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연을 하계 된 계기?
2013년 1월 1일 00시 00분, 신분증을 들고 당시 여자친구와 함께 편의점에 들어갔다.
"레종 하나랑 라이터 주세요."
"신분증 좀 보여주세요."
당당하게 신분증을 내밀고 2,800원을 결제했다.
"너무 많이 피우진 마세요."
아주머니의 우려 섞인 조언. 그 따뜻한 미소 속에 감춰둔 진실을 알았더라면, 나는 흡연을 안 했을지도 모른다.
고등학교를 자퇴한 나는 성인이 되기 전부터 성인처럼 살았다. 검정고시 학원 학우들은 10대 후반부터 40대까지 다양했고, 그들을 따라 술 한 잔을 마시는 것도 별 대수롭지 않은 일이었다. 어머니 아버지가 모두 출근하신 후 일어나는 것이 일상이었고, 검정고시 학원을 다녀오면 음악을 듣거나 작곡을 했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양아치였거나 일진이었던 것은 아니다. 외려 괴롭힘을 당한 기억이 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성인이 되자마자 담배를 샀던 이유는 어른임을 확인받고 싶어서였던 것 같다. 학교도 다니지 않았고, 이미 성인처럼 살았기에 누군가에게 확인받고 싶었었다. 난 성인이라고. 난 어른이라고. 그걸 확인받을 수 있는 가장 빠른 길은 성인이 할 수 있는 행위를 해보는 것이다. 술집에 간다거나, 19세 미만 구매 금지 물품을 구매한다거나. 난 담배를 구매했다.
그날, 눈이 쌓여있는 거리에서 난 담배를 피웠고,
그날, 지구가 돌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날, 내가 바보같이 헤벌레 웃고 있자,
그날, 여자친구는 나를 보며 배꼽 잡고 웃었다.
그날, 눈이 쌓인 길가에 누워 하늘을 바라봤다.
그날, 나는 무슨 생각을 했었을까? 기억이 나질 않는다.
그 뒤, 대학교에 가기 전까지 난 담배를 태우지 않았다. 나랑 맞지 않았다. 피우고 싶다는 생각도 안 들었고, 무슨 맛인지도 잘 몰랐다.
학연, 지연, 혈연 그리고 흡연이라고 대학에 들어가서는 뭣도 모르고 담배를 피웠다. 술은 몸에 맞지 않았다. 한 잔만 마셔도 얼굴이 빨개졌고(미성년자 때는 그러지 않았었는데), 알딸딸한 기분 대신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팠다. 그래서 더욱 담배를 태웠다. 술자리에서 환타를 마시며 담배를 태웠다(그 당시에는 술집에서도 담배를 피울 수 있었다). 내게 몽롱한 기분을 주는 것은 술이 아닌 담배였으니까.
연초, 아이코스, 릴, 글로, 액상 전자담배, CSV, 물담배 등등 참 별의별 담배를 다 태웠었다. 얼마 전 담배를 끊기 위해 무니코틴 액상을 구매했는데, 니코틴이 첨가된 액상이 배송 왔다. 그냥 피웠다.
11월 28일, 큰일을 보고 일어났는데 주머니에 넣어뒀던 전자담배가 변기에 빠졌다. 그때 느꼈다.
'아 이제 진짜 끊으라는 계시는구나.'
전자담배를 꺼내어 버리고 보건소로 향했다.
"2021년도에 한 번 오셨었네요? 그때는 1달 정도 금연을 하시다가 다시 피우셨는데, 이번엔 제대로 마음 잡으셨어요?"
"네. 진짜 끊으려구요."
"어떨 때 가장 많이 피우세요?"
"글 쓸 때요."
"아... 그럼 초반엔 좀 많이 힘드실 수 있어요. 니코틴이 뇌를 자극하거든요. 글을 쓰려해도 집중이 안된다거나 전처럼 몰입이 안 될 수도 있어요."
"그래서 니코틴 패치 좀 받아가려구요."
"근데, 그게 좀 달라요. 흡연을 하게 되면 니코틴이 7초 만에 뇌에 도달해요. 패치는 서서히 퍼지고요."
"아, 예..."
이제 진짜 금연 시작이다.
금연 D+2일.
글이 안 써진다. 전처럼 막 몰입해서 쓸 수가 없다. 멍해진 거 같다. 핸드폰을 보는 횟수가 잦아졌다. 피곤하다. 졸리다. 흡연이 정말 몸에 안 좋은 걸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으어어어어… 하얀 건 종이고 까만 건 글씨입니다…
정말, 정말 집중이 안 된다. 그렇다고 일 안 할 거야? 그건 아니죠
서점 일을 마치고 복싱장에 갔다(오늘 서점엔 손님이 한 명도 오지 않았다. 내 가게는 아니지만, 이렇게 손님이 아무도 오지 않으면 내가 다 죄송하다). 코치님과 매스복싱을 했는데, 위를 맞고 오랜만에 긴 통증을 느꼈다.
'아... 죽도록 아프면 담배 생각이 나지 않는구나.'
담배를 피우고 싶을 때마다 리버샷을 맞으면 어떨까? 아... 그건 아닌 거 같다.
담배 이 요망한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