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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나앨 Aug 20. 2021

파란 물과 파란 하늘 드 웨이리벤-위든

네덜란드 여행

오버아이슬(Overijssel)이라는 주에서 여행을 할 때는 드 웨이리벤-위든 (De Weerribben-Wieden)이라는 국립공원을 중심으로 이동하기로 했어. 지도에서만 봐도 물이 많아서 기대가 되었지. 물이 있는 네덜란드 풍경은 특히 (해가 나는) 여름날이면 반짝이는 보석처럼 정말 예쁘거든.

블록자일 주민의 보트

숙소는 볼른호브 (Vollenhove)라는 곳의 옛날 성을 호텔로 개조한 곳이었어. 20세기 전 인테리어도 가끔은 호사스럽고 요란한 게 새로운 느낌이니까. 하지만 예상과는 조금 다르게, 우리는 성 안의 방이 아니라 성 바깥에 있는 쿠츠하우스 (Koetshuis, 마차를 두던 곳)을 개조한 방에 묶게 되었어. ㅎㅎ 뭐 그런 만큼, 요란하기보다는 깔끔하고 아늑하더라.

마차 보관하는 곳 옥상에서 자보는 일이 또 있을까?

그렇게 숙소 때문에 가게 된 볼른호브는 생각지도 못한 오래된 마을이고, 오버아이슬답게 물이 중요하더라고. 물에 감싸인 오래된 요새의 모양을 하고 있는 마을이야. 배를 정박한 작은 항구도 있고, 대대로 장어를 훈제해서 파는 훈제점도 있어. 웃기게도 자판기에서 훈제어를 킬로그램 단위로 살 수 있으니 훈제 장어나 연어에 관심이 있다면 생각해 봐.

훈제 장어 자판기

호텔 주인장의 추천에 따라 그날 저녁 블록자일 (Blokzijl)이라는 옆 동네에 갔거든. 그 동네가 난 정말 좋았어. 비가 많이 내린 아침하고는 달리, 길고 낮은 북유럽의 여름 해가 뭐든 더 아름답게 만들어서 인지, 세찬 바람이 덜 불어서 인지, 편하고 행복해서 휴가 느낌 내기 최고였어. 네덜란드에 살면서 보트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거든. 멋진 보트에서 그냥 베짱이 놀이 (?) 하는 게 일상의 사치고 행복 같아 보이더라. 당장 그럴 수는 없는 만큼, 우리는 슬라우스 (Sluis, 우리말로 수문 정도?) 옆의 펍 테라스에 앉아서, 수로에 물을 채워 보트가 하나씩 나가고 들어오는 모습을 보면서 대리만족했지. 재밌게도 우리 앞을 지나가던 사람들 중 두 명이나 “이 자리 왜 앉아있는지 이해가 안 간다"라고 네덜란드식 농담을 건네더라. 그만큼 일광욕하고 와인 한잔하기 딱이었어.

오랜만에 먹어 더 맛있었던 비터볼른과 치즈스틱... 비터볼른은 겨자소스랑, 치즈스틱은 베트남식 스윗칠리 소스랑 먹어

블록자일은 볼른후브보다 더 옛날 도시 같게 보존이 잘 되어 있고, 나름의 지역 특산물 간식인 블록자일 블록 (Blokzijl brok)이 있어. 예전에 말한 네덜란드의 로투스 쿠키 ‘스페큘라스’의 대왕 버전인데, 쿠키와 케이크의 중간 정도 식감이야. 우연히 들린 기념품 식료품 가게에서 이걸 보고 사려는데, 셀프 계산인 거 있지? 직접 계산서를 쓰고 돈을 찍어서 계산하는 믿기지 않는 시스템이었어. 

타일처럼 보이는 게 블록자일 브록

그 다음 날 간 국립공원 드 웨이리븐-위든은 청바지를 입고 평상시 신는 운동화를 신고 가기에는 아주 축축한 곳이라 길게는 못 걸었어. 짧은 트랙킹 코스로 3km정도 걸었지만, 다른 국립공원하고는 확연히 다른 늪의 느낌이었어. 그렇다고 뻘 같은 늪은 아니고, 위로는 짚이나 잔디가 깔려 있어서 그냥 발을 내디면, 발 아래가 비었다는 느낌과 함께 신발이 푹 꺼지면서 물에 젖어들지. 

키만 한 짚들 사이에서 걷다 보면 셀프 도르래 뗏목 (쇠줄을 당기면 뗏목이 내 방향으로 오고, 반대로 뗏목을 타서 쇠줄을 당기면 앞으로 나아가는 방식) 없이는 건널 수 없는 물이 나오더라고. 그렇게 건너 건너 걷다 보면 우리처럼 길을 잃게 될 수도 있을 거야 (…). 그래도 주변에 민가들이 많아서 집과 도로를 향해 또 짚풀 사이를 걷다 보니, 바깥으로 나오게 되더라. 제대로 된 신발을 갖추고 오래 걷고 카누도 타면 또 다른 매력이 있을 거 같아.


모든 사진의 저작권은 저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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