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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휴가 기록

걸을 만한 곳 읽을 만한 곳

봉은사 ×인덱스

by 홍선


5년도 더 전부터, 나보다 내 사위로 인해 숨이 막혀 화라는 것과 화하기 위해 봉은사를 찾아가 입구와 중간과 끝을 빠르게 지나 막다른 산 조각 공간의 벤치에 앉아 봉은사 지붕 끝과 무역센터 글라스타워를 보다.


조용한 장소라는 책, 작가 아니 에르노를 만난 인덱스 서점은 고3친구 HJ의 집 근처로 가게 된 곳으로 한 시간 따뜻한 커피와 따뜻한 햇살을 비켜지고 한 시간 책에 노룩패스 커피 마시기로 빠지기가 가능하다. 다만, 가능한 어느 때 어중간한 시간을 겨누어 갈 만하다.

스타벅스를 아침 오픈런 하여 서점인 듯 누리도록 사람들을 비켜 두 시간 겨누어가듯이.




'유머의 어원도 흥미롭다. 유머는 라틴어 우메레
umere에서 유래했다. 물속에서 움직이는 유연한
성질을 지닌 물체를 지칭한다. 그래서일까. 적당한
유머는 삶의 경직성을 유연성으로 전환하고
획일성을 창의성으로 바뀌 놓기도 한다.'

'... 시인의 말처럼 우린 종종 슬픔에 무릎을 꿇는다.
그건 패배를 의미하지 않는다. 잠시 고개를 조아려
내 슬픔을, 내 감정의 민낯을 들여다보는 과정일 터
다.

그러나 섣불리, 설고 어설프게 슬픔을 극복할 필요는
없다. 겨우 그것 때문에 슬퍼하느냐고,
고작 그런 일로
좌절하느냐고 누군가 흔들더라도, 너무 쉽게
슬픔의 길목에서 벗어나지 말자.

차라리 슬퍼할 수 있을 때 마음에 흡족하도록
고뇌하고 울고 떠들고 노여워하자.
슬픔이라는 흐릿한 거울은
기쁨이라는 투명한 유리보다
'나'를 솔직하게 비춰준다.
때론 그걸 응시해 봄 직하다. '


'나를 아는 건' 가치 있는 일이다.
나를 제대로 알아야
세상을 균형 잡힌 눈으로 볼 수 있고
내 상처를 알아야 남의 상처도
보듬을 수 있으니 말이다.

'누군가와 얼굴을 마주하고 빵을 먹는 행위는
해석하기에 따라 그리 가볍지 않은 의미가 있다.
회사를 뜻하는 단어 컴퍼니 company는
com'함께'와 pany'라틴어로 빵을 의미'가
결합한 꼴이다.

이를 '함께 빵 팔아서 돈 번 기업'으로 해석하는
사람은 없을 테지?'

'어려운 시기일수록 작은 빵을 나눠 먹는
돈독한 관계, 로 풀이해야 제대로 된 해석이다.
음식을 권하면서
끼니를 해결하고 일상의 고단함과 온기를 공유하는
사이 말이다.

"세월이 흐른 뒤 어렴풋하게 깨달았어요. 아니 겨우
짐작합니다. 길을 잃어봐야 자신만의 지도를 그릴 수
있다는 것을. 그리고 진짜 길을 잃은 것과 잠시 길을
잊은 것은 다를 수도 있다는 것을......." '

영화 '비긴 어게인'의 개봉 전 영어 제목은 '
Can a song save your life? 였다고 한다.
해석하면 '음악이 당신의 삶을 구할 수 있나요?

'...... 그나저나, '불현듯'이란 말이 '불 켠 듯'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있다. 이 역시 흥미롭기만 하다.'

'때로는 조금 떨어져서 바라봐야 하는지도 모른다.
한발 뒤로 물러나, 조금은 다른 각도로, 소중한
것일수록.'


'감정은 연출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시청률과 바꿀 수 없고 돈으로 구매할 없다.
감정은 비매품이다.'

'종로 신문로에 있는 성곡미술관에 다녀왔다. 미술관
뒤편에 꽃과 나무로 이뤄진 좁다란 산책로가 길게
나 있어서 한가로이 거닐며 머릿속 생각을 비우기도
좋은 곳이다.'

'비비안만큼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어느 날, 그녀는 스스로 버티는 방법에 관해
고민했으리라. 그리고 답을 찾은 순간부터 기다란
목에 사진기를 걸친 채 그녀만의 시선으로 바라본
세상의 흔적을 남기며, 현실에 지지 않기로 결심한
게 아닐는지. '


'우린 어떤 일에 실패했다는 사실보다, 무언가
시도하지 않았거나 스스로 솔직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깨달을 때 더 깊은 무력감에 빠지곤
한다.

그러니 가끔은 한 번도 던져보지 않은 물음을
스스로 내던지는 방식으로 내면의 민낯을
살펴야 한다. '나'를 향한 질문이 매번 삶의
해법을 제공하지는 않지만, 최소한 삶의 후회를
줄이는 데는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살다 보니
그런 듯하다. '

'스크린에 펼쳐진 영상은 미술관을 거니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할 만큼 아름답고, 감독이 배치한
예술적 요소는 배우들이 내뱉는 선문답 같은
대사와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당당하게 교무실을 나서면서 나는 이런 생각을
떠올렸다. 사람 보는 '눈'이란 상대의 단점을
들추는 능력이 아니라 장점을 발견하는 능력이
라는 것과, 가능성이란 단어가 종종 믿음의
동의어로 쓰인다는 것을.'


책, 언어의 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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