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이즐넛 드립백을 며칠 먹고 며칠 빈 껍질을 손가방에 넣어 다녔다.
일반적으로 향이 없는 음식은 없는대도, 책 향수 A to Z 을 보다가 '식향'이라는 번역 말이 낯설어서 문해력이 잠시 떨어지는 현상이 일어났다.
다시 읽었다. 식향이란 말이 든 문장을. 아, 사실 밥도 반찬도 사탕도 어느 먹을 거리이든 자체의 향이나 합성 향이 없는 것이 없다.
향을 빼고 보면 무색무취처럼 우리 곁에 잇달아 없어져버리는 것들이 많겠다.
어쩌면 분자 고리를 설명하는 향기에 대한 책을 보니, 물질인 이상 냄새를 품지 않고는 존재할 수가 없다.
그렇기에, 향은 존재할 수 밖에 없었겠다.
헤이즐넛 커피는 학창 시절, 유행하던 커피였다. 며칠 커피를 마시는 건지 향을 마시는 건지 싶게 드립백으로 헤이즐넛 커피를 마셨다.
'향수'를 좋아하지 않는데, 과학실에 대한 동경은 있어서 어느 이미지에서 향수 원재료들이 죽 놓여있는 원목 반원 모양의 향수 데스크를 보고 갖고 싶다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