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국민 간담회장]
무슨 생각이십니까?
뭐?
뭔가 일을 벌렸을 때 생각이 있으실거 아닙니까. 뭔 생각으로 그러셨냐고요.
이봐, 기자양반.
단상위에 있는 양복 입은 중년의 남자가 기자를 내리깔아 본다. 으름장을 놓는다. 기자는 무표정히 올려본다. 기자가 다시 묻는다. 손에 든 마이크를 내밀며.
무슨 생각이셨습니까.
남자의 얼굴에 불쾌함이 가득하다. 쯧, 혀를 찬다. 기자의 얼굴은 미동이 없다.
난 생각하는 사람이 아니야. 선택을 하는 사람이지. 수많은 선택지를 내밀면 거기서 최선의 선택을 하는 거라고. 나는 그런 지위야.
그래서요?
그게 다야. 아시잖아?
기자는 생각한다. 이 인간의 최선은 자신만의 최선인가 보군. 딱 1인분의 최선.
그 선택이 최선인건 어떻게 아십니까?
인생이라는 건 말이야 수많은 선택들 사이에 연결되어 있는 카테고리라는 게 있어. 그 카테고리들 중 몇가지를 골라 선택에 더 많이 이점을 두게 하는 방법을 고르지.
그래서 최선이었습니까?
늙은 남자의 얼굴에 인상이 지어진다. 기자는 손에 든 마이크를 고쳐잡는다. 거대한 인터뷰 장 안에는 남자와 기자, 둘만 있다.
큼....원래 인생이라는 건 시행착오지.
당신의 선택이 단지 당신의 인생에서의 시행착오일 뿐이라는 건가요
왜. 젊은 양반이 뭐가 마음에 안들어? MZ세대 아니랄까봐 따박따박 말도 잘하고 대단하시네
저는 제 자리에 최선을 다하는 중입니다. 그래서 앞으로 어떻게 하실겁니까?
늙은 남자는 약간 고민했다.
그럼 또 선택해야지. 상황 분석안들을 줄 것이고, 거기에 최선의 선택을 하겠지.
기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기자가 자리에서 일어난다. 늙은 남자의 눈썹이 들썩인다. 남자의 말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안끝났어. 아직 할 말이 많은데?
전 끝났습니다.
이봐, MZ라고 봐주는 건 여기까지야. 너 어디 소속이야?!
남자가 기자에 삿댓질한다. 기자는 고갤 젓는다.
그렇게 물으셔도 대답 의무없습니다.
기자는 노트북을 손에 들고, 녹음기를 작은 크로스백에 넣는다. 기자가 홀연히 제 아래 테이블을 떠나자 단상 위 남자는 어벙벙한 얼굴로 기자의 뒷모습을 본다. 여전히, 남자는 단상 위에 서있을 뿐이다.
기자가 큰 인터뷰실을 나가기위해 문고리를 잡는다. 이제야 젊은 그의 얼굴에 묘하다. 기자가 뒤를 돌아 여전히 혼자 서있는 늙은 남자를 마주한다.
제가 혼자인건, 아무도 당신의 말을 들을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뭐?
기자는 사람들이 알아야하고, 궁금해 하는 걸 대신 묻는 직업입니다
.....
이제 사람들이 알고자 하는건, 앞으로 어떻게 하냐죠.
쾅 -
늙은 남자가 큰 홀에 혼자 남는다. 늙은 남자의 얼굴 위로 화기가 일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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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보] 선택한거라는 무식한 말만 뱉어... 일말의 죄책감 없는 -
하여간...
여자는 클릭하지 않고, 스크롤 한다. 멈칫한 손가락이 멈춘 기사 제목을 택한다. 착잡한 얼굴이다.
[속보] 앞으로 환율 전망, 긍정적이진 않아...
그때 앞에 버스가 선다. 버스 안에서 시끌시끌한 소리가 들리고, 여자는 공용버스에 탄다.
버스에는 '끝까지 간다!! 우리의 민주주의를 위해!'라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어차피 그 선택의 끝에 할 일은 똑같기에 궁금해봤자 의미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