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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린 Jan 06. 2023

3화. 덴마크 박사과정 지원할 때 알았어야 했는데

네트워킹은 필수조건이다

내 박사과정의 항로를 덴마크로 결정하고 난 후, 학교 홈페이지에 들어가 박사과정 지원 절차를 검색하였다. 박사 과정생이 되기 위해서는 세 가지 루트가 있었다. 오늘의 이야기는 세 가지의 루트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보다 박사과정에 지원할 때 알았어야 하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첫 번째 루트인 박사과정생 모집 공고에 지원해서 채용이 되는 경우(Research Fellow, salaried PhD)는 덴마크를 포함한 북유럽 대학에서는 대부분 박사과정생을 채용하는 방식이다. 학교의 수요에 의해 채용되는 방식이므로, 채용 시점에 학교가 요구하는 특정 분야 혹은 이론을 사용하여 박사 논문을 쓰고자 하는 학생 혹은 학교에서 추진 중인 연구 프로젝트와 교육 및 업무 경력의 결이 맞는 학생을 채용한다. 이 경우는 학교에 직원으로 채용이 되는 것이므로, 고용계약서를 작성하고 급여를 받으며 세금도 낸다. 또한, 학사생을 대상으로 강의(teaching)나 시험 채점 등을 일정 시간 해야 하는 의무를 가진다.


채용 공고에 지원하기 위해서는 약 5페이지 정도의 연구 계획서 (research proposal)를 제출해야 하는데, 즉, 지원 시점에 내가 어떤 주제를 어떤 이론을 활용해서 연구하고자 하는지, 사용하고자 하는 이론의 문헌 검토를 통해 내가 이 이론에 어떻게 기여하고자 하는지에 대해 스스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물론 박사 과정 중에 얼마든지 바뀔 수 있고, 바뀐다. 중요한 것은 내가 하고자 하는 것을 얼마나 논리적으로 설명하고 독자를 설득할 수 있는지일 것이다).


나는 처음 호기롭게 이 루트를 통해 박사과정에 지원했으나 떨어졌는데, 지금 생각하면 1차 서류를 통과한 것만으로도 나쁘지 않았다 싶다. 그리고 이 공고에 지원한 뒤 1년 후, 내가 다른 루트를 통해 박사과정을 시작해서 살펴보니 내가 떨어질 수밖에 없었던 중요한 한 가지 이유를 알았다.

그 이유는 내가 우리 단과 내 주류 연구 분야, 이론 등에 대해서 무지했을 뿐 아니라, 단과 내 어떤 교수와도 지원 전에 얘기를 나누어 본 적이 없었다는 것이다. 같은 얘기다. 얘기를 나누어 본 적이 없으니 무지할 수밖에 없었다. 회사에 지원할 때를 비유로 들자면, 회사에 대한 이해, 채용 공고에 나온 자리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 (또 다른 중요한 한 가지 이유는 내 연구계획서가, 그 연구 계획서를 쓴 내가 학계에 대한 이해도, 역량도 부족한 상태라는 것이었다. 일단 그 이유는 차치하고).  주변의 박사과정 친구들을 보면 주로 이 학교에서 석사를 했거나, 또는 이 단과 내에 이미 아는 교수가 있어 지원한 학생들이 다수였다. 즉, 학교와 이미 쌓아온 네트워크가 있었다는 이야기이다.


이는 두 번째 지원가능한 루트와도 맥이 닿는다. 두 번째 루트는 덴마크 기업과 학교가 50:50 비중으로 지원하여 채용하는 박사과정(Industrial PhD)이다. 이 자리는 덴마크 기업과 학교가 박사과정의 연구를 통해 얻고자 하는 수요가 일치해야 발굴되는 것으로, 이 루트를 통해 박사를 하는 동료들은 기존에 해당 덴마크 기업에서 일하면서 박사 공부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고 본인이 직접 기업과 학교 사이를 연결하며 자리를 만든 경우가 많았다.


그렇지만 이러한 네트워킹의 과정을 단순히 “빽”으로 이해하는 것은 곤란하다. 네트워킹을 한다는 것은 안면을 트고, 대화를 나누고, 내 관심사를 공유하면서 내가 지원하고자 하는 학교에서 찾는 프로필이 어떤 사람인지, 나는 그 프로필에 얼마나 결이 맞는 지를 꾸준히 확인하는 노력이 들어가는 과정이다. 물론, 그 과정이 지속되면서 서로 결을 맞춰가니 상대적으로 유리할 수 있음도 사실이다. 덴마크에서는 취업할 때도 네트워킹이 중요하다는 말을 계속 들어왔는데, 박사과정을 지원할 때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지점이라고 생각했다.


반면, 덴마크에서 비행기로 약 15시간 이상 떨어진 나라에서 아무 정보도 없이 호기롭게 지원한 내가 이 기회를 잡기 위해서는 내 연구계획서가 두드러질 정도로 훌륭했어야 했는데 아쉽게도 그건 내 능력 밖의 것이었다. 만약 이 시간으로 다시 돌아간다면 비슷한 연구 관심사를 가지고 있는 교수에게 메일을 먼저 보내볼 것이다. 괜히 쭈뼛한 마음에 그렇게 해보지 못했던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호기로움은 무턱대고 지원할 때 쓰는 것이 아니라, 이럴 때 쓰는 게 아닐까 싶다.



그러나 나는 그로부터 1년 뒤 결국 마침내 이 학교에 다시 입학했다. 또 다른 루트인 세 번째 루트를 통해서. 그건 다음 에피소드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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