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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ne jeong Sep 21. 2023

곰은 싫어 여우로 살래

멋지게 나이 들기

출근하려고 문을 열면 신발이 밖을 향해 가지런히 놓여있다.

오!! 편하고 좋은데! 라며 아주 잠깐 편하게 신도록 놓아준 남편의 배려가 감사함으로 가지 않고 당연함 속으로 쏙 들어간다. '남편이 먼저 밖으로 나갔으니 당연한 거지!'라고 말이다.

젊어서는 남편에게서 이런 행동을 기대한 적도 그 기대를 저버린 적도 없던 남편이다.

그럼, 그 순간에 고맙거나 기쁘거나 표현해야 하는데 왜 당연하다고 생각할까?


반드시 이유가 있다.


신혼 초부터 까칠한 성격의 남편은 늘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았다. 다만 내가 원하는 남편과 거리가 멀었다.

남편으로 점수를 주어야 한다면 ㅎㅎ남편의 머리에 있는 뚜껑이 열릴 수 있으므로 숫자 표현은 다음으로 미룬다.


누구를 만나든 좋은 점을 먼저 보려고 노력하는 편인 나는 칭찬이 후한 편이다.

남편의 배려는 기억 창고에저장된 서운했던 행동들과 하나씩 맞바꾼다. 이런 날이 쌓이고 쌓이면 서운한 감정의 기억 창고가 텅 비는 날이 오겠지. 그때야 비로소 고맙다고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

오래전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었다.


요즘 나를 연구 중인데 정말 신기하다.

위의 상황을 예로 들면 남편이 나를 위한 배려를 해도 과거에 나에게 상처 준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야. 배려가 이어질수록 더 많은 배려를 하라고 욕심부린다. 그 욕심이 채워지지 않으면 남편에게 퉁명스러워지고 짜증도 낸다. 다음은 어떤 상황이 일어날지 불을 보듯 뻔하다.

생각이 일어나는 순간 알아차려서 감정을 내 선에서 정리한다. 제인 너 정말 치사하다. 언제적 일을 들먹이며 살래. 나에게 대화하면서도 나 자신에게 창피하다.

자신을 이렇게 몰랐다니 늘 미소를 가득 담은 얼굴은 가면이었나?

이제라도 알면 바뀌고 다르게 행동하면 된다. 솔직해지자. 일어나는 모든 생각을 나와 대화한다.

출근길 차에 타자마자 당신이 매일 아침 신발을 가지런히 놓아주는데 깜빡하고 고맙다는 인사를 못 했네.

고마워 나를 아끼고 사랑해 주어서!

신발 한 가지로 사랑까지 가는 거 보니 내가 해준 것이 너무 없었나 보다. 미안해.라고 남편이 말했다.


요즘은 고요한 시간에도 생각을 차단한다. 대부분의 생각은 오해를 낳기 때문에.

생각이 일어나지 않는 고요한 시간에도 무의식에 갇히는 경우가 있다.

남편이 매일 아침 가지런히 놓아둔 신발을 보고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곰 같은 생각과 행동은 엄마에게서 가장 닮기 싫은 모습이었다.

엄마는 표현에 아주 인색한 사람이었다. 절대 저렇게 살지 말아야지 했지만 보고 배우는 습득력이 교육으로 배우는 것보다 훨씬 빠르고 비율도 높다고 하니 당연한 결과이다.

그래서 늘 깨어 있으라고 하는 건가! 일어나는 감정, 생각, 기분, 표정까지 알아차려서 바로바로 흘려보낸다. (레스터 레븐슨의 가르침) 현재의 나를 백 퍼센트 인지하고 그 순간에 머무는 시간을 늘려가고 있다. 잠깐 한눈팔면 어느덧 현재를 벗어나고 생각이 올라오지만 바로 알아차리기를 훈련 중이다.  어쩌면 이런 상태를 유지하고 그 삶 안에 머물며 살기를 가장 절실하게 원했는지도 모를 일이다. 내 마음 하나 다스리기가 이렇게 어렵다니 늘 깨어있어서 지혜로운 삶을 살아낼 것을 다독여 본다.



한 줄 요약: 나이 든다고 멋지게 변하기는 쉽지 않다. 원인을 찾고 자신을 위로하자. 저절로 아름답게 빛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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