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왕이 곧 모든 신하들을 불러들였다. 영의정 거북 좌의정 잉어 우의정 은어 이조 판서 농어 호조 판서 방어 예조 판서 문어 병조 판서 숭어, 형조 판서 준치, 공조 판서 민어, 학림 학사 깔따구, 대장군 고래를 비롯하여 모치, 쏘가리, 모래무지, 게, 굴, 조개, 메기, 자라, 청어, 서대, 연어, 홍어, 피라미, 붕어에다 청백리 자손 뱅어, 탐관오리 자손 오징어, 허리 긴 뱀장어, 수염 긴 왕새우 등등 바다 속은 물론 강이며 시냇물에 사는 고기들까지, 온갖 고기 무리들이 벼슬 순서대로 어전에 와서 엎드렸다. "대왕께서 황주 땅에 비를 내리러 갔다가 얻은 병이라 하시니 그 원인이 대강 짐작되옵니다. 삼 년씩이나 가물던 땅에 갑자기 큰 비가 내리니 뜨겁게 메말랐던 땅이 독한 김을 내뿜고 흙먼지 잔뜩 낀 바람이 일어나서 그 두 가지 나쁜 기운이 간을 상하게 하여 이처럼 큰 병이 된 것이옵니다." 용왕이 깜짝 놀라 말하였다. "병의 원인을 그처럼 환히 알아내시니 그 병을 낫게 할 약도 잘 알고 계시겠지요?" "한 가지 약기 있기는 하옵니다만, 구하기가 참 어려울 듯하옵니다." "그 약이 대체 어떤 약이기에 구하기가 어렵다 하시나이까?" "땅 위 세상에 토끼라 하는 짐승이 있는데, 대왕의 병에는 그토끼의 간밖에는 다른 약이 없사옵니다." "토끼란 것이 대체 어떤 짐승이기에 그 간이 과인의 병에 그처럼 신기한 효험이 있다고 하시나이까?" "그 짐승은 본래 달 속에서 떡방아를 찧고 있던 놈이옵니다. 어쩌다 호기심이 나서 땅 위 세상에 내려왔다가 다시 돌아가지 못하고 산 속에서 살게 된 것이지요. 그런 까닭에 토끼의 몸에는 달의 맑은 기운이 서려 있사옵니다. 또 산에서 나는 귀한 약초를 날마다 먹으니, 토끼의 간에는 그 두 가지 좋은 기운이 쌓여 있어 상한 간을 낫게 하는 약이 되는 것이옵니다. 하오나 토끼가 아무리 작고 힘이 약한 짐승이라 해도 사는 곳이 땅 위 세상이라 이 물 속 나라에서는 구하기가 어렵지 않겠사옵니까?" 도사가 조심스럽게 하는 말에 용왕이 한 번 빙그레 웃고 나서 대답하였다. "과인의 나라가 비록 물 속에 있다 하지만 그 짜임새는 땅 위 세상이나 다를 것이 없사옵니다. 또한 충성스런 신하가 많아서 과인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다 구해 올 수 있을 것이옵니다." "그러시오면 대왕께서 손수 지혜롭고 용감한 신하를 뽑아 땅 위 세상에 보내어 토끼의 간을 구해 오라 하소서. 저는 갈 길이 바빠 이만 물러가겠나이다."
책, 토끼전, 이혜숙 김성민 그림
드라이 플라워- 식물에도 유행이 있는 걸까. 드라이 플라워가 자주 보여 한 다발 샀다. 가장 예쁜 상태로 말라 있어서 시들 일이 없고, 오래 둘 수 있어 좋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그 꽃을 보지 않게 되었다. 변하지 않고 그대로 있으니 식물이 아니라 예쁜 장식물이 되어버렸다고 할까. 잎은 갈색으로 변하고 줄기는 고개를 숙이고, 고릿한 냄새를 풍기니 더이상 아름답지 않았다. 꽃잎이 시들면 나는 꽃병의 물을 자주 갈아주고, 햇빛을 쐬어주기 위해 베란다 밖에 꽃을 두고, 먼지를 닦으며 향기를 맡지 않았던가. 피고 지는 짧은 꽃의 생을 지켜보는 것, 꽃의 모든 모습을 사랑하고 싶다.
다가오는 식물, 백은영 드로잉 에세이
가파른 경사면에 자리한 대지 위에 박스 형태를 땅속으로 끼워 넣듯이 자리를 잡고 그 위에 경사면과 일치하도록 지붕을 꺽었다. 지붕을 꺽어 경사면을 따라 올라가다 보니 지금의 형태가 되었다. 대지의 형태와 조건이 까다로워 여러 번 설계가 변경되었으나 주변 경관과 건축물의 근원적인 관계를 끊임없이 고찰한 결과 지금의 형태를 얻게 되었다. 주변 자연환경을 생각하여 자연의 기 흐름을 방해하지 않도록 산 비탈에 지붕면을 맞추고 아래쪽은 차도와 접하기 위해 수평으로 만들어 독특한 형태가 되었다.
79, 땅속의 집, 땅의로의 집, 조병수
꾸준히 인기가 많은 사람은 좋은 인상을 만들기 위해 무리해서 노력하지 않는다. 좋지 않은 면도 드러내면서 자연스레 자신의 본모습을 보여준다. 첫인상이 좋으면 인생이 술술 풀린다는 생각은 인간관계를 매우 단편적으로 바라본 것이다. 무뚝뚝하게 산다는 것은 나답게 산다는 의미다. 무뚝뚝한 사람은 타인에게 좋은 첫인상을 주지 못한다. 처음부터 좋은 모습만 보이려고 노력하지 않았기 때문에 당연하다. 무조건 좋은 모습만 보이려고 하지 않고 자신의 본래 모습을 꾸밈없이 보여준다. 상대에게 좋은 인상을 주는 것보다 자신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중요하게 여긴다. 그것이 무뚝뚝하게 산다는 의미다. 행여나 다른 사람의 기분을 거스를까 봐 두려워서 벌벌 떨며 살아가기보다는 타인의 반응에 무뚝뚝해져서 당당하게 살아가는 편이 훨씬 즐거운 인생을 만들 수 있다.
46, 무뚝뚝해도 괜찮습니다. 이케다 준
생각의 근육을 키워주는 트레이너 구하기
책을 읽는다는 행위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자연스럽지 않은 행동이에요. 그래서 어색하고 하기 싫죠. 운동도 가끔 친구들과 하면 즐겁지만 매일매일 정해진 시간에 헬스장에 가서 트레이닝을 한다면 얼마나 귀찮고 힘들까요. 하지만 헬스장에 등록하고 10일 이상 꾸준히 하면 그다음부터는 자연스럽게 몸이 기억하고, 안 가면 오히려 괜히 찌뿌둥한 느낌이 들죠. 책읽기도 처음부터 너무 큰 다짐을 하지 말고, 하루 30분 정도 꾸준히 10일만 한다는 생각으로 시작해 보세요. 좋은 운동이 몸의 근육을 만들듯이, 좋은 독서는 생각의 근육을 만들어내요. 이 책을 펼치는 분들은 어떤 식으로든 책 읽고 싶은 마음이 있는 거잖아요. 사실 누구에게나 책을 읽고 싶어하는 마음이 있어요. '아, 올해는 책 좀 읽어야지' 하고 다짐하잖아요. 직장인도, 전업주부도, 대통령도, 학생도, 현재 어떤 일을 하든 상관없이 지적 활동을 하고 싶은 열망은 누구에게나 있어요. 모든 사람이 운동해서 건강한 몸을 만들고 싶어 하는 것처럼 책을 읽어서 생각의 근육을 키우고자 하는 마음이 다 있죠.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책읽기를 따로 훈련하지 않아요. 누구나 학교 다닐 때 교과서를 보고 공부했기 때문에 그냥 하던 대로 하죠. 하지만 읽는 방법을 알고 책을 읽으면 더 좋아요. 운동이라는 목표를 세웠을 때 헬스장에 가서 그냥 운동하는 사람하고 트레이너에게 체계적으로 배우거나 유튜브 등을 통해 방법을 먼저 공부하고 하는 사람하고는 좀 다르잖아요. 사전에 조금이라도 미리 배운 사람은 확실히 다르죠. 독서에도 트레이너가 필요해요. 트레이너가 되는 책들도 있고요. 그중에서 저는 <독서의 기술>(모티머 J, 이들러,범우사)이라는책을 추천하고 싶어요. 독서를 단계별로 분석해놓은 책이고, 책읽기를 잘 정리해둔 책이에요. 그리고 지금 읽고 계신 이 책도 계속 읽어보시면 좋겠고요!
책, 책 잘 읽는 방법, 김봉진
아침, 다섯 권의 펼쳐진 면을 보고 필사하면서 생각이 오가면서 문장위빙이 짜인다. 소방차가 다섯 대가 아파트로 들어오는 걸 보면서 아파트는 기본이 저 대수가 출동하나 생각하면서 차를 다른 동에 주차하고 집으로 향하고 있는데, 어떤 무서운 호기심의 뛰는 발걸음이 무심히 걷는 내 발걸음의 양태와 자신이 주체못하는 호기심이 선의는 아닌지 아는지 뚝 멈추고, 무섭게 서서히 걸어가 소방차를 관람한다. 누가 다쳤는지, 보는 것인가. 누가 다친 모습을 보고 싶은 것인가.
토끼의 간은 어째서 그런 누명을 썼을까, 누명은 사람들이 씌운 것일까, 토끼의 생태학적 모습을 보고 상상한 사람들의 생각에, 아니면 채식을 하는 생활을 동경한 것일까
책읽기의 방법을 보면서 요조체의 읽기 방법을 제시하는 가볍지 않은 정통하는 읽기 방법에 읽기 안내서로 괜찮다
식물 드로잉 에세이, 무엇인가를 그려보는 것은 사진을 찍는 것과는 또 다르다. 심상이 반영되는 그림에 이렇게 에세이를 덧붙이니 사람마다의 상황마다의 심상에 닿으리라.
땅 속의 집 땅으로의 집을 보면 송정 솔밭의 스무살 중반까지 살던 내 고향, 동네, 아빠, 솔밭, 솔밭 슈퍼, 큰 엄마들, 친척들, 쌀집 아저씨, 오가던 길, 흙, 무화과가 연달아 눈 앞에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