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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선 Dec 27. 2024

보스턴 여행 백   

열 권의 새 책   


8 일간의 휴가에  딱 맞게 yes 24의 사은품은 보스턴 여행백이다. 편의점에서 택배를 찾아 큰 박스를 차에 실고선,  박스를 촥촥 책이 나올 출구만큼만 뜯어 음식 담은 사각 가방 위에서 제프 다이어의 그러나 아름다운을 읽다가 , 보스턴 백을 비닐봉지를 쨕쨕 찍어서 보스턴 백의 형태를 잡아 열고 박스에 남은 아홉 권을 한 권씩 꺼내 백에 옮겨 담는다. 그 책 열 권을 아침 교차독서로 한 시간 통시간 독서를 한다. 계속 읽게 하는 책이 있어도 다음 다음 책으로 넘어간다. 교차독서하는 맛은 스타터의 느낌으로 모든 책에 숨이 들어간다.



레스터는 튤립 줄기처럼 긴 구절들을 좋아했지만 군대에서의 구절은 군인들 머리 모양처럼 은 고함뿐이었다. 그가 속한 부대 막사 바깥에는 아무것도 자라지 않는 정원의 좁다란 땅이 하나 있었다. 모든 곳이 콘크리트였지만 이곳만은 자갈이 깔린 좁은 흙길이었고 그 어떤 식물도 자라지 않은 채 내버려져 있었다. 이곳에서 꽃이 자라면 틀림없이 예쁘지 않거나 오래된 금속처럼 딱딱할 것만 같았다. 그는 잡초 하나도 해바라기처럼 아름다운 무언가로 여기기 시작했다.40


제프 다이어, 그러나 아름다운



이 책은 시간과 물에 대한 것이다. 앞으로 100년에 걸쳐 지구상에 있는 물의 성질이 근본적으로 달라질 것이다. 빙하가 녹아 사라질 것이다. 해수면이 상승할 것이다. 기온이 높아지면서 가뭄과 홍수가 일어날 것이다. 해수가 5000만 년을 통틀어 한 번도 보지 못한 수준으로 산성화될 것이다. 이 모든 현상이, 오늘 태어난 아이가 우리 할머니 나이인 아흔다섯까지 살아가는 동안 일어날 것이다......우리는 귀중한 물건이 사라지면 그 사실을 알아차릴 수 있으며 동물이 총에 맞거나 사업이 합의된 예산을 초과해도 그 사실을 알아차릴 수 있다. 하지만 무한히 큰 것, 성스러운 것, 우리의 삶에 근본적인 것이 결부된 사건에 대해서는 어떤 반응도 보이지 못한다. 그런 척도는 뇌가 감당하지 못하는 거다.....이 주제에 대해 글을 쓰는 유일한 방법은 그 너머로, 옆으로, 아래로, 과거와 미래로 가는 것, 개인적이면서 과학적인 태도로 신화의 언어를 구사하는 것이다. 나는 이 주제에 대해 쓰지 '않음'으로써 써야 한다. 뒤로 돌아감으로써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15



시간과 물에 대하여, 안드리 스나이르 마그나손



'절망에도 불구하고 글을 쓴다. 아니, 절망과 함께_마르그리트 뒤라스......


나는 꽤 오랫동안 엄마의 언어로 글을 썼다. 어쩌면 지금까지도 오래전에 엄마가 덮은 엄마의 일기장을 향해 계속해서 답신을 보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엄마는 이미 마지막 문장에 마침표를 찍었는데, 그때의 엄마 나이가 된 나는 이제 와 할 말이 많아졌다. 감각의 언어를 배웠기 때문이다. 외국어를 배우기 시작하면서 감정이 아닌 감각의 언어, 아이의 언어를 비로소 알게 되었다. 시간이 흘러 지금은 의사소통이 자유로워졌다고 하더라도 언어라는 것은 습관으로 남게 되고, 그래서 여전히 나의 불어는 감각이 감정을 지배한다. 나는 M에게 즉흥적으로, 즉각적으로 말하는 사람이 됐다. 그가 나의 감각을 왜곡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줄 알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감각을 표현하는 법을 배우면서 조금은 솔직해졌다. 그래서 엄마의 지난 일기장에 정제되지 않은 감각의 언어로 답하려 한다. 나는 벌거숭이 밤이 아팠다. 맨살이 찔리는 줄도 모르고 바닥을 구르는 그것이 아파서 앓아누웠다. 35


열 다섯 번의 밤, 신유진




'재즈를 연주하는 '악기보다는 '재즈를 사고하는'것에 나는 더 관심이 있었다. 45 당시의 나이에도 에반스는 유창한 수사나 준비된 제스처 같은 것들이 없었다. 오히려 사고의 명료성, 소재와 표현 방식의 단순함은 미래의 가능성을 밝게 비췄다. 43 에반스는 음악이 구성되는 방식을 알고 싶었다. 그는 누구도 가르쳐주지 않은 것들을 스스로 계속 탐구해 들어갔다. 그러다가 로컬 밴드에서 베이스를 연주하던 조지 플랫 George Platt에게서 빌은 단서를 발견하게 되는데, 그 자세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그는 코드 전환에 대해 잘 알고 있었고, 화성을 이해하고, 편곡을 썼으며, 대단한 인내심의 소유자였다. 그가 "아직 이런 것도 모르니?"와 같은 말을 하지 않고, 1년 반 동안 내게 코드 진행을 불러 줬기 때문에 결국 나는 코드를 단절된 것으로 생각한 게 아니라 전통적인 이론을 바탕으로 하나의 시스템으로서 이해할 수 있었다.

빌 에반스가 스케일과 아르페지오의 불완전한 연주로 대학 시절 선생님들을 화나게 했던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 그러한 곡들을 연습하는 것은 이 청년의 음악적 본능을 매료시키지 못했다. 당연히 그는 상당히 많은 시간-어린 시절, 하루에 세 시간 혹은 그 이상-을 연주했지만 결코 관습적이지 않은 에너지에 초점을 맞췄다. 그는 다음과 같이 말한 적이 있다. "내가 배운 모든 것은 솟아오르는 열정, 그 느낌으로 배운 것이다. 나는 피아노를 그 자체로 대한 적이 없으며, 음악을 향한 하나의 출입구로 접근해 왔다.".....하지만 수정과도 명료함으로 음의 어택과 지속성을 표현해 낼 줄 아는 피아노는 그가 진정으로 사랑하는 악기가 되었다. 34


빌 에반스 재즈의 초상, 피터 페팅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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