 클래식에도 조예가 깊은 석형은 주로 사람들에게 익숙한 클래식 음악을 선곡합니다. 지난 시즌에서 무뇌아를 분만하는 산모를 위해 틀었던 음악은 파헬벨의 '캐논'이었는데요, 석형은 아기가 나오자마자 바로 음악의 볼륨을 높여 아기의 울음소리를 듣지 못하게 했습니다. 태어나자마자 하늘나라로 가야 하는 아기의 울음소리가 자칫 산모에게 평생의 트라우마로 남을까 봐 배려했던 것이지요. 끝까지 최선을 다한 산모와 그런 산모에게 위로를 건네며 눈물을 흘리는 석형의 모습은 시청자들에게 깊은 여운을 남겼습니다. 평소 많이 들어본 클래식 음악이 결정적인 순간에 흐를 때 그 감동은 배가 됩니다. 특히 클래식 음악이 누군가를 위로할 때 그 마음을 만지는 잔잔한 힘이 있다는 것을 연출팀은 아주 잘 알고 있는 것 같습니다.     



2. 둘의 소중함 - 모차르트 두대의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KV. 448, 1악장

분만을 앞둔 산모의 남편이 아기가 태어나는 순간을 기념하고 싶다며 촬영이 가능한지 물어봅니다. 교수 석형은 흔쾌히 수락했고 아기가 나오기 직전 남편에게 들어오라고 하죠. 이마에 밴드형 캠을 달고 들어온 남편은 충격받은 듯 현장을 바라보고는 아기가 아닌 산모에게 직진합니다. 촬영도 잊은 채 너무 고생 많았다며 아내의 손을 잡고 펑펑 눈물을 흘리는 남편의 모습은 바라보는 이들의 마음을 뭉클하게 했습니다. 그리고 석형은 교수실로 돌아와 기분 좋은 표정으로 클래식 음악을 틀었는데요, 여기서 나오는 음악이 모차르트의 '두대의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입니다. 


아기가 태어나고 바로 아내와 손을 맞잡은 남편


두대의 피아노를 위한 음악은 주로 무대에서 마주 보고 연주합니다. 서로 눈빛과 마음으로만 호흡을 맞춰야 하는 까다로운 실내악 편성 중 하나인데요, 석형은 분만실에서 본 아내와 남편의 모습이 마치 두대의 피아노가 만들어내는 하모니와 닮았다고 생각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석형의 방을 찾아온 친구 송화에게 이렇게 얘기합니다. '나 오늘 처음으로 결혼이라는 제도가 그리 나쁘지 않은 걸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어...' 돌싱으로 다시는 결혼하지 않겠다던 석형에게도 곧 봄이 찾아오는 걸까요? 이번 시즌에 석형에게 멋진 피아노 파트너가 생긴다는 복선이 숨어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3. 벌써 일 년 - 비발디의 '사계' 중 여름, 가을, 겨울 

흉부외과 교수 준완에게 반지를 받고 영국으로 유학을 떠난 익순이. 갑자기 간수치가 높아져 결국 준완에게 아픈걸 비밀로 한채 이별을 고하고 몰래 귀국합니다. 다행히 간담췌외과 교수인 오빠 익준이의 도움으로 치료를 시작합니다. 치료하는 사이 소령 익순은 다른 부대로 전속되고 그렇게 1년이 흐릅니다. 

연출팀은 이 흘러가는 1년을 익준이와 익순이의 식사 장면으로 보여줍니다. 익순이가 치료를 시작한 봄을 기점으로 여름에는 콩국수, 가을에는 전어 그리고 겨울에는 만둣국으로 계절이 흘러감을 나타냅니다. 

그리고 이 장면의 맞춰 비발디의 '사계'가 흐릅니다. 콩국수를 먹을 때는 여름 1악장, 전어에는 가을 1악장, 만둣국은 겨울 2악장이 선곡되었는데요, 계절별로 화면이 지나가며 느낄 수 있는 것은 음악의 느낌이 점차 따뜻하게 변해간다는 것입니다. 보통 여름에서 겨울이 되는 것을 상상하면 춥고 차가운 느낌이지만 음악이 점점 따스해져 간다는 것은 연인 준완에 대해 완고했던 익순이의 마음이 녹아내리고 있음을 말해주는 듯합니다. 그리고 군복에서 따뜻한 색감의 니트로 변하는 익순의 의상 역시 익순의 건강히 잘 회복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 같습니다. 1년이 지나 다시 봄을 맞이한 율제병원에는 또 어떤 일들이 기다리고 있을까요?


비발디 '사계' 중  여름이 흐르는 익준과 익순의 콩국수 식사 


시즌 2로 돌아와 더 디테일하고 섬세한 연출이 돋보이는 '슬기로운 의사생활', 그리고 그 안에 숨겨진 클래식 음악들의 의미를 알고 나니 다음 회차들이 더 기다려지는데요, 에디터 뷰랑이와 함께 계속해서 드라마 '슬의생' 속 흥미로운 클래식 음악 이야기를 만나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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