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출산한 지 8개월에 접어들었다.
육아는 좀 더 수월해졌다.
식사 패턴, 잠 패턴이 잡혀서 조금 편해졌다는 의미고 모든 방면에서 육아가 쉬워졌단 건 아니다.
이유식을 먹일 때면 매번 이유식으로 얼굴, 손에 칠갑을 해서 하루 몇 번씩 씻겨야 하고
제법 움직임이 많아서 몸으로 놀아줘야 하고
체중은 9킬로그램을 넘었는데 자꾸 안아달라고 해서 난감하다.
뭐든 손으로 잡고 입으로 가져가려 해서(특히 위험하고 더러운 것) 한시도 눈을 뗄 수 없다.
여하튼 조금 편해진 것도 같고
더 불편해진 것도 같은 지금.
이제 돌잔치를 준비한다.
돌준맘, 돌 끝 맘이란 단어가 왜 있는지 알 것 같다.
간단하게 돌잔치를 준비하는 그 심경을 전하자면 두 번째 결혼식을 준비하는 느낌이랄까
사실 나는.. 좋은 호텔에서 딱 양가 부모님만 모시고 식사 한 끼 하면서, 우주의 생일을 프라이빗하게 축하해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귀찮아서 만삭 사진, 50일 사진도 패스하지 않았나.. 이런 내 생각을 남편에게도, 시댁에게도 말해보았으나 그것은 허공에다가 외치는 소리였다. 친척들까지는 초대해야 한다고 하셔서 인원에 맞게 장소를 알아봐야 했다.
손주를 보여주고 싶은 마음은 내가 아무리 이야기해도 어쩔 수 없는 부분인가 보다.
내가 그래, 이왕 할 거 기분 좋게 그냥 하자.
날짜, 시간, 장소를 알아서 정하라고 하셔서 최대한 내가 편한 대로 정했는데 결국에는 원하시는 대로 했다. 4개월 전에 예약해서 그런지 선택의 폭이 좁았다. 여하튼 부랴부랴 장소 예약만 해놓고 손 놓고 있다. 그 이유는 돌잔치를 치르는 데 도무지 동기 부여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도 한 번씩 외출하려면 전쟁 같이 준비해야 하고 다녀오면 성질을 부려대는데 그 행사를 어떻게 치르려나.
자꾸만 엇나가는 마음은 인터넷 쇼핑을 부추기고 통장이 비어 가고 있다.
그래도 이렇게 하지 않으면 해소가 되지 않을 것 같다. 도대체 누굴 위한 돌잔치인가.
뭐 이런 귀찮은 일은 한쪽 구석에 몰아 놓고 아이만 보자면, 지금 이 시기가 내 생애에서 가장 행복할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삶이 만족스럽다.
남편과 내가 하는 이야기의 대부분은 우주 이야기다.
가끔씩 그런 생각이 든다. 우주가 없었을 때 우린 무슨 이야기를 했더라.
최애 프로그램은 금쪽같은 내 새끼다. 물 건너온 아빠들도 재밌게 보고 있다.
그동안 중년의 솔로 나라에서는 이해할 수 없었던 일들이 퍼즐 조각이 완성되듯 딱 들어맞는다.
왜 그토록 그, 그녀가 아이 위주의 생활을 했는지 말이다.
나도 그런 삶을 살고 있다.
모든 면에서 나보다 우주를 우선하게 된다.
식당, 카페를 고를 때는 우주와 함께 갈 수 있는 곳으로.
옷은 우주를 케어하기 편하고 더러워져도 되는 면이나 운동복으로.
신발은 편한 운동화로.
화장은 우주가 얼굴을 만질지도 모르니 최소화해서.
그래도 좋다. 그래도 행복하다.
마흔에라도 이런 행복을 경험해서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