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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도원지기 이대훈 Sep 07. 2023

수학적 논리 관점에서 본 디자인 정성 연구의 모호성

수학적 관점에서 봤을 때, 정성 연구는 항상 반례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에 엄밀한 해를 도출할 수 없고 이로 인해 감소된 타당성과 신뢰성을 회복하기 위해 보조적 수단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와 관련하여 지도 교수님과 토론한 내용을 여기에 기록하기 이전에, 정성 연구와 정량 연구의 차이를 명확히 하자면, 정성 연구는 주로 텍스트, 이미지, 음성 등 비정량 데이터를 다루며, 정량 연구는 수치나 통계를 사용한다.


우선, 정량 연구조차도 변인을 통제한 '단 하나'의 환경에서만 해의 분포 범위를 구하기 때문에 수학적 관점에서의 엄밀한 해에 해당하지 않는다. 이는 흔히 오인하는 것과 다르게, 정량 연구에서도 엄밀한 해를 도출하기 어려움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차량의 제로백을 측정한다고 하자. 일반적으로 온도와 습도, 이에 따른 노면과 바퀴의 상태 등을 통제 변인으로 두고 종속 변인을 '반복 측정' 후, 최댓값과 최솟값을 소거한 변량들의 평균과 표준 편차를 계산하여 그 분포를 산출한다. 변인을 통제하였다 할지라도, 반복 측정할 때 정확히 하나의 동일 값만 반복 산출될 수 없기에 우리는 해가 존재할 수 있는 범위를 확률과 통계를 통해 측정하고 결론으로 도출한다. 이는 정량 연구에서도 '해가 존재할 수 있는 범위만을 도출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정성 연구는 일반적으로 관찰 조사 등을 통해 수집한 자료를 바탕으로 귀납법을 쓰기 때문에, 전제로 삼은 자료가 참이더라도 그 결론까지 참이라고 단언할 수 없다. 또한, 정성 연구는 통계적 귀납법을 많이 활용하므로 항상 통계의 이면에 반례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정성 연구, 특히 질적 연구를 수행할 때에는 우리가 다루고자 하는 자료의 범위를 명확히 제시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내가 곧 밀라노에서 발표할 논문은 '노인 돌봄 로봇을 정의하고 사람들로 하여금 로봇이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느끼게 만드는 기술적 요소를 규명하여 이를 바탕으로 노인 돌봄 로봇에 적절한 성격 유형을 제시'하는 논문이다. 해당 논문에서는 사용자들의 정서적, 정신적, 사회적 니즈를 조사하기 위해 60~70대 노인을 인터뷰한 자료를 활용하였다. Peer review에서 나는 '80대 이상의 노인에 대한 조사 결과를 포함시켜야 할 것'이라는 내용을 전달받았는데, 당시 나는 단순히 80대 노인을 실험 참가자로 모집하는 것이 실제로 많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후속 연구에서 다룰 때 대상을 확장하면 이 점이 해결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는 내가 근본적인 맥락을 놓쳤음을 뒤늦게 깨달았다.


3차 함수 f(x)=x^3의 그래프를 상상해 보자. 우리가 정의역의 범위를 한정하지 않고 'f(x)=0이 되는 해의 개수'를 묻는다면 3개라고 답할 것이다. 하지만 'x>0일 때 f(x)=0이 되는 해의 개수'를 묻는다면 1개가 된다. 하물며 우리가 다루는 인간의 문제는 다변수 고차방정식 모델에 해당하는데, 우리가 다루는 자료(정의역)와 구하고자 하는 것(치역)의 범위를 제대로 선언하지 않으면, 우리가 구한 해 이외의 다른 해 혹은 그것이 해가 되지 못할 조건(반례)이 존재할 가능성은 전체 정의역과 공역의 집합 속에 항상 존재하는 것이다.


노인들의 집합을 P, 집합 P의 원소(개별 노인)를 x1, x2,..., xn이라고 두고, 노인들의 니즈 집합을 Q, 집합 Q의 원소(개별 니즈)를 y1, y2,..., yn으로 두자. 이때, 나는 구체적인 정의역의 범위를 선언하고 내가 구한 치역이 이에 대응하는 값임을 증명했어야 한다. x>0에서 f(x)=0이 되는 해를 구하겠다고 선언했음에도 'x <0에서도 해가 있는데?'라고 묻는 게 논리적으로 건전하지 않음을 증명했어야 한다.


이는 디자인 도구에서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Persona의 작성은 인류학적 통계를 바탕으로 디자인 결과물의 영향을 받게 될 대상을 구체화한다. 이는 결국, 해가 존재할 수 있는 범위를 제시하고 그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통계 자료를 사용하는 것과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결론적으로, 정성 연구나 정량 연구, 심지어 Persona 작성과 같은 기법에 이르기까지, 모든 연구 방법은 '해가 존재할 수 있는 범위'를 선언하고 신뢰도를 높이는 과정이 내포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먼저 우리가 어떤 '범위'에서 '해'를 찾고 있는지 명확히 선언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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