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보의 비밀
연주자라면 꼭 한 번은 들어봤을 법한, 가장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질문입니다. 사실 연주자는 어려서부터 자연스럽게 암보 스킬을 익히기 때문에 스스로도 어떻게 외우는지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이기도 한데요. 해서 오늘은 이 암보의 원리와 과정을 자세하게 파헤쳐보려 합니다.
1. 서사의 이해
모든 음악에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마치 하나의 소설 같다고 할까요, 주제가 있고 드라마가 입혀지는데 그 내용에 일종의 형식이 존재합니다. 소나타 1악장이 주로 A-B-A'의 형식을 갖게 되는 것처럼요. 쉬운 예를 들어볼까요?
반짝반짝 작은 별, 아름답게 비치네 - A
동쪽 하늘에서도, 서쪽 하늘에서도 - B
반짝반짝 작은 별, 아름답게 비치네 - A
이렇게 보면 '작은 별' 노래는 총 세 파트로 된 노래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테마 A가 제시되고 B라는 전개를 거쳐 다시 A로 돌아왔다는 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 있지요. 클래식 작품도 분석해보면 이러한 형식들이 뚜렷하게 나타납니다. 다만 각 파트의 내용이 복잡하고 입체적인 것뿐이지요.
각 파트의 주연과 조연은 누구인지 그리고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되는지 알았다면 그 자체로 암보의 스케치가 끝났다고 볼 수 있습니다.
2. 뇌와 근육의 메모리 작업
효율적인 암보를 위해 먼저 내 손에 잘 맞는 핑거링을 찾습니다. 음악에 어울리는 테크닉과 표현을 잘 찾는 것만으로도 우리의 뇌는 그 움직임을 긍정적인 결과로 인식합니다. 그리고 매일 반복 연습을 꾸준히 하다 보면 머리로 생각하지 않아도 몸이 알아서 움직이고 반응하는 순간이 옵니다.
만약 짧은 시간 내에 암보를 해야 하는 경우라면 악보 자체를 하나의 그림으로 생각하고 음표들을 기억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일종의 이미지 트레이닝으로 뇌로 악보 사진을 찍는 것과 비슷한데요, 실제로 40분이 넘는 대곡을 연주하거나 복잡한 패시지를 지날 때는 머릿속으로 특정 부분의 악보를 떠올리며 연주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또 다른 특효약은 수면 중에 정보를 처리하는 뇌의 기능을 활용하는 것입니다. 뇌는 가장 마지막 정보부터 역으로 정리하는 기능이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테크닉이나 암보가 어려운 곡은 잠들기 전 가장 마지막 연습 시간에 배치하기도 합니다. 실제로 프랑스의 한 유명 바이올리니스트는 급하게 대타로 나선 공연을 위해 두 시간 연습과 두 시간 수면을 사흘간 반복해 협주곡을 연주해낸 사례가 있습니다. 양질의 수면은 불가능해도 충분한 뇌와 근육의 휴식을 통해 암보에 성공한 것이지요.
3. 집중과 몰입의 힘
학창 시절 공부를 꽤 열심히 한 분들이라면 모두 공감하실 것 같은데요, 책상 앞에 앉아있는 시간보다 얼마나 집중해서 공부하느냐가 더 중요하듯 악기를 다루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집중이 되지 않은 채로 한 구간을 열 번 반복하는 것보다 집중해서 세 번 연습하는 것이 암보에도 효율적이지요. 해서 사실 의도하지 않아도 집중된 연습을 꾸준히 반복하다 보면 어느새 되어있는 것이 암보이기도 합니다.
무대에서도 마찬가지로 음악에 충분히 몰입되어 있다면 몸은 알아서 음악을 타고 스토리를 펼쳐갑니다. 반면 아주 작은 다른 생각이 머리에 들어오는 순간 집중은 흐트러지고 암보에 어려움이 생기게 됩니다. 공연장에서 휴대폰 벨소리나 기침 소리 역시 큰 방해 요인 중 하나지요. 이런 방해를 받는 상황에서도 연주를 집중해서 이어갈 수 있는 방법은 물론 연습 그리고 또 연습뿐인 것 같습니다.
연주자뿐 아니라 지휘자 역시 악보 없이 무대에 서기도 합니다. 교향곡에 나오는 수많은 악기의 소리와 움직임을 모두 외우는 각고의 노력을 기울인 것이겠지요. 이렇듯 클래식 음악의 감동은 한 작품을 위한 어떤 이의 땀과 눈물 그리고 열정이 담긴 영혼이 그대로 느껴져서인지도 모르겠습니다.
* 뷰랑 에디터는 구독자 여러분의 흥미로운 질문을 환영합니다. 클래식 음악에 대해 평소 궁금했던 주제가 있다면 댓글로 달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