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여전히 긁지 않은 복권입니다.

끝나지 않는 전투

by 이곤



















지금의 나는 체지방률 42% 다.



내가 앞에서 썼던 '체지방률 50 퍼의 다이어트 생존기'를 읽어 보면 내가 살을 30kg 가까이 뺐다거나 체지방률이 반토막이 났다거나 극적인 성공을 이뤄낸 것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해야 이 생존기에 대한 이야기가 더 "완벽하게" 끝날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나는 여전히 비만이다. 여전히 대한민국의 흔한 비만여성이다. 겉모습은 그나마 '완전 뚱뚱'에서 '덜 뚱뚱'이 되었다. 거대한 흙더미에서 크레인으로 흙을 덜어냈어도 여전히 흙은 더미로 남아있다.


보통 다이어트를 한다고 생각하면, 사람들은 바디프로필을 찍을 만한 몸까지 만들어야 성공했다고 생각한다. 나도 그랬다. 배에 근육이 생길 정도는 아니어도, S자가 보이는 판판한 배를 가지고 싶었다. 앉았을 때 접히는 지방이 없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다. 뚱뚱한 사람에서 마른 사람이 되어 다이어트를 '완벽한 성공'으로 끝내고 싶었다.


하지만 다이어트 D+220. 다이어트를 시작한 지 7개월 하고도 10일. 4개월간은 14kg을 천천히 감량했고, 3개월 하고 10일은 이를 유지 중이다. 한 5kg만 더 뺄까 싶다가도 유지하는 지금이 너무 편해서 마음먹기 힘들었다.


결국은 내 수많은 다이어트 중 그나마의 성공이 된 지금이다. 여전히 나는 체지방률이 42%이니까. 여전히 체지방률을 반토막 내어야 건강한 몸이 된다. 여전히 성인병에 걸릴 확률은 내 나이 또래들 앞에 당당히 최상위 순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렇다고 실패라 할 수 있을까.


드라마틱, 복권, 반전 몸매, 발굴한 원석.

그런 모든 단어들 아래에 나는 실패다.


하지만.


운동, 식습관, 성찰, 독서, 자존감.

그런 단어들 아래에 나는 떳떳하다.


나는 살이 빠지진 않아도 운동은 계속했다. 아무리 바빠도 일주일에 3번, 근력 운동 30분씩 헬스장으로 향했다. 식습관은 하루 2끼에 과하지 않은 양을 여전히 지키고 있다. 간식도 너무 과하지 않게. 또한 브런치에 글을 남긴 것처럼 책을 읽으며 다이어트에 대한 숱한 성찰을 이루어냈다. 꾸준하고 성실하게 운동과 식단을 하는 나에게 '역시 하면 하는 사람'이라고 다독였다. 건강한 루틴 아래, 건강한 사람이 되고 있다는 느낌이 좋았다.


물론 나는 드라마틱하게 반전 몸매를 드러내지도 못했고, 긁은 복권이 되어 자랑이 되어주지도 못했다. 또한 원석에서 발굴되지도 못했다.


오랜만에 얼굴을 본 친척이 지금의 나를 보고 말했다.


'이곤이 여기서 더 빼면 정말 예뻐지겠네~ 좀만 더 빼자'


속으로 중지를 들었다.


매달 6만 원씩 내며 헬스장을 등록하고, 하루 한 끼의 칼로리를 일일이 음식을 찾아가며 계산하고, 좋아하는 과자 앞에서 수없이 망설이는 마음을 당신이 알았다면. 매일 물 2L를 먹기 위해 가지고 다니던 텀블러가 열려 가방이 홀딱 젖은 경험이 없었다면. 일정에 치여 무거운 몸을 끌고 의무감에 헬스 기구에 앉지 않아 본 당신이라면.


그런 말을 쉽게 해선 안된다. 설령 악의가 없는 칭찬이라 해도. 그냥 조용히 있어줬으면 싶었다. 울컥하는 마음은 어쩔 수 없이 내가 겪어 내야 할 고난 중 하나였다. 여전히 솜 안에 찔리는 칼바늘은 아프다.


그냥 하아 - 한숨 한번 쉬고, 고개를 돌려 책이나 읽었다. 한숨을 쉰 나를 보며 당황한 얼굴이 새록새록하다. 싹수없어 보여도 상관없다. 그의 말에는 악의가 없었고, 그냥 적당히 받아줘야 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사회에서는 그게 사회생활일 것이다. 그러나 내게 숱한 상처를 줬던 어른에게는 이제 숨기고 싶지 않았다. 숨겨봤자 내 마음에서 자라는 상처밖에 되지 않았다.


저런 사람들에게 발굴된 다이아몬드가 되어봤자, 긁힌 복권이 되어봤자 내가 했던 모든 노력과 시간이 '예쁘다'라는 가벼운 한마디로 끝나게 된다. 나는 그게 치가 떨리도록 싫었다. 내게 상처를 줬던 입에서 가볍게 칭찬의 말이 나오는 게. 물론 그 단어 하나를 위해 피가 터지도록 다이어트를 한 이들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추구하는 다이어트는 여러분이 읽은 앞의 회차들과 같이 그런 게 아니었다.


나는 나로서, 평생 살아야 했다.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 타인의 시선이 되는 건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사람은 저마다의 다이어트가 있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기질에 따라 다이어트의 방식이 달라지는 것 같다. 그러니 타인의 시선과 타인의 방법이 아닌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고민하며 다이어트 방식을 결정해 보는 게 어쩌면 다이어트의 성공요인 중 하나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나의 경우에는 '완벽추구형'이다. 하루에 먹어야 할 칼로리를 정하니 나는 그 칼로리에 완벽히 맞추기 위해 요령과 습관을 만들었다. 또한 헬스 기구를 쓰는 루틴은 나에게 아주 잘 맞았다. 한 기구에 15개씩 3세트. 한 세트에 15개를 꼭 완벽하게 해야 한다. 그렇기에 나는 신음을 뱉어가며 어떻게든 15개를 채우려 노력했으며 자세 또한 완벽히 흐트러지지 않기 위해 수십 번을 거울을 확인했다. 그때그때 융통성 있게 바꾸기도 했다.


이런 내 기질을 알 수 있었던 건 6화 '비만 혼자 헬스장' 편을 보면 알 수 있다.


미디어 속 여자 몸이 정상이라는 무의식과 심한 말들에 받은 상처가 그 괴로움에 더 커지고 벌어지며 노란 진물을 흘렸다. 모든 요인들이 하나하나 모여 헬스장을 향하는 내 어깨 위로 무력감이 되었다.

하나 나의 망상이었다.

모든 사람들이 나를 완벽한 내가 되길 바랄 거란 망상. (단지 몇몇 소수가 내 앞에서 개소리를 한 거다) 내가 이렇게 된 요인들에 원망하고 미워하기보다 성찰했다. 그 성찰 끝에 결국 시선이라는 건, 내가 만들어낸 망상이었다.

나는.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허한 공기 뒤로, 해방감이 찾아왔다.

_ 체지방률 50 퍼의 다이어트 생존기 6화 [비만 혼자 헬스장]에서



나는 누군가의 시선 끝에 완벽하게 보이고 싶다는 은근한 강박이 있었다. 한번 시작한 다이어트를 완전히 '마르게' 마무리지어 완벽한 다이어트를 하고 싶었다. 완벽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 나에게 완벽한 사람은 '마르고, 예쁘며, 사람들과 잘 어울리고, 일을 잘하고, 자존감이 높은' 사람이었다.


그런데 실상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 그렇기에 내가 미웠다. 내가 싫었다.


하지만 책을 읽고 그래도 괜찮다는 것을 깨닫고, 해방감을 느꼈다.


비록 완벽하지는 않아도 '완벽 추구형'은 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시선을 타인이 아닌 나로 돌렸다. 그리고 그 기준을 확 맞혔다. 이게 무슨 말인가 싶은 이들도 있을 것이다. 다이어트의 완벽에 대한 기준을 낮췄다는 말이다.


나에게 다이어트에서 완벽은 무엇이었냐면, 간헐적 단식으로 하루 한 끼에 쫄쫄 굶는 게 아니었다. 집에서 하루 2끼 맛있게 먹고 뒷정리를 깔끔히 완벽하게 하는 것이었다. 한번 30kg을 들고 스쾃를 50개씩 완벽히 하는 게 아닌, 5kg에서 10kg으로 중량을 올리고 10개라도 완벽한 자세로 성공하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지금의 나에서 차근차근 전보다 더 나은 모습이 되어야, 나의 다이어트는 완벽했다.


매일 운동하고 씻을 것. 매일 밥을 먹고 설거지와 뒷정리를 잘할 것. 운동할 때 자세가 무너지지 않을 것. 간식을 먹으면 다음 식사에 간식만큼 철저히 칼로리를 줄일 것. 하루에 마신 물이 얼마인지 알고 있을 것.


우울히 누워 왜 나는 바뀌지 않을까 비관하지 말 것.


폭식증인 사람들보다는 내가 낫지 않냐고 기만하지 않을 것.


책을 읽고 잘못된 가치관이 있는지 계속 고민할 것.


지금 내가 잘하고 있는지 계속 고민할 것.


지금의 나에게 만족하고 있는지 계속 물을 것.



이게 내가 추구하는 '완벽한 다이어트'였다. 가벼운 '예쁘다'라는 말을 듣기 위한 다이어트도 아니고, 다이아몬드가 되기 위한 다이어트도 아니었다. 운동을 하고 씻은 뒤 개운함을 느끼고, 책을 읽으며 고민하고, 만족하냐는 물음뒤 만족한다고 스스로 대답하며 충만함을 느낀다. 완벽했다.


그것만으로 체지방률 42%라는 단어가 가벼워진다. 지금의 상태에서 다음 목표가 바로 눈에 보이기 때문이다. 첫 목표는 달성했다. 체지방률 50%에서 40% 초반으로 만들기.


다음 두 번째 다이어트의 목표는 체지방률 30%대로 들어가기.


그리고 그다음 다이어트의 목표는 체지방률 20%대로 들어가기.


어차피 처음 다이어트를 시작할 때도 장기전이 될 거라고 예상했었다. 첫 목표를 달성했으니 두 번째도, 세 번째도 이룰 수 있을 거라는 나에 대한 신뢰가 가득하다. 했던 대로 도움이 필요하면 적절한 도움을 고르고, 식단을 바꿔야 한다면 또 다른 건강한 식단이 있는지 고민할 것이다. 운동도 이제 익숙해졌으니 다음 단계를 밟으면 된다.


나에 맞춰서 차근차근 다이어트도 레벨에 따라 움직이면 된다. 처음의 내가 1 레벨이라면 지금의 나는 13 레벨이다.


물론 두 번째 다이어트가 언제가 될지는 모른다.


지금 당장의 목표는 살찌지 않기다. 유지하는 게 지금의 목표다.


언젠가, 60대 70대가 되어서도 인바디 80점 이상 되기. 그게 내 인생의 목표가 되기로 했다.


그때도 지금처럼. 차근차근 나아가고 계속되길.


나의 다짐과 생각들이 계속되길 바라며.


영원히 긁지 않은 복권이 되어도, 이미 나는 일주일에 한 번 사는 복권만큼 스스로에게 매일의 개운함을 선사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지금까지 '체지방률 50 퍼의 다이어트 생존기'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의 다이어트도 체중감량뿐만 아니라 나를 찾아가는 또 다른 수단이 되길 바라겠습니다. 이곳에 쓰인 제 상처가 공감받았고, 공감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그 상처에 어떻게 약을 발랐는지도, 읽는 이들에게 자신의 연고를 찾는 방향키가 된다면 정말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쓰면서 울먹거리기도 했고, 책의 문구를 다시 되짚어 보며 마음이 가라앉기도 했습니다.


우리 모두 저마다의 다이어트를 찾기를.


감사합니다.


체지방률 50 퍼의 다이어트 생존기의 후기와 외전도 그 이후에 올릴 예정입니다~


다음은 '체지방률 40 퍼의 다이어트 생존기' 2부로 돌아오겠습니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이제 저는 새로운 연재 브런치북을 생각해 봐야겠네요.


그럼 오늘 하루도 파이팅!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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