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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미 Nov 13. 2022

자원봉사 동아리를 시작하다.

자원봉사 (自願奉仕)

- 어떤 일을 대가 없이 자발적으로 참여하여 도움또는 그런 활동.
자기 스스로 나서서 국가나 사회 또는 타인에게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다.     




지역주민의 수많은 반대를 설득하여 드디어 사랑누리 단기 보호센터의 문을 열었다. 그리고 사랑누리가 지역주민들과 가졌던 간담회에서 주민들이 이야기하였던 ‘교육적으로 좋지 않다’라는 편견을 해소하기 위해 새로운 일을 시작하였다.      


자원봉사 동아리를 시작하였다. 다음 세대를 살아갈 젊은 사람들에게 이왕이면 청소년들에게 자원봉사를 통한 보람과 약자를 향한 마음을 알려주고 싶었다. 자원봉사를 통해 사회복지의 길에 들어선 나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고, 자원봉사를 통해 얻은 많은 보람을 나누고 싶었으며, 자연스레 배우게 되는 장애인에 관한 인식의 변화는 지역사회 안에서 사랑누리 식구들이 이웃으로 살아가게 도움이 되리라 생각했다. 


봉사팀을 만들어 오리엔테이션을 할 때면 늘 이야기한다.

“저는 사랑누리의 식구들도, 그리고 다른 장애인들도 보통의 삶을 누리게 하는 것에 소명이 있습니다. 그래서 여러분과 봉사활동을 시작하려 합니다. 여러분의 봉사를 위해 내어 준 시간은 너무나 소중합니다. 이 시간을 통해서 여러분들은 장애를 이해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여러분이 가정을 꾸리고, 내 집을 가지게 되는 어른이 된다면, 이웃에 장애인이 이사 온다고 반대하는 그런 어른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자원봉사를 통해 사춘기와 가난으로 삐뚤빼뚤 울퉁불퉁했던 나의 마음이 흘러갈 길이 생겨나 그 방황의 시기를 이겨냈던 것처럼 호된 사춘기를 만난 아이들에게는 봉사활동이 다른 사람을 바라보고 쉼이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었다. 그리고 평생을 살면서 장애는 나와 상관없는 이야기로 생각되는 사람은 당신과 같은 보통의 사람인 장애인들이 이웃이 될 수 있다고 이야기하고 싶었다.      


자원봉사팀이 꾸려지는데, 이름들이 팀의 성격처럼 다양했다. 

오소리네: 오소리님이 팀장으로 있는 그룹

대봉 1, 2, 3기: 대신고등학교 봉사팀

발로 뛰어: 발로 뛰며 자원봉사 활동하겠다는 청소년들

나누미네: 나눔을 실천하겠다는 대학생들

신토미토봉토: 신나는 토요일 아름다운 토요일 봉사하는 토요일
   JJ: 교장 선생님의 이름의 약자

디코: 헬라어로 봉사를 뜻하는 ‘디아코니아’의 줄인 말

누리보듬: 온 세상을 사랑으로 보듬어 나가겠다.

이외에도 이야기하고 싶은 다양한 봉사팀이 있지만, 소개를 허락받은 팀이 이만큼인 것이 아쉽다.     


각각의 봉사팀들은 4명에서 12명 정도로 이루어지고, 한 달에 평균 1회 연평균 10회 정도를 약속하고 만난다. 왜냐하면 일회성 자원봉사는 함께 사는 발달장애인에게 낯섦과 불편함만 줄 뿐이고, 우리 기관의 봉사활동은 지역사회 안에서 둘레 사람이 되어 줄 봉사자의 장애인식을 개선하는 것이 이 일의 최종 목표이기 때문에 다회성 봉사로 꾸렸다.     

봉사 처음에는 쭈뼛쭈뼛 다가서기도 어려워하던 자원봉사 참여 학생들이 장애에 대하여 배우고, 장애인식 개선 활동도 하고, 수화도 배우고, 시각장애인 체험도 해보고, 휠체어를 타보면서 장애 체험도 하고 그러다 보면 어느새 성장해 있는 학생들을 만날 수 있었다. 인권을 주제로 관심 가질 만한 책들을 함께 읽어보고 장애에 관한 영화를 함께 보기도 하고, 이렇게 함께한 시간이 쌓였다. 그리고 우리 사랑누리 식구들과의 시간도 조금씩 늘어갔다. 당시 사랑누리의 이용자는 15명, 종사자는 원장인 나를 포함해서 4명, 24시간 365일을 운영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말도 안 되는 인력구조였다. 법정 인원 8명의 절반이 운영하다 보니, 우리가 꿈꾸고 실천하고 싶었던 개인의 특성과 원함을 반영한 개별 지원은 꿈같은 이야기였는데, 자원봉사팀이 하나둘 늘어가면서 가능하기 시작했다. 봉사팀들도 처음에는 단순 청소 정도 도울 수 있었지만, 2년, 3년, 4년 차가 되면서 무엇을 할지 스스로 결정하고 봉사를 위해 사랑누리 식구들과 더 대화하려고 노력하였다.


봉사팀들은 다양한 활동을 하였다. 그중에서 생각나는 몇 가지를 소개해 보면, 중학생 남자 4명이 모인 봉사팀이었는데, 계획이 여름에 빙수를 만들어 먹겠다고 하였다. 그래서 그 아이들은 한 달에 한 번 용돈에서 2,000원씩을 모았다. 6월이 되자 그동안 모은 돈으로 작은 빙삭기 한 대를 사고, 남는 돈으로 빙수에 들어갈 팥이며 연유며 우유와 떡까지 사고 “누나, 형아 우리 빙수 만들어 먹어요!!” 외치며 들어오던 모습은 아직도 눈에 선하다. 그리고 그때의 그 빙삭기는 지금도 여름이면 우리 식구들이 즐겁게 빙수 만들어 먹는 데 잘 사용되고 있다.

다른 팀에서는 배구 경기를 보러 가기도 하였고, 소그룹으로 외출해서 버스 타고 갈 수 있는 곳에서 자연경관도 보고 사진도 찍어서 자체 사진 콘테스트를 열어 사랑누리 식구들에게 투표를 요청하기도 하였고, 메르스가 유행하기 시작하자 간호학과 학생들이 손 씻기를 프로그램으로 만들어서 식구들에게 알려주기도 하였다. 그 수고 덕분에 우리의 외출은 새로운 도전도 많고 늦은 시간까지 재미난 일들로 북적북적할 수 있었다. 


감동을 주었던 고등학생 봉사팀 한 팀을 소개하자면 학교 축제에 손 소독 스프레이와 모기 기피제를 만들어서 판매한 수익금 전액을 기부하기도 하였다. 자신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기획하고 일을 해내는 아이들의 성장을 보며, 자원봉사활동이 더욱 보람되었다. 그 아이들이 자라나 나눔을 실천할 세상이 더욱 기대되었다. 

그리고 도배를 도와주거나 크리스마스 장식을 만들고 카드를 만들어 나눈 봉사팀도 있었고. 초창기 이웃과의 갈등을 이야기하자 이웃들을 위해서 부침개를 부쳐 이웃집마다 나누며 사랑누리 잘 부탁한다고 당부하던 어린 봉사자들 덕분에 이웃들과의 관계 개선에도 많은 도움을 얻었다.

어디 그뿐이랴, 내가 병원에 입원하게 되어 사랑누리 식구들 밥 먹을 걱정에 앞이 캄캄하였는데, 자원봉사팀마다 음식을 만들어 와서 2주 후 퇴원하고 보니 냉장고가 더 풍성했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중학교 동창들로 구성되어 4년 동안 봉사했던 팀은 이제 고 3이 되어 마지막 봉사를 하는 기념으로 그동안의 소감과 사랑누리를 알리는 영상을 제작하였다. 그 영상을 통해 이제는 타지로 가서 만날 수 없게 된 아이들이 보고파질 때면 소중한 보석함을 열어보듯 꺼내 본다. 


자원봉사 동아리를 이끌어가기는 쉽지 않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자원봉사를 통해서 학생들의 장애에 관한 생각과 태도가 변화하였고, 그뿐 아니라 그 학생들 그리고 부모님들과 함께 지역 안에서 사랑누리의 둘레 사람이 되어 우리 식구들이 ‘보통의 삶’을 살아가는 데 가장 큰 힘이 되어가고 있어 매우 보람 있었다. 

지금은 대학을 진학하고 연락이 되지 않아 만날 수 없는 아이들이 더 많지만 나는 확신한다. 그 아이들이 자라나서 어른이 된다면, 내 이웃에 장애인이 이사 온다고 반대하는 그런 어른은 안 될 거라고. 그리고 그때는 우리 사랑누리 식구들도 지역 안에서 자기의 삶을 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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