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라떼아리 Jul 17. 2023

몹시 평범한 가족입니다.

00. 평범하게 화목한 내 가족을 소개합니다.



우리 가족은 평범하다고, 늘 생각했다. 딱 적당한 화목함. 투닥거리는 일상. 매주 주말 중 하루 저녁을 함께 보내는 것까지. 대부분 가족이 그렇지 않나? 생각하곤 했으니까.


그런데 또 들어보면, 주변 사람들 중에 우리 가족만큼 함께 시간을 많이 보내는 가족은 드문 것 같다. 


우리 가족은 만으로 나이를 따지지 않아서 그냥 나이로 이야기하지만, 내가 32살(92년생), 남동생이 30살(94년생), 아버지는 환갑, 어머니는 아버지보다 한 살 아래. 


전형적인 4인 구성 가족인 우리는 일단 조합부터 재미없기 힘들다. 



자수성가를 이뤄냈고, 규칙적인 생활을 하시며 지저분한 걸 싫어하시는 아빠. 
감정에 솔직하고, 어른의 느낌이 덜하며 어지르는 것을 좋아하지만, 정도 많은 엄마. 
한 성격 하는 데다 말을 잘하는 편이라서 누구 상처 주기 딱 좋은, 우리 집안 최고 빌런인 나. 
중재를 잘하고 중립을 잘 지켜 싸움을 막는 것에 특화되어 있지만, 가끔 팩폭으로 의외의 공격을 해대는 남동생. 




딸 바보인 아빠는 매번 딸의 관심을 얻기 위해 일부러 꼬투리 잡힐 말을 하고, 딸내미인 나는 거기에 적당히 맞장구를 치다 가끔은 진심으로 팩폭을 가한다. 


자기감정에 솔직한 엄마는 서운할 일이 많은데 그걸 절대 감추지 않고, 남동생은 그 사이에서 열심히 줄을 탄다. 


그래서일까? 가족과 함께 있을 때는 시간이 무척 빠르게 흘러버린다. 다 같이 술이라도 마시면, 새벽까지 수다가 끊이질 않으니까. 그리고 몹시 많이 웃는다. 가끔 투닥거리다가도 금방 폭소하고 있는 걸 본다면, 남들은 우리가 꽤 화목하다고 생각할 거다.


그리고 어쩌면 그건 사실이다. 적어도 지금은. 





이건 4인 가족 구성원 중 맏딸인 내 관점으로 쓰는 글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편파적일 수 있고, 내가 모르는 부분도 분명히 있을 거다. 


하지만 이 글을 쓰기 위해 오랜 시간을 들여 내 가족들을 관찰했고, 혹여 지난 상처가 너무 크게 드러나 내 가족의 단점만이 부각될 때 오래 기다렸다. 


부모님이 몇 번이나 써보라고 권유했던 우리 가족의 이야기. 서로 1년 동안 만나지 않았을 정도로 사이가 나빴던 적도 있지만, 지금은 함께 웃고 떠드는 아주 평범한 가족. 그 이야기를 '가능하면' 순서대로 써보려고 한다.


어쩌면 여태껏 서로 주고받은 상처를 어쩌지 못해 힘들어하는 가족이 있을 수 있으니까. 골이 깊다고, 그걸 메울 방법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니까. 갈수록 험한 세상에서 그래도 내 편이 있다는 것은, 살면서 몹시 큰 힘이 되어준다는 걸 이제는 아니까.


그렇게 딛고 일어나 하하 호호 웃고, 투닥거리며 건강한 관계로 깊어져가는 가족이 하나라도 늘길 바라는 마음으로. 




작가의 이전글 소비도 전략적으로, 체리슈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