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장 명명권(Staditum Name Rights)과 그 마케팅 효과
작년 축구팬들뿐만 아니라 모두가 매우 놀랄만한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바르셀로나가 "캄 노우"라는 홈구장의 명명권을 1957년 개장이래 처음으로 판매한다는 소식이었죠.
우선 금액이 매우 놀라웠습니다. 명명권이 대략 3억 유로(한화 약 4100억)로 20~25년 계약에 판매될 것이 예상되었기 때문이죠.
축구팬들에게는 '클럽 이상의 클럽'이라는 자부심으로 그 흔한 유니폼 스폰서조차 2011년에서야 받아들인 바르셀로나였기에 구단의 정체성 그 자체인 홈구장 명명권을 판매한다는 소식은 코로나가 스포츠 산업에 정말 직격타를 날렸구나... 라는 사실을 알 수 있는 대목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구장 명명권이란 어떤 것일까요??
축구나 야구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이라면 바이에른 뮌헨의 홈구장은 알리안츠 아레나, 기아 타이거즈의 홈구장은 광주 기아 챔피언스 필드로 불리는 것을 알고 계실 것입니다.
잘 알려진 축구팀 맨유는 홈구장 이름을 지명을 딴 올드 트래포드로, 롯데 자이언츠 야구단의 홈구장 역시 지명을 따서 사직구장으로 불리는 데 반해 위 두 구장은 홈구장에 기업 명칭이 들어가죠.
이와 같이 기업이 비용을 지불하고 프로스포츠 시설의 명칭에 대한 권리를 획득하는 것을 명명권(Naming Rights)이라고 합니다.
"두산" 베어스와 같이 구단명에 기업 이름을 넣는 것을 구단 명명권, "알리안츠" 아레나와 같이 구장에 기업명을 넣는 것을 구장 명명권이라고 합니다.
지불하는 비용이 만만치 않음에도 기업이 명명권을 확보하는 데에는 다양한 마케팅 효과가 존재합니다. 이를 알아보기 전에 가장 흥미로운 구단명 계약금 순위를 먼저 보고 가시죠!
[순위는 유럽 축구구단 한정으로 했습니다:) 출처: 90min]
5위: 베식타스(터키) - 보다폰(영국 통신회사): 연간 96억 (600만 파운드)
4위: 바이에른 뮌헨(독일) - 알리안츠생명(독일 보험회사): 연간 102억 (640만 파운드)
3위: 페네르바체(터키) - 윌케르(터키 초콜릿 회사): 연간 112억 (700만 파운드)
2위: AT마드리드(스페인) - 완다 그룹(중국 대기업): 연간 135억 (840만 파운드)
1위: 맨체스터 시티(영국) - 에티하드(UAE 국영항공회사): 연간 240억 (1500만 파운드)
★ 전 세계 1위: LA램스/차처스(미국 미식축구) - 소파이(미국 핀테크 기업): 연간 345억 (3000만 달러)
이와 같이 단지 구장에 기업명을 붙이는 것뿐인데도 천문학적인 금액이 투자됩니다. 그리고 그 비용은 점점 더 상승하고 있죠.
그렇다면 기업에게 구장 명명권은 어떠한 이득을 가져다주길래 비싼 투자액을 감수하고서라도 투자하는 걸까요??
1. 브랜드 인지도
시애틀에는 시애틀 시호크스라는 미식축구팀이 존재하는데 홈구장의 이름이 루멘 필드입니다. 여기서 루멘은 루멘 테크놀로지스라는 곳으로 시애틀 시호크스 홈구장 명명권을 구입한 기업이죠.
놀라운 점은 시애틀 거주자의 94%가 루멘 테크놀로지스라는 기업명을 알고 있다는 점입니다. 거주자들이 모두 미식축구 팬이 아니라는 점을 감안했을때 구장 명명권이 브랜드 인지도를 공고히 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2. 오히려 효율적인 광고 비용..?
지난 슈퍼볼에서 레딧이 5초짜리 광고를 내걸면서 개미도 모이면 힘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며 매우 큰 화제가 됐습니다. 주목할 점은 5초짜리 광고를 내는데 드는 비용이 무려 10억이었습니다. 그만큼 스포츠 이벤트 한 번에 집행하는 광고비가 어마어마합니다.
이에 반해 구장 명명권을 가진 기업은 한번 지불을 하면 경기를 할 때마다 다양한 매체에서 자연스럽게 노출됩니다. 오프라인, 생방송, 재방송, 하이라이트, 뉴스 심지어는 스포츠 게임에도 자연스럽게 등장하기에 이 모든 광고 가치를 추산하면 오히려 구장 명명권이 더 적은 비용이 들어가는 것이죠.
3. 우호적인 브랜드 이미지 형성 + 높은 구매전환율
마케팅 에이전시 GMR Marketing에 따르면 51%의 스포츠 팀 팬이 해당 구단의 스폰서 기업에 대해 긍정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무관심한 팬이 34%, 부정적인 팬이 15%라는 점을 고려했을때 이는 매우 유의미한 수치입니다.
게다가 36%의 스포츠 팀 팬은 응원하는 팀의 스폰서 기업의 상품을 구매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일반 이커머스의 구매전환율이 1.33%인 것을 비교했을 때 36%는 엄청난 수치입니다.
즉, 구장 명명권 확보만으로 우호적인 브랜드 이미지와 실질적인 수익 모두를 챙길 수 있는 셈이죠.
이외에도 구장 명명권을 활용한 파생상품 및 서비스 판매, 브랜드 신뢰도 증가 등등 다양한 긍정적인 요소들이 존재합니다.
이런 다양한 이익에도 불구하고 아직 많은 축구리그들이 구장 명명권을 판매하고 있지 않습니다.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스포츠가 고도로 상업화되기를 바라지 않는 팬들과 구단의 바람이 가장 큰 것 같아요:)
하지만, 최근 코로나가 불어닥치면서 발생한 재정적인 위기와 2 시즌 연속 챔피언스리그 결승에 진출한 팀들에 구장 명명권을 판매한 팀(바이에른 뮌헨, 맨체스터 시티)이 있다는 점은 이제 더 이상 스포츠와 상업화가 떼려야 뗄 수 없음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이를 알고 있기에 코인 거래소 FTX, 아마존 등등 신흥 부자 기업들도 스포츠 구단들의 구장 명명권 인수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앞으로 어떤 다양한 기업들이 오랫동안 판매되지 않았던 구단의 구장 명명권을 인수할지 지켜보시죠!! :)
Ps. 2014년에 한 축구팀이 음란사이트를 유니폼 스폰서로 했다가 금지당한 적이 있었죠..? 재미는 있지만 선은 좀 지켜가면서 하는 게.. 좋을 거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