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숨, 길이라는 글말 알고리즘으로 어떤 이미지가 티맵에 장소 검색을 한다. 그 이미지는 '어두운 저녁 무렵, 가로등이 많지 않게 켜져 있으며 전선 두 줄이 드리워져있으며 나무와 길이 보이는 가운데 빨간 책, 아니에르노의 남자의 자리와 빨간 타자기, 작은 플라스틱제로 만든 타자기'다. 짧은 한 줄이, 한 장의 사진이 많은 것을 내포하므로. 선험적 감각인, 촉을 역시 믿고 가본다. 일단, '구석구석 주차하기 좋으며 상권 형성이 주가 아닌 곳이라 비싼 가게 월세를 내지 않을 수 있겠구나'라며, 가게를 보러 온 마냥 '가게안가게'를 찾아, 조금 못 가 주차하고 매일 들르곤 하던 곳에 가듯 어조로 "안녕하세요" 하고 들어간다. 빨간 그리고 파란 타자기에 노란 조명 전구줄이 걸친 듯 던져진 듯 '책,숨,길' 이벤트테이블은 남은 며칠을 숨틔우기 위해 나올 때 보기로 하고, 가게안가게의 시그니처의 조명 손잡이인 예의 노란 조명이 켜진 미닫이 문을 이미 자리 잡은 나무를 배려한 구조지만 조심스레 밀고 들어간다. 책, 숨, 길이라는 것이 무색하지 않으리만큼 이미 홈페이지의 짧은 소개글에 숨통이 트여있던 상태였고 들어서자마자 거실 공간의 책방의 삼 면의 평행봉 의자에 로프가 말려있는 위 고양이들의 존재로 우아하게 심호흡이 최대치에서 멈춘다. 잠으로부터 깨우지 않게 하기 위한 발걸음으로 삼면의 책을 유심히 조용히 훑는다. 삼면에 책이있다기보다 한 줄 책장이 선처럼 삼 면을 잇고 있고, 그 아래에는 이끼 태피스트리가 한 줄 책장으로 함께 삼면을 내달린다. 초록 이끼에서 검은색에 가까운 이끼로 갈수록 책 또한 그 색을 따라 짙어진다. 고양이와 타자기와 책과 조우하는 자리를 키오스크에서 예약하고, 오늘의 샐러드로 셀러리 가득 샤인머스캣 추가해 토핑으로 플레인요구르트와 검은깨를 주문하고 자리에 앉는다. 고양이 한 마리가 마침 그 좌석 옆으로 자리한다. 책, 숨, 길처럼 자리에 앉으니 책이 세 권 책 테이블에 왼쪽으로 타자기가 가운데로 필사 테이블이 오른쪽으로 해서 부채모양으로 펼쳐진다. 책 테이블에서 책을 꺼내 숨 쉴 문장을 바로 찾아내어, 필사 테이블을 끌어당겨 유리 만년필로 메모지에 문장을 옮기며 심호흡을 한다. 타자기 테이블을 끌어당겨 문장과 단상을 타자한다. 유려하지 못한 타자가 오타가 나서 더욱 완전해졌다. 책의 문장을 더 찾으려는데 주문한 샐러드가 나와서 고민하다가 책을 십오 분 읽고 먹기로 한다. 일단 샐러드는 반투명 볼이 덮인 채로 놓아두고 책에 길을 묻는다. 묻다 보면 알게 된다. '나 답정너로구나. 내 생각을 지지하는 내 존재를 지지하는 말을 찾는구나.'를. 하지만, 지체 없이 찾기로 한다. 비움이 되지 않아 비대해진 감정과 생각의 연속을 채우고 채워서 흘러넘치게 해야 하니까. 그러면 책으로 숨이 되고 길이 다시 보일 거니까. 라며 제쳐둔 샐러드를 제치고 나에게 책이 존재로 다가왔던 적으로 사고가 기억으로 추억으로 건넌다. 어느 날, 책이 들어왔다. 어느 날 내게 고양이가 왔다는 책 제목처럼. 기억을 해보면 꽤나 오래전이라고 말하고 싶다. 들추어보자면, 초등학교 5학년 여름방학 과제 도서로 읽은 이상하고 기묘한 느낌으로 남던 책으로 여름방학 선정 도서였는데 제목은 기억은 나지 않으며, 내용도 다음 정도밖에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저씨가 아기라고 생각하는 뭔가를 등에 업고 주방이 아닌 부엌느낌의 그런 곳에서 희미하게 웃음을 지으며 밥을 짓고 있는 이미지이다.) 어떤 아픔으로 아이를 잃고 지내는 삶을 보여주는 그런 이미지로 남아 있는 글책으로 지금 생각해 보면 많은 부분이 지워지고, 정말 주요한 부분이 누락됐겠지만 어째서 초등학교 5학년 선정도서였을까 싶기도 하다. 그리고, 다음번 오래된 인상적인 책의 순간은 그때다. 고등학교 시절 살던 지역의 주상복합 건물의 ㅇㅇ 플라자를 친구와 열심히 지하 음식코너에서 접시 세 그릇의 분식을 해치우고, 산책 삼아 위층 쇼핑코너를 돌며, 인테리어 등의 소품코너를 돌던 느낌인데, 어떤 아저씨가 가게를 정리한다면서 우리한테 필요한 책이면 가져가라고 구경하라고 해서, "우와, 네." 하고 친구랑 책들을 들춰보는데, 고전 유화들이 즐비했다. 유화들이 빼곡히 들어찬 도록과도 같은데 꽤나 큰 사이즈로 묵직했다. 그걸 들고 온 건지 아닌지는 기억이 나질 않지만, 그 책들로 인해 한 장 한 장 이미지들이 뇌리에 새겨진 듯하다. 그 이후로 미술 교과서 역사 교과서 등 다른 여타의 종이류에서 그런 이미지들을 보면 친근하게 여긴 듯하다. 세 번째 인상 깊은 책의 순간이라면, 단연 근의 방정식 시험에 들게 한 쥐라기 공원 시리즈이다. " ㅇㅇ 나와봐, 근의 공식 풀어봐." "네"하며 나갔는데, 한눈에 봐도 쉬운 방정식을 내가 못 푼다. 선생님의 이 한 마디에 선생님의 호감상은 고등학생인 나에게 '선생님은 비호감'으로 변경되어 졸업 내내 유지한다. "책 읽고 있어서, 내가 시험 삼아 풀어보게 한 거야. ㅇㅇ, 다른 거 하지 말고 잘 들어." '시험에 들게 했다?' 이 마음에서 '이건 정의롭지 못해.'라는 생각을 한 거 같다. 그리고 이어지는 책의 순간들은 고등학교 시절 책 대여점의 김진명, 이외수, 시드니셀든 등이 베스트셀러들이 꼽혀 있는 중에 손이 갔으며, 영어를 좋아해서 영어 리딩튜터만 줄곧 야자(야간자율학습) 시간에 책 읽듯이 독해했고, 리더스다이제스트로 나아가 굿모닝팝스 라디오로 영어 리스닝 점수가 줄곧 귀를 파도 별로라서 위안 삼아 듣다가, 그것도 책이 되었다. 나이가 점점 들어가서 그런지 역시나 손에 잡혀서 읽어보고 좋은 문장이면 사거나 도서관에서 대출하지만 고전 등 베스트셀러 중에서 좋은 책에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지 않나 하는 요즘이다. 눈이 점점 나빠지므로 눈을 사용할 수 있는 제한된 시간 속에서 선택을 해야 하는 물리적인 시스템이 된 것이다. 책방 수다서가를 하기 전후로 나누어보자면, 책방을 하기 전에 어떤 책방에서 ㅇㅇ 지역에서는 독립출판물보다는 일반 도서를 좋아한다는 조언도 더 생각해 보게 되고 다른 아이템이 주가 되고 독립출판물 도서가 부가적인 요소인 매체가 되는 방법도 종착점이 책방이 될 세이프존일 수 있다. 그런 책의 순간들을 교환할 수 있는 곳이 필요하다. 숨이 쉴 곳이 필요하다. 순간들을 무엇으로 채워야 그나마 잊고 싶은 것들이 밀려나간다. 가끔, 그래서 그렇게 갈 곳이 필요하다. 혼자가는책방 처럼.
인간은 소통을 필요로 한다. 하지만 백영옥 작가가 말했듯이 제대로 소통하는 것은 기적이다. 솔직히 우리는 자신이 무얼 원하는지조차 알지 못한다. 더구나 소통은 너무 적어도 안 되고 너무 많아도 안 된다. 불필요하게 상대의 주의를 빼앗는 것은 소통이 아니라 고통이다. 정보화 시대이자 소통과 연결의 시대, 오히려 우리는 더욱 외로움에 허우적거리며 소통이 얼마나 미묘한 것인지 배워 가고 있다.
55쪽, 뉴턴의 아틀리에, 김상욱 ×유지원-
'타자기미니에세이'는 과거 현재 미래에 그, 이, 저 '책방에 대한 세레나데'로 '에세이소설', '소설일기' 즘으로 지난 기억과 지금과 미래의 계획과 상상을 어떤 정서나 어느 인물 어떤 상황 속에서 기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