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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린 Mar 24. 2023

7화. 유일한 한국인이지만, 유일한 40대는 아니다

덴마크 박사생은 어떤 국적, 연령의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을까

덴마크에서 한국 사람을 마주치기는 쉽지 않다. 

덴마크 대학교에서 한국 사람을 마주치기는 더 쉽지 않다. 


처음 박사과정을 시작하면서 알게 모르게 힘들었던 건

유럽 사람들 사이에 덩그러니 떨어진 이방인처럼 느껴졌다는 것이다. 

아닌 척하려고 애써도 쉽게 아닌 척이 안 되는 지점이었다. 


우리 단과에 직원이 약 300명 정도라는데,

한국 사람은 유일하게 나 혼자이고, 아시아에서 온 사람들도 다섯 손가락에 꼽는 정도이다. 


그러니 그렇게 내가 처음에 왔을 때,


"넌 왜 덴마크에 왔니?"

"너 여기 교환학생이니?" 


이런 얘기들을 듣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던 듯하다. 


이 포스팅을 쓰려고 우리 과 박사생들의 국적은 어디일까를 정리해 봤다.

전체 29명 중 국적별 순위는 다음과 같다. 


1위. 덴마크 10명

2위. 독일 5명

3위. 이탈리아 4명

4위. 영국 2명

5위. 아이슬란드, 프랑스, 네덜란드, 오스트리아, 터키, 인도, 미국, 한국(나) 각 1명


덴마크 사람이 제일 많은 거야 덴마크니까 당연한 거고,

이웃 나라인 독일 사람들이 두 번째로 많다.

자기들끼리 농담조로 독일 카르텔이라고 할 정도로,

독일 교수, 박사생들이 많다. 


흥미로운 사실 하나는,

독일 박사생들의 지도교수는 모두 독일 사람이다. 

서로 독일어로 대화를 나누니, 훨씬 의사소통이 수월하긴 하겠다 싶다.

그 외에도 여러 국적의 친구들이 있지만, 

대부분이 유럽 사람들이다.


이들이 부럽다고 느낄 때는 다들 집이 가까우니

한번 한국 가려면 마음먹고 가야 하는 나와는 달리 

주말을 이용해서 집에 다녀오는 친구들이 많다는 것. 


물론 해외에서 유학을 한다는 것 자체가 

이방인이 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지만, 

덴마크에서 한국인은 이방인 중에서도 낯선 존재인 것 같다. 


반면, 연령대에 있어서는 그 층이 꽤 다양하다.


20대 후반부터 60대 초반까지 

다양한 나이대의 사람들이 박사 과정 중에 있다. 


대략 40대 초반 이상의 사람들이 나 포함하여 10명은 된다. 


들어보면 미국 박사과정생들은 

주로 20대, 30대 초반이 많다던데 (진짜 그런지는 모르겠다) 

그에 비할 때, 덴마크는 조금 더 그 층위가 다양한 듯하다.

그런 점에서는 내가 만약 미국이나 다른 국가에서 박사를 했다면,

더 외롭다고 느끼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 적도 있었다.


40대 이후에 박사과정을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주로 일을 하다가 그 분야의 연장선에서 

박사과정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물론 나이에 구분 없이 매우 단합이 잘 되어 잘 어울리는 커뮤니티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래의 사람들에게 좀 더 편안한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나와 오피스를 공유하는 동료도 나보다 한 살 어린 친구인데,

그 친구도 내가 자신과 비슷한 나이대라서 편하다고 하는 걸 보면 

나만 느끼는 감정은 아닐지도.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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