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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ne jeong Sep 29. 2023

추석이 없어요

호주 소식

친구들, 지인들, 친인척들과 한가위 인사로 전화기가 뜨겁다.

이곳은 추석 명절이 없는 나라다.

수확의 계절의 넉넉함도 기대할 수 없는 봄이기도 하지만 가을이 되어도 추수감사절, 한가위, 추석이라는 말도 없이 지나간다.

역사가 짧은 나라여서 그런지 명절 분위기를 느끼는 연휴는 부활절(4일 연휴)과 성탄절(2일 연휴)이다.

매년 1월 마지막 주에 초, 중, 고등학교는 학기를 시작해서 10주 등교 후 2주 방학을 3번 하고 마지막은 10주 수업 후 6주 방학을 한다. 일 년에 방학을 4번 하는 학생들에 맞추어 대부분의 사람은 여행 간다.

스쿨존 속도제한(시속 40km)이 오전 7~9시 오후 2~4시라서 그 시간대에는 교통체증이 있다. 하지만 방학 중에는 스쿨존 모든 제한이 해제된다. 올해 세 번째 방학인 이곳과 우리나라 추석 연휴와 겹쳐서 도로의 분위기는 허전한 듯 명절과 비슷하나 명절이 아닌 연휴(월요일은 영국 왕의 생일로 공휴일)다.


우리나라는 정으로 하나가 될 수 있는 사람들이 모인 곳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특히 한가위에는 그 정이 절정을 이룬다.

들에서는 봄부터 가을까지 노심초사 키워낸 곡식과 과실을 아낌없이 내어주는 계절이다.

그 안에는 창조의 기적을 봄에 담고 바람에 흔들리며 힘을 키우고 비를 나누며 넉넉함을 익힌다. 뜨거운 태양과 소통하며 성숙해진 계절을 둥근 보름달에 담아서 하늘에 띄운다.

가장 넉넉한 한가위!

주요섭 작가는 정! 그것은 인류 최고 과학을 초월하는 생의 향기라고 표현했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말인가!

자연이 주는 배려로 우리는 가장 넉넉하고 배부른 명절이 추석이 아닐까!


초저녁부터 쟁반처럼 둥근달이 떠오른다.

달맞이하며 이런저런 생각에, 마음에도 둥근 보름달이 가득 차오를 때 고양이 두 마리가 마당을 뛰어다니며 풍성한 그림에 색을 칠한다.

송편도 없고 추석 음식도 없지만 보름달 하나면 철철 넘치는 한가위 밝은 밤이 지나가고 있다.




한 줄 요약: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ps: 모든 작가님들 넉넉하고 풍성한 한가위가 되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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