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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꿀삐 Feb 19. 2023

71. 아이와 괌 대신 부모님과 설해원

돌 아이와 여행

먼저 애를 낳고 복직한 친구 A가 말했다.

"이제 코로나도 풀렸으니 해외여행 한 번 생각해봐.

24개월 미만은 비행기 값이 싸거든. 특히 돌쟁이랑 괌을 많이 가는데, 괌 가는 비행기에는 그맘때 애들이 가득 찬다고 하더라고. 복직하면 해외 못 간다~"


오호, 비행기 가격이 싸다고? 검색해 보니, 24개월 미만은 국내선이 무료고 국제선도 10%만 부담하면 된다. 물론 좌석이 없어서 안고 가야한다는 단점은 있지만.

'괌' 이야기를 들으니, 꼭 가야만 할 것 같은, 지금이 아니면 안 될 것 같은 생각에 가슴이 막 쿵쾅쿵쾅 뛰기 시작했다.     

남편에게 물었다.

"여보, 해외 여행 갈래? 우리 신혼 여행도 코로나 때문에 국내로 다녀왔잖아. A가 그러는데, 돌쟁이 데리고 괌에 많이 간대~ 모처럼 휴양 좀 하고 오자."


남편은 네가 하고 싶은 것이면 뭐든 하겠다.라고 말했다.     

나는 검색창에 ‘돌아이(돌쟁이 아이)와 해외 여행’을 입력했다.

역시 여행은 해외 여행이지. 괌, 오키나와 등등 휴양지가 많았다.     


그럼 나는 괌을 가야지~ 

얼마만의 해외 여행인지 모른다면서, 신나서 검색을 하다가

결국 친정 부모님을 모시고 국내 여행을 가게 된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었다.

며칠 전에 엄마 친구가 뇌졸중으로 갑자기 돌아가셨다는 이야기를 듣고 마음이 초초해졌고,

'효자촌'이라는 TV 프로그램을 보고 펑펑 울다가 더 늦기 전에 효도해야지라는 생각을 한 것도 있고,

손주와의 여행이 부모님께 얼마나 큰 의미일지를 생각하기도 했다.




부모님과의 여행은 4년 만이다.

엄마는 허리 종양 수술 - 재활 치료, 유방암 수술 - 방사선 치료를 연이어 하면서 10년을 보냈다. 그중에 3년 정도는 걷지 못했던 것 같다. 지금도 혼자서 걷지 못해서 지팡이를 의지하고 있다.

몸이 불편해서인지 엄마는 매번 여행을 거절했는데,

그래도 이번엔 손주와의 여행이라고 하니,

단번에 간다고 했다.


효도 여행인 만큼 '엄마, 아빠'가 좋아할 여행을 위해, 온천 여행을 검색했다.

양양에 설해원이라는 곳이 평이 좋길래 그곳으로 정했다.



설해원 마운틴 스테이에서 1박 2일.

우리는 오후 1시쯤 설해원 입구에서 만나 점심을 먹었다.

남편은 아이와 함께 숙소에서 쉬고 나는 엄마 아빠를 모시고 설해원에서 운영하는 '면역공방'에 갔다. 간단히 말하면 찜질방이다.

찜질 후에는 온천물로 샤워를 했다.

저녁은 속초중앙시장에서 사 온 회와 닭강정으로 해결했다.

엄마는 공기 좋은 곳에 오니 기분이 좋다면서 평소 먹지도 않는 맥주를 마셨다.


눈을 뜨자마자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참 예쁘다.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서 커튼을 젖히고 놀랐다.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꽤 아름다웠기 때문이다.

남편도 나도 바다를 참 좋아해서, 여행 때마다 매번 바다가 보이는 숙소에서 잤었는데 산이 보이는 풍경도 정말 운치있었다. 


"뭔가를 잊기 위해 바다에 가고, 뭔가를 얻기 위해 산에 간다."라고 말하던 대학 선배가 떠올랐다.

스무 살 즈음에는 그 말이 그저 '멋있다'라고만 생각했는데, 이제는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도심에 사는 나는 자연이 주는 경외심을 종종 잊고 사는데, 잠시 산을 바라만 보는 것만으로 마음이 차분해지고 위안을 받는 기분이 들었다.


숙소는 복층 구조로 되어있고, 각 층마다 거실, 침실, 화장실이 있다.

부모님은 1층을 쓰고 우리는 2층을 썼는데, 2층에 있는 거실에 깔린 평상이 인상적이었다.

햇빛이 내리쬐는 저 평상 위에서 아들은 아빠와 함께 이리저리 이리저리 뛰어다니면서 놀았다.



숙소 체크아웃을 하고 바다가 보이는 카페에 갔다.

엄마 아빠와 카페에 가 본 건 처음이어서 참 어색했는데,

카페 루프탑에서 아빠는 두 살 배기 손주와 술래잡기를 하면서 놀고

나는 동영상을 찍기 위해서 그 둘을 쫓아다녔다.

남편은 엄마와 바다를 보면서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눴다.



1박 2일 여행으로 느낀 건-

아빠는 참 잘 웃는 사람이라는 것과

엄마는 바다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거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같이 찍은 사진을 보면서,

'그동안 우리 부모님을 너무 모르고 살았구나…'라는 생각에 코 끝이 찡했다.

아들에게 쏟는 관심을, 부모님께도 쏟으면서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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